KBS에서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1명, 피해자는 2명이다. 문제는 사건 그 자체 뿐 아니라 사건 직후 KBS의 피해자 보호조치가 미흡했고, 자체 진상조사도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가해자에 대한 징계도 없었다. 피해자들은 오히려 KBS의 한 관계자가 피해자들을 압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KBS 보도영상국이다. 지난 3월 28일, 가해자로 지목된 최 모씨는 술자리에서 동석한 직원들이 있는 가운데 피해자 A씨를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내하청노동자로 이후 7월 말 경 계약만료로 KBS를 나갔다. 또한 최 씨는 5월 26일 또 다른 사내하청노동자인 B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B씨는 계약기간은 남았지만 KBS를 퇴사했다.

A씨는 사건 직후 이를 문제 삼지 않았지만 B씨가 성추행을 당한 후, 가해자가 동일인임을 알고 자신의 문제도 함께 공론화 했다고 밝혔다. A씨는 “두 번째 피해자가 나왔는데 세 번째, 네 번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KBS 측에 최 씨의 공개사과와 인사 조치를 요구했으며, 이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서는 검찰에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고, B씨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목격자의 진술서를 받았지만 B씨는 목격자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B씨 역시 검찰에서 재조사를 받는다. ‘무혐의’라 볼 수 없는 이유다. 다만 경찰은 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 KBS 로고
 
그런데 공론화 직후 오히려 보도영상국 담당팀 정규직 실무자가 피해자들에게 압력을 넣었다고 한 피해자는 주장했다. 심신미약 상태로 병원을 다녀온다거나 경찰조사를 위해 자리를 비울 때도 “근무시간을 이용하지 마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한 피해자는 해당 실무자가 “(사무실 내) ‘다른 사람들이 널 불편하게 생각할텐데’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이 실무자가 “내가 너 입장이었다면 합의금 받고 빨리 끝냈다. 일을 크게 벌렸다고 말했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들은 KBS 인사기획부에서 “이는 개인적인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지 공식적인 회사 회식자리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KBS에서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는 태도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BS 측은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사과와 인사 조치를 요구했는데 부서차원에서 조사를 했고 사과와 인사조치를 했다”며 “지금은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과에 대한 피해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사과 자리에) 동석한 팀장이 있을 때는 가해사실을 부인하고 팀장이 없는 자리에서는 진작에 사과하려 했다. 기억난다. 미안하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항변했다. 사과가 아닌 변명을 위한 자리였다는 주장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최모씨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고소를 제기한 분들이 사실과 다르게 말하는 부분이 있다”며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한 분이 거짓말을 한 부분이 있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억울한 점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담당 변호사는 “고소인들이 주장한 것들이 거의 절반이상이 거짓으로 밝혀져 1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나머지 1건도 문제있는 점이 많아 시시비비를 가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성추행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행위가 사실이면 그게 거짓이 되겠나”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이는 ‘사과했다’는 KBS의 주장과도 결이 다르다.

또한 피해자들은 내부에서 ‘이상한 소문’이 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이 특정한 목표로 최 모씨의 성추행 문제를 거론했다는 식의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B씨는 “성추행 사건보다 이후에 일어난 일들이 더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담당 실무자는 “팀장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담당 팀장은 앞서 미디어오늘의 취재를 거부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정하경주 활동가는 “피해자가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단순히 피해자와 분리할 목적으로 인사발령을 내리고 사과를 시켰다고 해서 한 것을 다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사실상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시킨 것 외에는 한 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하경주 활동가는 “이런 문제를 회사에 얘기한 것은 KBS 조직 안에서 발생한 일이니 이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동체가 피해자와 함께 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있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인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인데 자체 조사를 하지 않고 형사고소를 통해 사실관계를 다투라고 한 것은 진상을 피해자 보고 밝히라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는 이에 대해 “KBS는 성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해 사내 성희롱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며, 사내 성희롱이 발생할 경우 규정 등 원칙에 입각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피해자와이 격리를 위한 인사조치 등 강력한 처벌을 해오고 있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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