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새누리당 11석, 새정치민주연합 4석이다. 야권의 대패. 언론은 지난달 31일과 1일, 각각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과 의미를 파헤치고 있다. 그런데 몇몇 언론들의 분석이 눈에 띈다.

조선일보는 1일 1면 <‘세월호’ 딛고 부강한 나라 만들라는 국민의 뜻> 기사를 통해 이번 선거의 의미가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안전하고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여야가 힘을 합쳐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세월호 심판론에 올인하면서 민생과 경기 회복 등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는 것 뿐이다.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가족들을 잃은 유가족들은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세월호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들도 많다. 유가족들이 단식을 통해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는 것은 유병언-유대균 부자에 집착하는 사법기관과 언론이 세월호 참사 후 벌어진 구조과정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소홀하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8월 1일자. 1면.
 
이처럼 아직 세월호 사건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조선일보는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가 “세월호의 아픔을 딛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세월호 심판론이 먹히지 않았다”도 아니라 “아픔을 딛어야 한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편 것이다.

이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 등에 야당이 책임있는 자세로 나와달라”며 야당의 양보를 압박한, 아전인수격 해석 그대로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2/3는 세월호 수사 결과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진상이 밝혀진 것이 없는데 ‘세월호의 아픔’을 딛어야 할까?

   
▲ 중앙일보 8월 1일자. 사설.
 
중앙일보의 경우는 뉘앙스가 다르다. 사설 <국민은 세월호 메시지를 잊지 않고 있다>에서 중앙일보는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는 것은 세월호 자체가 아니”라며 “세월호를 정략적 차원으로 접근하면서 특별법 하나 통과 못 시킨 정치권의 무능과 책임회피”라고 지적했다.

KBS 역시 지난달 31일 뉴스9에서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총체적 무능이 드러났고, 잇따른 인사실패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면서 “하지만 ‘세월호 심판론’을 무리하게 고집한 것도 패인으로 지목되고 특히 세월호특별법을 민생법안과 연계시키려한다는 인상까지 줬는데, 경제 살리기를 원하는 바닥 민심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특별법 우선’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민생법안이 대체 무엇인지 어느 언론도 그 실체를 밝히지 않지만 한 편의 입장에서 야권이 세월호 문제를 잡고 늘어진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세월호의 아픔을 딛자”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대체 조선일보는 누구 마음대로 그 아픔을 딛자는 표현을 쓴 것인지 의문이 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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