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가 지난달 노조와의 교섭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하겠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몇몇 센터에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해당 센터들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고소고발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서비스 ㅅ센터 사장은 31일 오전 단협에 따른 임금체계를 설명하는 자리 말미에서 “셀장(조장)이 노조에 가입했다면 알아서 처신하길 바란다”는 발언을 했다. 지회는 이미 노조에 가입한 셀장들을 압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셀장은 소그룹을 관리하는 조장으로 직급수당 20만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지회가 공개한 음성파일에 따르면 ㅅ센터 사장은 “단협에서 명시는 안 했지만 사용자측 사람들은 노조에 가입할 자격이 없다”며 “내부적으로는 셀장까지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고 돼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어 그는 “노조에 가입했다면 본인이 알아서 처신하면 된다. 예를 들면 셀장의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가 없다”고 덧붙인다.

   
▲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이에 한 조합원이 “사장님 기준에서 안 되는거지. 셀장도 노조 가입이 된다. 팀장급부터 안 되는 것”이라며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직원들에게 이야기 하면 안 된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사장은 “여기서 논하지 말고 금속노조랑 이야기하라”며 “사견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셀장 수당인 20만원에 대한 언급도 오갔다.

지회와 변호사에 확인한 결과 셀장은 노조 가입이 가능하다. 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노조법상으로 주로 사용자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셀장은 수리기사 업무를 이행하면서 사용자가 지시를 내리면 셀원들에게 업무를 배분하는 중간 직책일 뿐이지 수리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다. 당연히 조합원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ㅅ센터 사장은 3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노조에 가입을 하고 안 하고는 본인들 의사”라고 입을 뗐다가 음성파일에 대해 언급하자 “회사 내부에서 있는 일들이다. 많이 당혹스럽다. 다른 일이 있어서 통화하기가 어렵다. 양해해 달라”는 입장만 밝혔다. 홍명교 지회 교선위원은 “알았든 몰랐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회가 이와 함께 공개한 지난 1월에 있었던 녹음파일 내용은 더 심각하다. 삼성전자서비스 ㅇ센터 사장은 조합원들에게 탈퇴서 작성을 요구하며 조합을 탈퇴할 경우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그는 이어 “대외적으로는 노조를 인정하지만 (노조에서) 다 빼낼 것”이라고 말했다.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지회가 공개한 음성파일에 따르면 ㅇ센터 사장은 지난 1월 24일께 면담실로 쓰이는 센터 창고에서 한 조합원에게 “아이고 바보야 노조인정은 대외용이고 미쳤다고 노조 인정하냐? 그러니까 노조는 인정하는데 노조탈퇴는 계속할거야. 밖에서는 (인정한다고) 이야기 할 수밖에 없지. 근데 나는 다 빼낼거야”라고 말한 것으로 녹음돼 있다.

또 이 사장은 탈퇴서를 작성하게 하는 상황에서 해당 조합원이 “(탈퇴서)를 쓰라고 해서 쓰는데 저한테 돌아오는 게 뭐냐”고 묻자 “(노조 탈퇴를 하면) 이제 알아서 해줄게. 필요한 게 뭐냐”고 회유했다. 이에 조합원이 동료와의 갈등, 수리시 필요한 부품 등을 말하자 "당장해줄게"라고 말한다. ㅇ센터 분회장에 따르면 당시 해당 조합원은 실제 노조를 탈퇴했다.

ㅇ센터 분회장은 3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사장의 노조탈퇴 공작으로 당시 40명에 육박하던 조합원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지회는 현재 사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다. ㅇ센터 사장은 3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바빠서 끊겠다”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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