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에서 경기도 수원시병(팔달구)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정계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대선 후보급 새정치연합의 중진 인사가 정계를 떠나겠다고 책임을 지고 나섬에 따라 새정치연합의 운명이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31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오늘 저는 정치를 떠난다”며 “정치 그만두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겠느냐만은 슬프고 웃어왔던 동지들, 지지자 여러분,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신 국민 여러분께 인사드리는 게 도리라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오랜 신념이었는데, 이번에 저는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며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그것이 국민의 판단이며, 민주당을 비롯한 한국정치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여망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3년 정치에 입문한 이래 2007년 한나라당 탈당, 민주당(새정치연합)으로 이어진 정치역정을 두고 ‘시베리아’라 평한 손 전 지사는 “그동안 분에 넘치는 국민의 사랑과 기대를 받았다”며 “민주당과 함께한 이래 순탄치 않았지만 보람있는 여정이었다. 민주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저의 사랑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정계은퇴 배경에 대해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신념이며,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생활철학”이라며 “지금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책임 정치의 자세, 민주당과 한국의 정치 변화와 혁신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며 “국민여러분께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애석해했다. 손 전 지사는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히 누리는 세상, 소외받지 않고 나누는 세상, 대한민국을 만드는 꿈을 (오늘 부로) 접는다”며 “능력도 안되면서 짊어지려 했던 모든 짐을 내려놓는다. 이를 고이 간직하고 아쉬움은 뒤로 하고 떠난다”고 선언했다.

   
7·30 수원병(팔달) 재보선에서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떠나는 모습.
ⓒ연합뉴스
 
손 전 지사는 “오늘 이 순간부터 성실한 시민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고 노력하는 국민의 한 사람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가 어떤 의미가 있었기에 정계은퇴까지 다짐한 것이냐는 지적에 손 전 지사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저는 ‘문제는 정치다, 민생에 답하라, 정치가 잘못해 민생이 어렵다, 정치 제대로 서야 민생 산다’는 생각을 갖고 선거에 임했다”며 “그러나 민생을 살리기 위해 정치를 바로세우는데 미흡했으며, 그 한가운데 제가 있다고 책임을 통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의 참패와 무관하게 수원 팔달구에서 본인의 패배가 정계은퇴의 사유인지에 대해 손 전 지사는 “여기서 패배한 것은 제 자신의 패배이기도 하나, 이번에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갖고 있었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을 향한 기대에 대한 (성과가) 충분치 못하다는 생각에서 우리 민주당-새정치연합부터 변화하고 혁신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누군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저의 정계은퇴를 계기로 당원들과 의원들이 새로운 각오로 혁신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는 우리만이 아니라 여당과 정치권에 다 같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손 전 지사는 후배들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자신을 갖고 ‘정정하고 당당하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야권 패배에 대해선 “저 자신에 대해서만 말하겠다. 제가 제대로 하지 못해 패했고,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진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설명했다.

손 전 지사는 향후 계획과 관련 “자유로운 시민으로 돌아간다”면서도 “정치가 아니더라도 시민으로서 기여할 일이 많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에 대해 손 전 지사는 “국민을 어렵게 알고 두려워할 줄 아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새정치연합의 위기상황에 대해 “항상 국민만을 바라보고 생활정치를 첫째로 하고, 국민이 주인이며 주인을 섬기는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기본 자세”라고 조언했다.

손 전 지사는 지난 30일 열린 재보선 수원시병(팔달구)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의 정치신인 김용남 후보에게 8%포인트 가까운 차이로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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