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세월호 취항을 늦춰 항해 허가를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질적인 소유주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 중 하나이다.

제주도에 거주하며 선박을 이용해 육지로 화물운송을 하고 있는 김모씨(55)씨는 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세월호가 취항하기 전 제주에서 인천으로 이사짐 화물을 운송했는데 당시 오하마나호 선원이 일본에서 세월호를 들여와 수리가 끝났는데도 국정원이 허가를 안 해줘서 출항이 늦어져 인천 외항에 정박해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당시 국정원이 왜 선박 취항 허가를 해주나라고 의문을 가졌는데 이번 국정원 지적 사항 문건 내용처럼 세월호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국정원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세월호 취항을 늦춰 허가를 했다는 내용은 이미 지난 5월 MBC 보도를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당시 MBC는 국정원이 정확한 승선자 수를 알 수 없다는 보안상 결점을 발견해 세월호 취항에 제동을 걸었고 세월호 측이 ‘보안각서’까지 쓰고 운항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청해진 해운 관계자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면허를 안 내주니까 할 수 없이 각서를 써 줬지 각서를 썼는데 공증까지 받으라고 해서 할 수 없이 공증을 받았고”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세월호가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됐기 때문에 보안상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화물적재 공간에 경비직원을 24시간 배치하고, 부두에 CCTV를 추가로 설치할 것과 상시적인 국정원의 점검”을 요청해 세월호가 운항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해진해운은 국정원의 요청을 받고 7천만 원을 들여 부두에 CCTV를 설치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된 선박은 보안 경비 부담 주체가 항만공사, 항만청, 해운조합 등인데 세월호만 유일하게 청해진해운이 비용을 직접 부담하고 있었다. 국정원은 세월호 증개축 과정에 무언가 개입하였기 때문에 세월호만 보안 경비를 직접 부담하도록 한 것은 아닌지 밝혀야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인천에서 제주 노선의 국내 여객선(세월호) 운항 허가는 인천지방 항만청 선원해사 안전과에서 승인한다. 그런데 국정원이 보안상 이유로 취항을 막고 늦춰졌다면 실질적인 운항 허가는 국정원이 갖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세월호의 운항 허가를 맡은 곳은 인천지방 항만청 선원해사안전과에서 맡고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국정원이 운항 허가를 내줬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취항이 늦어진 배경에는 여객선 2천톤급 이상이면 국가보호장비로 신청을 하게 되고 국정원이 지침에 따라 점검을 하게 되는데 국가보호장비로써 갖춰야 할 여러가지 요건 중 점검을 해보니 미비해 보완하라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됐다고 하더라도 국정원이 세월호 취항에 관여하고 직접 관리에 나설 수 있는 근거도 뚜렷하게 없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의 요청 사항 중 24시간 화물적재 공간에 경비직원을 배치하라는 내용에 대해 국정원의 역할은 아니라는 의견을 전했다.

전문가도 국정원이 보안업무 지침에 따라 국가보호장비 관련 문건을 관리할 수 있지만 세월호의 직접 관리를 맡는 주체는 아니라고 밝혔다.

전시동원물자 관리 전문가는 “국정원이 국가보호장비라는 이유로 요구사항을 내걸고 출항을 늦췄는데 면허 문제는 자기 소관이 아니라는 것 자체부터가 모순”이라며 “국가보호장비와 관련한 세월호의 주무부처는 해양수산부에 별도(비상안전기획관)로 있는데도 선박에 관한 전문가도 아닌 국정원이 세월호 관리를 했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보호장비 지정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천톤급 이상 여객선 17개 중 14개가 운항 중이고 국가보호장비로 지정이 안 된 선박이 있다며 세월호가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된 배경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20개의 2천톤급 여객선 전체가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돼 있고 세월호와 다른 선박 한대가 고장으로 중단돼 있다고 밝혀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국가보호장비 지정과 별도로 세월호가 동원물자대상이기 때문에 청해진해운과 국정원이 긴밀히 업무 협조를 해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월호가 동원물자대상이라면 청해진해운도 동원대상 업체로 선정이 되고 비밀취급인가를 갖고 있는 담당 실무자를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또한 전시 비상 계획인 충무계획에 따라 동원물자 장비와 관련된 기밀 책자를 동원지정업체와 정부 주무부처 비상계획관, 국방부 동원국에 각 한부씩 배치해 관리하도록 돼 있다.

전문가는 “세월호가 동원물자대상으로 지정됐다고 하면 CCTV 설치까지 관여한 국정원이 증개축 문제를 몰랐을 리가 없다”며 “하지만 세월호의 증개축은 용도변경을 한 것이어서 동원물자대상에서 해제가 되고 다른 배가 지정이 돼야 한다. 동원물자대상이라고 하더라도 국정원이 직접적인 관리를 할 능력도 의무도 없다. 민간기업에 요구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는 연식이 20년이 됐고 증개축을 했기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동원물자대상과 거리가 멀지만 동원물자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명분으로 세월호가 국정원의 관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얘기이다.

전문가는 “예를 들어 전시 상황에서는 SUV 차량도 증발대상이 되는데 평시에 차주에게 지정 통보를 하고 연식이 오래되면 지정 해제를 시킨다. 동원물자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차량 관리를 잘해라, 타이어를 교체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 7000톤급 컨테이너선에도 관리하는 국정원 인력이 없는데 세월호에 이래라 저래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은 청해진해운과 국정원의 커넥션이 있다는 얘기”라며 “거꾸로 얘기하면 국정원 배이기 때문에 특별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정원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부각이 되는 것 같은데 정부종합청사나 항공기, 일정규모 이상의 여객선 등은 국가에서 보호해야 될 장비의 대상이고, 지정을 하려면 국정원이 보안성을 측정해야 하고 보안상 사각지대에 CCTV 설치 등 보완사항을 지시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나친 간섭이나 관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비상안전담당관)은 국내 여객선의 국가보호장비 선정 기준과 대상, 세월호의 동원물자대상 여부에 대해서는 “기밀”이라며 관련 내용에 답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