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국면이 이제는 ‘미스터리’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체가 발견됐지만 경찰 내부에서조차 사실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제는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국정원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지난 25일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을 복원한 결과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문건에 ‘선내 여객구역 작업예정 사항’이라는 제목으로 약 100여건의 작업내용과 작업자 등이 기재돼 있으며, 세월호의 천정칸막이 및 도색작업, 자판기설치, 분리수거함 위치선정 등의 선실 작업뿐 아니라 선원들의 휴가계획서 제출, 잔업수당 문제도 언급돼 있다.

대책위는 “이러한 정황은 세월호의 소유주가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는 내용이므로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이거나 운항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추정이 가능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원이 불법 증‧개축에 관여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문건이 세월호 출항날짜인 지난해 3월 15일보다 앞선 2월 27일이라는 점에서 국정원이 세월호의 불법 증개축을 알았을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세월호의 소유주로 불법 증개축을 한 혐의 등으로 유병언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검찰 수사 방향은 애초 잘못됐다.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사안이기도 하다.

   
▲ 지난 4월 21일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에서 작업중인 바지선. 이치열 기자 truth710@
 
국정원은 여전히 뉴스 금기어인가 

하지만 이번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은커녕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언론이 부지기수다.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는 이번 의혹에 대해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아일보 지면에서도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

이 언론들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서부터 국정원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까지 ‘국정원’에 대한 의혹 제기에는 무조건적으로 외면하거나 방어 논리를 펴왔다. 특히 MBC의 경우 ‘국정원’이 뉴스 금기어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들도 여야 공방 차원으로 전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방송사 중에선 SBS, JTBC가 보도했고, 한겨레와 한국일보 등이 지면에서 전했다. SBS <8 뉴스>는 지난 27일 <“국정원, 세월호 관리에 개입 의혹”…논란 확산>에서 “CCTV 추가설치부터 천정 도색작업 같은 세부사항까지 100가지 사항을 지적한 것으로 돼 있다. 국정원은 몇몇 보안항목을 빼고는 국정원과 무관한 지적사항이라고 해명했지만, 세월호 운영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고 전했다.

취재 통해 의혹 제기한 메이저언론사는 JTBC 한 곳

JTBC만이 한 발 더 나아가 관련 내용을 직접 취재했다. JTBC <뉴스9>는 지난 28일 <세월호 노트북에 ‘국정원 지적사항’…국정원-세월호 관계는?>에서 “취재진이 2천톤급 이상 여객선 17척의 유사시 보고계통을 모두 파악한 결과, 세월호만 '국정원 보고'가 명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 JTBC <뉴스9> 7월28일자 리포트
 
JTBC는 “보고계통이 담긴 선박 운항규정은 해운사가 자체적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국정원은 모르는 일”이라는 국정원의 해명을 전하면서도 “그러나 세월호만 보고체계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와 선정적인 취재 방식으로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오명을 얻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아들 유대균씨와 박수경씨 관련 내용을 전하는 과정에선 두 사람의 관계나 ‘치킨’, ‘호위무사’ 등 본질과 전혀 상관없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병언 일가’에 대한 언론의 지나친 관심으로 정작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뉴스 후반부로 밀려났다.

언론들은 이번에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피해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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