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이 오랜 단식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속출하는 데도 이를 외면하고 휴가를 보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돌연 휴가 소감을 밝혀 반발을 사고 있다.

박 대통령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힘들고 길었던 시간들...휴가를 떠나기에는 마음에 여유로움이 찾아들지 않는 것은...아마도 그 시간동안 남아있는 많은 일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라고 썼다.

그는 “무더운 여름, 모든 분들이 건강하길 바라면서”라고 덧붙였다.

이를 본 시민들과 정치권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얼굴들이 있는 것 같다”며 “국회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다며 곡기를 끊고 노숙을 시작한지 벌써 16일째에 접어든 유가족과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자며 오늘로 10일째 단식중인 야당 국회의원이 있는 반면, 선거승리를 위해 웃음 가득한 얼굴로 ‘혁신작렬’을 외치는 당대표와 최고위원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휴가 때 저도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박근혜페이스북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 글을 두고 한 대변인은 “한가로워 보이기까지 하다”며 “더구나 휴가기간 중에도 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에 글을 올린 것은 고정지지층을 겨냥한 우회적인 선거개입을 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며 남긴 글이 주는 한가로움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통곡을 덮고 있다”며 “덮는다고 덮어질 것은 아니다. 이것이 진실로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하는 방식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국민은 한가로운 대통령의 휴가에서 또다시 좌절하고 냉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SNS 상에서도 박 대통령의 휴가와 휴가글에 대한 촌평이 이어졌다. 닉네임 ‘딸복이’(@Wideforest)는 30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10대의 순수한 감성이 묻어나는 글이네요.대통령직말고 다른 걸 해보심이”라고 풍자했다. ‘네모속에 세상보기’(photo_jjang)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단식 17일째. 청와대 관저에 쳐박힌 박근혜 휴가 3일째. 그리고 오늘은 투표하는 날”이라고 썼다.

닉에임 ‘LOBO’(‏@lee_0810)도 트위터에서 “나라를 말아먹고 아이들에게 부채의 짐까지 떠넘기는 박근혜”라며 “선거전 또 감성팔이로 휴가심경 폐북에 남기는 얕은 속임수나 벌이고, 박근혜의 실체를 전세계에서 까발리는데도 정작 나라 안 언론을 기레기로 만들어 국민을 또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이 엄중한 시기에 휴가? 휴가 가서 할 일이 많다고? 그냥 돌아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닉네임 ‘大韓民國號 求難’), “휴가를 보내고 있는 박근혜에게는 국민도 국가도 없다. 대통령, 청와대, 정부가 따로따로 분리된다 생각하는 분이라 그런가보다. 휴가 간김에 그냥 쭉 쉬시길”(닉네임 서율-@5155) 등 냉소를 보낸 글도 나왔다. 

   
박 대통령의 지난해 여름휴가 때 사진. 사진=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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