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사무총장이 인사 전횡과 편파 심의의 책임자로 지목되면서 교체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지부장 김영수)는 방통심의위 정상화를 위한 3대 과제를 제시하며 사무총장 공모제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6:3 구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위원장에 대한 줄서기 문화와 파행적인 인사·보수 체계는 사무처의 왜곡된 위원회 업무 보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방통심의위지부는 이러한 업무분위기가 조성된 데는 박만 전 위원장과 함께 박영찬 사무총장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인사권은 위원장의 권한이지만 박 사무총장 역시 파행 인사의 한가운데 있었다는 것이다.

내부에서는 논란이 된 인사의 예로 박만 전 위원장이 특별채용했던 직원이 최근 재계약된 일을 꼽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취임 전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직원을 2011년 12월부터 자신의 임기 만료 시점인 올해 5월까지 기능업무 계약직으로 특별채용해 위원장 비서로 인사발령냈다. 문제는 박 사무총장이 위원장의 임기가 끝난 이후 이 직원의 재계약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것이다. 방통심의위지부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 등 양대노조는 이 일을 두고 박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 아무개 전 통신심의실장의 인사 조치도 논란이 됐다. 박 전 실장은 사전검열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성기 사진을 게시한 박경신 전 위원에 대해 자신의 SNS에서 욕설을 하고 통신심의소위 의결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야당 추천 위원들로부터 징계 요구를 받기도 했다. 그 뒤 실무에서 배제됐지만 이 기간 국방대학원에서 10개월간 연수한 후 권익보호국장으로 복귀했다.

뿐만 아니라 승급소요연수(2년)가 지나면 대체적으로 승진해왔던 4~7급 직원들의 승진을 늦추거나 승진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직원들에 대한 ‘길들이기’를 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왔다. 2012년에는 승진 대상자의 78%를 승진에서 누락시켜 논란을 빚었다. (관련기사 <방통심의위 직원 길들이기 논란 “무조건 충성 바라나”>)

원칙 없는 인사는 위원회의 편파 심의에도 일조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사무처가 위원들의 잘못된 심의나 심의규정 조항 적용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하는데 뚜렷한 이유 없이 승진시키지 않거나 일부 직원들에 대해서만 특혜를 주는 계속된 ‘인사 참사’로 제대로 된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2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내내 정치 편파 심의 논란에 휩싸였다. ⓒ미디어오늘
 
박 사무총장이 2011년 5월 임명된 이후 쌓여온 인사 불만은 박만 전 위원장의 임기 만료로 더욱 커지고 있다. 통상 사무총장의 임기는 위원장의 임기 시간에 맞춰져 있지만 박효종 신임 위원장은 신임 사무총장 임명 및 박 사무총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박효종 위원장이 비언론계 출신인 탓에 사무총장에 앉힐 만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고, 기존 사무총장을 연임시키는 것이 안정적인 조직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낙하산’ 논란을 이번 기회에 청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987년 출범한 방송위원회(방통심의위 전신) 이후 청와대 출신이 사무총장으로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서상기 의원실 보좌관이었던 박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권 때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간 뒤 방통심의위에 왔다. 당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이 기관의 사무처장에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 임명되자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이와 함께 박 사무총장의 중앙일보 경력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네이버 인물 정보에는 ‘중앙일보 기자’라고 돼 있지만 기자 출신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사무총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거듭했다. 사무총장 공모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중앙일보 경력에 대해서는 “취재 기자는 아니고 조사 기자였다. 1989년 입사 당시에는 ‘조사 기자’라는 게 있었고 1년 반 정도 근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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