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KBS 사장 후보자가 지난 28일 오전 KBS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지난 9일 이사회가 신임 사장 후보자로 지명한 후 19일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 직전인 지난 25일 조 대현 KBS사장에 대해 최종 재가했다. 조 사장은 길환영 전 사장의 임기인 내년 11월까지 1년 4개월여의 임기를 시작했다.

조 사장은 취임식을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했다. 나름 변화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조 사장은 “KBS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확실히 끝내겠다”고 밝혔고, “KBS 내부 인사의 권위와 조직문화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소통으로 신뢰를 쌓아가되 원칙을 지키는 노사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조 사장은 취임식 후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 등 양대 노조를 방문했다. KBS 사장이 KBS본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사장이 취임 첫 행보로 양대 노조를 방문한 것과 관련, KBS 안팎에선 내부 구성원을 다독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 사장 취임에 대한 큰 반발이 일어나지 않은 것도 주목해서 봐야 할 대목이다. KBS노조는 조 사장에 대한 취임저지 투쟁에 나섰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KBS노조는 노보를 통해 “지금부터 조대현 사장의 모든 정책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조대현 사장 반대’에서 ‘감시와 견제’로 넘어간 것이다.

KBS 안팎에선 조 사장이 일단 KBS에 ‘연착륙’ 한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전 사장들이 출근저지라는 몸살을 겪은 것과도 대조된다. 전임 길환영 사장이 유례없는 양대 노조 파업과 사내 직능협회의 제작거부 등 KBS 사내 구성원들 대부분의 반발을 초래하고 사퇴한 만큼, 조 사장으로서도 내부 구성원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KBS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조대현 KBS 사장. 사진=KBS 제공
 
그러나 조 사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조 사장이 부사장 시절 “KBS를 관제방송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조 사장에 대한 임명 승인을 2주가 넘게 끌자 정부가 KBS 사장을 ‘길들이기’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무엇보다 취임 직전 길환영 전 사장 퇴진 투쟁과 관련해 사내 구성원들에 대한 징계절차가 착수되면서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KBS본부는 기존에 제시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위한 방송법 개정 추진 △취임 1년 시점에 사장 신임평가 실시 △주요국장 임명동의제 등 국장책임제 도입 △부당인사 원상회복 △인적 쇄신대화합 조치 등 5개 요구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조 사장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향후 ‘조대현 체제의 KBS’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은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징계여부와 보도본부 등 제작실무부서에 대한 인사조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KBS본부가 제시한 5가지 요구안 중 제도적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지만 제작부서 등에 대한 인사는 즉각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KBS본부는 국장급 간부에 대한 조합원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길환영 사장 시대 ‘부역자’ 역할을 하며 공정방송에 누를 끼쳤던 인사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KBS본부는 “조대현 사장은 노동조합을 경영의 한 파트너라고 말했다”며 “KBS가 성공한 기억을 신임사장 임기 중에 남길 수 있도록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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