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유씨의 것이 맞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발표 이후 2개월 동안 헛발질만 했던 유병언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최초 변사체엔 아랫니 없어…키도 150cm” “잘못 파악한 것”=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유병언의 시신이 정말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노컷뉴스는 29일 “전남 순천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던 변사체와 관련한 최초 관련자들의 진술이 국과수 발표와 큰 차이를 보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2일 새벽 전남 순천장례식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과 함께 입회한 관계자들이 최초로 측정한 시신의 크기는 150cm로 25일 국과수 발표(159.2cm)와 다르고, 치아 역시 금니가 5~7개 뿐이며 아랫니는 안보였다고 기자들에게 증언했다는 것이다. 또한 “유병언이 110% 아니다”라는 말도 남겼다는 것.

그날 발표 직후 경찰 관계자가 배경설명을 하는 자리에서도 “시신의 금니 10개는 위에만 있었고 아랫니는 다 빠져있었다”고 말했다고 노컷뉴스는 전했다. 국과수 발표로는 금니가 윗니 6개, 아랫니 4개로 모두 10개였다.

이와 관련해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법률위원장은 이날 “22일 새벽 순천경찰서와 전남도경 관계자가 입회한 직후 국민일보·CBS 및 두 통신사 등 4명의 기자에게 외관상 유병언이 아니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현장에 있던 한 기자가 우리 당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국과수가 발표한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유병언 사건 순천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외관상 유병언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경찰관계자는 실명이 확인되지 않아 사실확인이 어려우므로 관련정보 확인시 명확한 사실관계를 공개하겠다”고 해명했다. 시신의 신장이 150cm였다는 데 대해 경찰은 “분리된 머리와 몸통을 붙여 신장을 측정한 결과 ‘150~154cm 가량 되나 목뼈 3개가 없어 무의미하다’는 대화는 있었으나 목뼈 3개를 제외한 채 측정한 신장에 대한 공식 감정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아랫니가 빠져있었다는 진술에 대해 경찰은 “아래턱뼈 양쪽 6, 7번 치아의 보철물이 확인된다는 1차 감정결과(6월 13일)와 2차 부검결과(7월 22일)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소장 서중석)가 발표한 변사체 부검결과 발표시 시신과 유병언의 금니 비교 장면.
ⓒ연합뉴스
 
그러나 기사를 쓴 최창민 전남CBS 기자는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시 현장의 변사체에 대한 진술과 국과수 시신에 대한 진술이 다르기 때문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며 자신을 포함해 여러 기자들이 22일 새벽엔 현장에 있었으며, 그날 오전 배경설명 때도 여러 기자들이 함께 취재했던 내용이라고 전했다. 최 기자는 “금이빨은 부식이 안되기 때문에 당연히 육안으로도 식별되지 않겠느냐는 상식적 의문에서 접근한 것”이라며 “‘110% 유병언이 아니다’라는 경찰의 말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나온 수사관계자의 말인데 당연히 신뢰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어떻게 사망했나…자살은 불가능, 타살은?=유병언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어떻게 사망에 이르게 됐는지도 미스터리이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교수(서울디지털대 경찰학부)는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체가 발견된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을 직접 검증한 결과 자살이나 자연사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사체가 발견된 매실밭은 수십호에 이른 민가가 모여 있는 신촌리 마을의 끝자리에 위치에 있고 가장 가까운 민가는 30미터 거리 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며, 개들이 많고, 매실밭과 고추밭이 5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다는 ‘개방’된 장소로 최대 18일 동안 사체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배 교수는 밝혔다. 배 교수는 “그런 장소에서 자살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사체가 옮겨졌을 가능성)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숙자로 위장해 사체를 옮겼을 가능성도 나온다. 사체에서 고가의 점퍼 주머니에 손바닥 크기의 깨진 사기그룻과 비료포대, 천 가방이 양말로 묶여 있는 점,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노숙인의 죽음으로 위장한 흔적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4월에 노숙자 사체를 봤다는 증언, 벙거지 모자를 쓴 노숙자가 마을을 돌아다니다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증언 등도 나온 상태이다.

   
유대균씨가 지난 25일 검거되는 CCTV 영상 캡처. 인천경찰청이 제공.
ⓒ연합뉴스
 
순천경찰서 수사본부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어 의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노숙자로 스스로 위장했는지 누군가 위장했는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언 시신 확정 발표 이후 갑작스런 수사급물살 왜?=또한 유병언씨의 시신이라는 국과수 발표가 있던 지난 25일부터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특히 이날 오후 5시엔 세월호 불법 증축에 국정원이 관여했다는 문건이 공개돼 의혹이 증폭됐으나 불과 2시간 만에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가 붙잡혔다는 검경의 발표가 앞다퉈 나왔다. 28일엔 유병언 도피 조력자 ‘김엄마’가, 29일엔 유병언씨 운전기사인 양회정씨가 각각 자수했다. 차남 유혁기 씨를 제외한 모든 유병언 일가와 친인척, 핵심 측근들이 사실상 일망타진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처럼 일사분란한 사건처리 배경도 미스터리의 하나로 떠오른다. 재보선 과정에 악재를 덮고 세월호 참사 분노를 무마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은 곳곳에서 나왔다.

이에 반해 유병언 시신 발견이라는 소재 자체가 현재까지는 박근혜 정부의 악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유병언 시신 발견 발표 이후 주춤하던 하락세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한 국회의원은 “분명한 악재인데 왜 이 시점에 유병언 시신을 공개한 것인지도 조사해봐야 할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시절 춘추관장을 지낸 이상휘 세명대 초빙교수는 “정부가 조작을 했다는 식의 음모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으니 제기된 의문에 정부가 책임 있게 답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