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해 거짓말하고 있다. 7월 27일자 조선일보는 보건복지부를 인용하며 “의료법 개정 전에도 98%에 달하는 병·의원이 이미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이 가능했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병·의원에 98%의 병원이 가능했던 부대사업과 자법인 설립을 허용해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거짓말이다. 우선 이번 개정안은 의료법 개정안이 아니다. 시행규칙 개정안이다. 의료민영화 반대여론이 너무 높아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시행규칙을 바꾸자는 꼼수다. 그런데 ‘의료법 개정’이라니?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더 문제는 ‘98% 병·의원에 이미 부대사업과 자회사가 가능했다’는 거짓말이다. 의료법과 의료법 시행령에는 비영리법인병원은 부대사업까지 포함하여 영리추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98%라는 숫자는 우리나라의 동네의원, 한의원, 치과의원을 포함한 숫자다. 숫자로만 따진다면 3천여 개 병원을 제외한 구멍가게 의원들이 95%로 가장 많다. 이 의원들은 부대사업이나 자회사를 운영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지금 문제는 병원이다. 병원 문제를 따지면서 병원은 전체 의료기관 중 5%밖에 안되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대형병원이다. 입원할 침대(이걸 병상이라 부른다)가 최소 100개에서 300개 이상 되는 대형병원들 말이다. 이런 병원들이 바로 의료법인과 대학병원들이다. 이 대형병원들에게 모든 부대사업과 영리자회사를 허용해주겠다는 것이 이번 의료민영화 조치의 핵심이다.

병원에서 개발한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처방하는데 이를 거부할 수 있는 환자는 없다. 또 쇼핑몰 수준으로 부대사업이 늘어나면 건강을 내세우는 식품과 옷과 가구 등도 강매될 것이다. 허리에 좋은 의자를 이미 일부 병원에서 팔고 있듯이 몸에 좋은 상품은 무엇이든 팔 수 있다. ‘침대가 과학’인 시대가 가고 ‘침대가 의학’인 시대가 올 것이다.

그 뿐일까? 수영장을 이용한 아쿠아치료, 헬스클럽을 이용한 물리치료가 등장할 것이다. 건강보험은 당연히 적용되지 않는다. 호텔업은 외국인 환자유치를 위한 것이란다. 그러나 이 호텔에는 내국인도 묵을 수 있다. 1박 2일 아니 2박 3일형 건강검진은 호텔과 연계될 것이다. 그리고 이 부대사업을 모두 영리자회사로 허용하겠단다.

조선일보의 또 하나의 거짓말. 대학병원 등 다른 법인병원은 이미 영리자회사를 가지고 있단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대병원의 헬스커넥트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환자들의 건강관리를 해주겠다고 만든 합작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의료법위반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헬스커넥트 홈페이지에 가면 모바일서비스를 통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사기업이, 그것도 통신기업이 가장 비밀스러운 개인질병정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당신의 성병, 정신병 등에 관한 정보를 말이다. 개인정보가 거의 공공재가 된 한국사회에서 통신회사가 건강관리를 맡는 것이 타당할까? 그런데 의료법 시행규칙과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이 통과되면 현재는 불법이거나 편법인 이 대학병원의 영리합작회사들도 사후적으로 합법화된다. 삼성, 아산, 세브란스병원도 모두 LG, KT, SK통신사들과의 합작회사를 출범시키려고 하고 있고 이미 시범사업까지 마친 상태다.

   
▲ 우석균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마지막으로 조선일보는 지난 24일 기사를 통해 이미 한국의 병원 90%가 사립이므로 의료민영화는 없다고 한다. OECD 국가들의 평균 공립병원 비중은 73%다. 미국조차 27%다. 한국은 10%라 더 이상의 민영화는 없단다. 이미 망가졌으니 좀더 망가져도 뭐가 어떻냐는 건가? 미국회계감사원의 1993년 보고서는 1980년대 미국 비영리병원의 영리합작회사들이 의료비를 오르게 하고 지리적 장벽을 높게 함으로써 비영리병원을 영리병원과 유사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면서 규제 필요성을 지적했다. 바로 지금 우리가 보는 이런 규제완화를 통해 미국에 지금의 의료지옥의 현실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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