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28일부터 5일 동안 휴가를 보내고 있다. 청와대 밖을 떠나는 것이 아니고 방에 콕 박혀 지낸다는 ‘방콕’ 휴가라 한다. 야권 일부에서 박 대통령의 휴가 계획에 대해 적절치 않은 것으로 논평을 내기도 했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를 가기 전과 후가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원래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휴가라 할 것이다. 여기서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가 돼서도 안된다. 그런데 어쩌랴! 시국이 시국인지라 박근혜 대통령이 마음 편한 휴가를 보낼 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박근혜는 대통령이 된 순간부터 편안한 삶과는 담을 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 또한 박근혜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 앞에 어떤 운명과 위기가 닥쳐도 결코 남을 원망해서는 안된다.

지금 박근혜는 일생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위기도 자신이 자초한 것이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답이 나온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청와대를 거쳐 간 대통령들이 처했던 위기 상황과 비교해도 지금이 더 위중(危重)하다고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이승만 독재자는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민주시민들을 유혈 진압해 4·19혁명을 불러일으키며 대통령직에서 쫓겨나 하와이로 가서 생을 마감했다. 독재자를 몰아낸 우리 국민들이었지만, 그가 서울을 떠날 때 수십만이 거리로 나와 환송(?)했다. 이승만과 달리, 박근혜 아버지 박정희는 자신이 자행한 무자비한 독재와 폭압정치의 희생자들과 국민들이 내리는 심판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죽었다. 행일까 불행일까?

지금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대통령이 자초한 잇따른 인사 참사도 모자라, 무능과 부패로 범벅이 된 국정과 위기 앞에 민생과 나라 경제가 멍들고 있다. 이대로 가면, 박근혜 대통령은 ‘죽은 유병언’의 망령에 쫓기다 임기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마는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번 휴가가 박근혜에게 ‘마지막 기회’다. ‘변태(變態: metamorphosis)’한다는 각오로 큰 전기(轉機)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 후 세월호 특별법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결단을 내리느냐 여부가 첫번째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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