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 논의 초기에 ‘충분한 보상을 할 마음과 의사가 있다’고 강조하더라고요. 거기서 벽을 딱 느꼈죠. 저분들은 ‘충분한 보상’이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구나, 우리의 ‘진상규명’ 요구를 다 가짜로 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충격이었죠.”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배·보상금을 더 받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태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정략적 목적이나 다른 의도가 있어서 논의를 배·보상으로 몰아가는 거라면 인간적인 호소를 하든 술 마시면서라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이건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며 “그냥 주호영 정책위의장 말대로 ‘교통사고’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로 시작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단순 교통사고로 끝날 일을 왜 참사로 만들었냐는 거죠. 대안으로 나온 안전한 나라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사고 수습과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 거에요. 이걸 간과한다면 진상규명을 안하겠다거나 마찬가지죠.”

   
▲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
@이치열
 
유 대변인은 새누리당 의원을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되짚어 보면 새누리당 주요 인사의 발언은 그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주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조류인플루엔자(AI)에 비교한 조원진 세월호특위 간사, 유가족 퇴장과 카톡 글 논란을 일으킨 심재철 세월호특위 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유 대변인은 “내 앞에서 뻔히 거짓말 하는 공무원을 보면서 소리도 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건 부처도 예수도 못하는 것”이라며 “그런 가족을 내쫓는 건 세월호 참사가 비극이라는 점에 공감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크다”고 비판했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과의 충돌은 단적인 사례다. 유 대변인은 나 후보측을 향해 “굉장히 미련하거나 여당 입장에서는 진상규명이 안 된다는 걸 실토한 것이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우리 서명단이 영향을 미치려고 했으면 선거운동 첫 날부터 동작에 가있었겠죠. 우리 서명단은 현재 전국 순회 중이고 그 순서에 따라 동작을 방문했던 거예요. 그쪽 반응을 보면,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죠.”

 
유 대변인에게 진상규명은 아이들이 오롯이 남기고 간 숙제다. 유 대변인은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알려 달라는 건 먼저 간 아이들의 명령이고 마지막 바람”이라며 “그래서 이렇게 목숨 걸고 하는 건데 그분들(여당 의원들)은 그 말 자체의 뜻을 이해 못 한다”고 답답해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 전후 언론에 대한 인상도 바뀌었다. 유 대변인은 “초기에는 단순 사실 보도 등에서 최근에는 심층 보도가 많아 진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다만 유 대변인은 “영향력이 큰 지상파와 메이저 3대 언론사가 사실관계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며 “SBS는 애쓰는 게 보이고 MBC는 솔직히 너무 서운하고 KBS는 사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기자들이 애를 썼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종편에 대해서는 “JTBC는 우리 가족들이 항상 고마워하고 있지만 그외 채널은 우리보다는 주변, 특히 구원파와 유병언에 너무 집중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언론에 대해 그는 “사고 후 다양한 인터넷 언론을 알게 됐는데 우리 이야기를 제일 열심히 들어주고 왜곡 없이 보도하는 걸 안다”며 “인터넷 언론 기사가 더 많은 분들에게 읽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KBS ‘다큐3일’의 세월호 관련 제작이 거부된 것과 관련, 유 대변인은 “총책임자가 주관이 있고 철학이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형식 논리에 갇혀서 생각하는 건 지시하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이거나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 공영 방송 책임자라는 게 굉장히 불행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 자리 잡은 지 19일째, 가족들과 이야기해보자고 찾아오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없었다. 눈인사 하는 의원이 그나마 인간적이다. 유 대변인은 “참사 후 거의 매일 만나 밥 먹고 논의했던 한 의원은 우리가 본청 앞에 자리 잡고 앉은 후부터 한 번도 안 왔다”고 말했다.

어느새 단식도 17일을 훌쩍 넘었다. 유 대변인과 인터뷰한 이날(28일)도 오전 2명이 병원으로 실려갔다. 유 대변인도 볼 살이 줄고 얼굴이 까맣게 탔다. 양손에는 습진이 올랐다. 가족들은 지쳐가는 데 국회는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다.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과 세월호 국조특위 청문회 증인 채택 등에 난항을 겪고 있다.

   
28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본지 김유리 기자(왼쪽)와 유경근 대변인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에 건너편에는 유가족들이 모여 앉아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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