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일을 맞아 몇몇 언론들이 ‘세월호 100일 변한 것이 없다’는 내용의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여야가 특별법 제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관피아 등 ‘적폐’로 지적된 문제점들이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언론은 얼마나 변했을까.

다수 언론은 검찰의 유대균 검거소식을 다루며 본질과 관계없는 가십성 보도를 쏟아냈다. 유병언 일가가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게 된 이유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 때문이다. 유병언씨가 세월호의 증‧개축에 관여했고, 유대균씨 등 그의 자식들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5일 유대균씨가 검거된 이후부터 언론에 쏟아진 보도들은 이 같은 ‘본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중동과 종편이 벌인 ‘치킨’ 논란이다. 지난 27일 유대균씨가 도피 중 뼈 없는 치킨을 주문했다는 내용의 채널A 단독보도와 동아일보 기사를 시작으로, 28일 유대균씨가 치킨은 물론 ‘인스턴트 음식’으로 연명했다는 조선일보 기사가 나왔다. 중앙일보는 28일 치킨을 먹은 것은 맞지만 주문한 사람은 유대균씨가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TV조선은 28일 치킨을 시켜 먹은 적이 없으며, 닭을 싫어하고 해산물을 좋아한다는 유대균씨의 반론(?)도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사라진 자리에 치킨이 남았다.

치킨 외의 또 다른 키워드는 ‘만두’다. 언론은 유대균씨가 갇혀있는 동안 만두만 먹었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포탈에는 ‘만두’와 ‘유대균’이 들어간 어뷰징 기사들이 쏟아졌다. 
 
   
▲ ① 26일자 TV조선, ② 26일자 채널A, ③ 27일자 채널A, ④ 27일자 채널A, ⑤ 28일자 채널A, ⑥ 29일자 MBN
 
영화 ‘올드보이’와 유대균씨를 연결시킨 기사도 나왔다. 채널A는 27일 ‘뉴스TOP10’의 한 꼭지로 ‘실제 상황 올드보이’라는 키워드를 언급하며 “유대균씨의 도피 생활이 알려지면서 다시 화제 되고 있는 영화가 하나 있다. 올드보이 주인공이 15년 간 갇혀서 만두만 먹은 내용이 유명하다”고 전했다. 자막으로 “유대균 3개월 간 만두로 버텨…20kg 빠져”라는 내용이 나갔고 누리꾼들은 “원푸드 다이어트인가” “나도 만두 먹고 살 빼야지”라며 조롱했다.

‘진보언론’도 어뷰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경향 디지털뉴스팀은 27일 <‘올드보이’처럼 그럴 만두하군!…“유대균, 만두가 주식”>이라는 기사에서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는 점” “만두가 공급됐다”는 점 등을 올드보이와 유대균씨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유대균씨가 ‘살이 쪘다’는 점을 부각시킨 기사들도 있었다. 26일 조선일보 3면 기사 제목은 <유대균, 석 달 도피 생활에도 수배 전단 속 살찐 모습 그대로>이다. 서울신문은 26일 온라인에 <신엄마 딸 박수경, 유대균 지키며 4월 이후 오피스텔 기거...뒤룩뒤룩 살찐 유병언 아들 유대균, 수척한 미인형 박수경 검거 후 인천 광역수사대 압송>이라는 긴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관리시스템 부재나 재난구조대응체계의 미비점 등이 아닌 개인의 비리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그런 접근마저도 선정적이고 인격권을 침해한 보도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유대균씨와 함께 검거된 박수경씨의 사생활을 터는 보도가 ‘인격권을 침해한 보도’의 대표 사례다. 박수경씨의 미모와 결혼 사실, 태권도 경력 등 세월호 참사, 유병언 일가 경영비리와는 하등 관계가 없어 보이는 내용의 보도들이 가십거리로 소비됐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이 모자이크도 없이 얼굴을 내보내고 체포하는 장면까지 낱낱이 보여줘야 할 만큼 박씨가 사회적 해악을 끼친 인물인가“라며 ”심지어 불륜이나 연인관계인 것처럼 몰고 가려는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 이해가 안 간다.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한편 유대균 관련 보도로 종편 못지않게 질타를 받은 매체는 YTN이다. YTN이 유대균씨가 살이 20kg 빠졌다는 소식을 속보로 전하거나, 태권도 전문가들을 불러 박수경씨의 태권도 실력에 대해 묻는 등 종편하고 별반 다를 게 없는 보도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YNT의 한 기자는 “종편이 자극적인 뉴스로 대중들을 일시적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 같다”며 “이러한 현상이 YTN처럼 비정상적인 권력구도를 갖고 있는 매체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언론 전반이 사이버언론이 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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