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의 시디에 나눠 담은 곡은 무려 21곡. 그 중에는 “Wake Up", "평화”, “평등한 자유”라는 표현만이 아니라 “모든 전쟁은 자본의 논리라는 걸 / 미친 자본가의 욕망 속에서 우린 죽어간다는 걸 / 그래 우린 모두 다 알지 / 결국 사회구조를 바꿔야만 한다는 걸 / 온 민중이 대항해 / 혁명을(‘우린 모두 다 알지’)”처럼 직설적이고 비판적인 노랫말이 번득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유신공주를 구원하소서 / 자본의 번영과 국가의 안녕엔 반드시 독재가 뒤따라야만 하니 / 하늘이시여 우리의 수첩공주를 지켜주소서('God Save The Princess')"나 ”MB is Shit"이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Shit'도 만만치 않다. 현실 참여적이고 저항적인 노랫말이 다수는 아니지만 가사의 강도는 우리가 흔히 민중가요라고 부르는 음악들과 비교해보아도 결코 약하지 않다. 무척이나 강도 높은 비판이고 표현의 수위도 높은 비판이다. 2000년대 이후에는 민중가요 진영에서만이 아니라 인디 신에서도 사회적 의제에 참여하고 현실의 문제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스카 웨이커스의 음악들은 그 가운데 어느 뮤지션의 음악보다 표현의 강도가 세다. 그래서 이렇게 급진적인 음악이 민중가요 진영의 바깥에 출현했다는 것부터가 굉장히 유의미한 사건이다. 이제는 민중가요 진영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적 근거가 거의 상실되어버린 현실에서 민중가요 진영의 문제의식을 이어받는 뮤지션이 등장했다는 것은 민중가요 운동과 진보적 대중음악의 접점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한 지점이다.
▲ 스카 웨이커스 (이광혁(드럼), 정세일(보컬, 퍼커션), 이종현(베이스), 최정경(색소폰), 박재영(키보드), 천세훈(트럼펫), 안병용(기타), 이준호(트럼본)) | ||
그런 점에서 볼 때 스카 웨이커스의 음악은 메시지의 진보성만이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힘이 있다. 스카와 레게 등의 중남미 음악을 주로 구사하는 스카 웨이커스의 음악은 스카 음악의 자유분방한 에너지와 그들이 추구하는 해방의 가치가 투박하지만 열정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들의 음악은 섬세하거나 정교하지는 않다. 그 대신 스카 웨이커스의 음악에는 싸우는 현장만이 아니라 신나게 어울리는 현장에서 느껴지는 다급함이 있고, 생동감이 있고, 열정이 있다. 그 다급함과 생동감과 열정을 진정성이라고 불러야 할지, 현장성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스카 웨이커스 음악의 온도는 단지 비판의 강도만으로 뜨거운 것이 아니다. 보컬의 목소리는 노래가 구호가 되는 순간이건, 고백이 되는 순간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끄집어 내는 듯 진솔하고, 보컬을 아우르는 밴드의 연주 역시 라이브 연주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그래서 스카 웨이커스의 음악은 듣는 순간 듣는 이의 이성과 감성으로 곧장 치고 들어온다. 멋 부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어오면서 듣는 이를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음악은 자메이카의 스카와 레게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게 만든다. 그 곳에 가본 적도 없고, 그 곳에서 직접 스카와 레게를 들어본 적도 없기에 지금 그 곳에서 스카와 레게가 어떻게 생산되고 향유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카 웨이커스의 음악이야말로 지금 이 곳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친근한 태도로 스카와 레게를 생산하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해보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그만큼 스카 웨이커스의 음악에는 생생한 에너지가 넘쳐난다. 분명 그 곳에서도 저자거리의 음악이고, 가진 사람보다는 없는 사람의 음악이었을 스카와 레게가 이렇게 2014년 한국에서 살아가고 싸우는 이들의 언어가 되었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 스카 웨이커스 정규 1집 ‘Riddim Of Revolt’ | ||
또한 이들의 비판정신은 외부의 권력만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까만 자동차를 갖고 싶”은 자신과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과 소통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그리고 스카 웨이커스는 진보적인 메시지만을 노래하는 팀이 아니다. 이들의 노래 속에는 사랑의 설레임이 있고, 이별의 슬픔, 쉼과 자유에 대한 갈망 역시 함께 표현되어 있어 스카와 레게가 여느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두 장의 시디로 내기보다는 수록곡을 엄선해서 한 장의 시디로 담았어도 좋았겠지만 스카 웨이커스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보여주는 기록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