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던 시민들에 대해 나경원 새누리당 동작을 후보 캠프 선거운동원들이 세월호 영상차량 위에 올라타는 등 노골적인 방해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나 후보에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하는 시민의 팔을 꺾고 폭언을 했다고 당사자가 주장하는 등 반발을 사고 있다.

28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소속 회원과 민주쟁취기독교행동 정태효 목사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3시부터 서울 동작구 지하철 남성역 나경원 후보 선거사무실 맞은편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 호소를 위한 차량 방송(LED 동영상)을 하던 시민들에게 나 후보 유세단이 차를 빼달라고 요구했다. 나 후보 유세는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돼 있었다. 양측은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차량을 뒤로 5m 정도 빼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나경원 후보 선거운동원 세명이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 동영상 차량 위에 올라타 걸터앉아버렸다. 이는 사진으로 촬영됐다. 사진을 보면, 나경원 후보 어깨띠를 맨 선거운동원 3명(남성 2, 여성 1)이 동영상이 나오는 차량 정면에 걸터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현장에 있었던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회원인 김태섭씨는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애초 낮 12시부터 이수역(태평백화점)에서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을 받다가 2시30분경 남성역(나경운선거사무소)으로 세월호 LED 동영상차량만 옮겨 3시부터 동영상을 틀어놓고 있었다”며 “나 후보측에서 4시부터 집중유세한다고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해서 5미터 정도 빼주고 볼륨도 최대한 낮춰줬는데, 갑자기 세 명이 올라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차량을 뒤로 물려주고 나서 5분쯤 뒤인 오후 4시20분 쯤 세 명이 올라탔다”며 “이들이 올라타는 바람에 ‘세월호 미공개 동영상’이라고 크게 써있던 글씨가 가려져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는 명백히 송출을 방해한 것”이라며 “이들은 유세 동안 ‘세월호’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더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지난 27일 오후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 촉구 동영상 차량 위에 올라탄 장면. 사진=정태효 목사
 
김태섭씨는 또한 나경원 후보 선거운동원들과 지지자들이 자신을 폭행하고 폭언을 일삼았다고도 폭로했다. 김씨는 “나는 4시35분쯤 나경원 후보 유세하는 쪽에 서있던 나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외치면서 나 후보에 다가가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고 물었더니 선거운동원들이 날 에워싸 린치를 가하면서 내 오른팔을 비틀고 옷을 잡아당기는 과정에서 손톱에 긁혀 살점이 나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날 보고 ‘개XX’, ‘저XX 죽여버려’라고 폭언을 일삼기도 했다”며 “내가 요구한 입장에 대해 나 후보는 도망가다시피 피했고, 그 대신 폭행으로 답변을 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씨는 “날 폭행한 사람에게 ‘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 뿐, 막지말라, 왜 팔을 비틀고 폭행을 하느냐’고 요구했지만 폭행은 계속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서명운동 차량을 운행한 것과 관련해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정태효 전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의장은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마지막 동영상을 LED 차량으로 해보자고 해서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돌리고 있는 것으로 지난 26일 평택부터 순회해왔다”며 “그런데 마치 우리를 노회찬의 운동원으로 전락시킨 것은 세월호 유가족 뿐 아니라 시민들 모두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왜 동작을 한 복판이자 나경원 후보 사무실 앞에서 했는지에 대해 김태섭씨는 “동작을은 서울에서 유일한 재보선 지역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슬픔과 분노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서명운동을 계속해왔던 일환으로 한 것”이라며 “정치인들이야말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할 사람이니 ‘공약으로 내걸던지, 입장을 분명히하던지, 유가족과 시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라’는 요구를 당연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경원 후보 캠프는 세월호 차량에 올라탄 것은 돌발적인 것이었으며, 시민에 대한 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27일 오후 나경원 후보 사무실 건물이 보이는 전경. 사진=정태효 목사
 
나 후보 캠프의 한성연 공보팀장은 28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선거운동원 등록을 한 임시 선거운동원들이 옆에 서있다가 걸터앉은 것 같다”며 “유세차를 점거, 방해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 행위가 세월호 차량 방송 방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냐는 지적에 한 팀장은 “경솔했던 부분은 있는 것 같다”며 “우리도 당황했다. 그 행동 자체는 문제라고 본다. 계획적인 것이 아니라 돌발적인 행동이었다. 그 자리에서 우리도 빨리 내리라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김태섭씨의 팔목을 비틀고 폭행을 가했다는 김씨 주장에 대해 한 팀장은 “김무성 대표까지 참가한 대규모 유세였으며, 기자들도 굉장히 많이 있었는데, 팔목 꺾고 폭행하는 일이 있었을 리가 없다. 어딘가 풀 동영상도 있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찰과상을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 팀장은 “그렇게 따지면 그 정도의 찰과상은 우리도 입었을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서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과 관련해 노회찬 후보를 선거법위반으로 고발한 것에 대해 한 팀장은 “어제 현장에서 본 것은 4대강이나 세월호 피켓을 들고 있는 분들이 세월호 등의 호소만 한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지나가면 ‘기호 4번 부탁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위 기사가 나간 뒤 나경원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28일 오후 입장을 내어 전날 남성역 유세장 근처에 있었던 선거 및 유세 방해, 선거운동원 폭행에 대해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김태섭씨를 사법당국에 고발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 후보 캠프는 폭행당했다는 김씨에 대해 “김씨가 남성역 집중 유세장 인근에서 국회의원 및 당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을 하는 등 나경원 후보 선거운동을 방해했다”며 “유세 종료 후 나 후보에 빠르게 돌진하면서 위해를 가하려던 중 나 후보 측 선거운동원이 이를 제지하려 하자 물리력과 위력을 동원하여 선거운동원을 폭행했다”고 설명했다.

나 후보 캠프는 “김씨에게 폭행을 당한 선거운동원은 목과 턱 부위에 찰과상을 입었고 발생한 상처 때문에 일부 식사 등에 문제가 있는 상태”라며 “김씨가 유세장에서 있었던 사건을 마치 본인이 폭행을 당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본인의 SNS 계정에 게재했으며, 미디어오늘에 인터뷰까지 했다”고 김씨와 함께 미디어오늘도 비난했다.

[기사보강 7월 28일 오후 6시17분]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