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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균 검거, ‘호위무사 사생활’과 ‘치킨’에 열 올린 언론
유대균 검거, ‘호위무사 사생활’과 ‘치킨’에 열 올린 언론
[비평] 유병언 일가 ‘세월호 책임’ 아닌 가십거리 치중하는 언론…치킨 주문이 그렇게 중요한가

유병언씨가 사체로 발견되고, 유병언씨의 장남 유대균씨가 도피 98일 만에 붙잡혔다. 검찰이 유병언 일가를 붙잡으려 한 이유는 ‘세월호 참사 책임’이다. 하지만 그간 몇몇 언론은 유병언 일가에 대해 보도하며 ‘세월호 책임’이 아닌 온갖 가십거리에 집중했다. 유대균씨가 검거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5일 유병언씨의 장남 유대균씨가 검찰에 붙잡혔다.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던 ‘신엄마’ 신명희씨의 딸이자 유대균씨 ‘호위무사’로 알려진 박수경씨도 함께 붙잡혔다. 종편을 비롯한 많은 언론은 박수경씨의 ‘미모’와 사생활에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26일자 3면 기사 <꼿꼿한 ‘미모의 호위무사’>에서 “착잡하면서도 풀이 죽은 표정으로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들어선 유대균씨와 달리 ‘호위무사’로 알려진 박수경씨는 결기 어린 표정에 카메라도 피하지 않으면서 압송 내내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의 미모와 함께 이런 태도가 화제를 모으며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25일부터 네이버 등 포털에는 ‘박수경 미모’를 키워드로 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박수경씨 사생활을 전하는 기사들도 이어졌다. MBC 뉴스데스크는 26일 한 꼭지를 할애해 박씨의 이혼사실이나 태권도 심판 경력 등 사생활을 털었다. “키 170센티미터, 얼굴도 괜찮고,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태권도협회 관계자의 말도 전했다. 같은 날 기사 <유 회장·대균 씨 모두 여신도 도움 받아 도피…이유는?>에서는 유씨 일가가 여신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 26일자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YTN은 28일자 기사에서 “등장만으로도 관심을 모으는 박수경씨가 왜 유대균 씨를 위해 피의자 신분까지 된 걸까”라며 “박수경 씨는 조사 과정에서 유대균 씨를 '유조백'님이라고 부르며 깍듯하게 예우하고 있다고 한다. 유대균의 전공인 조소의 '조'와 화백을 뜻하는 '백'을 붙여 유조백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지면기사 <캐나다서 유씨 조각 도운 박수경…“유조백님” 부르며 깍듯>에서 “박씨는 현재 남편인 박모씨와 이혼 소송 중”이라며 박모씨와의 인터뷰 내용까지 전했다. 
 
심지어 아무 근거없이 박씨와 유대균씨의 연인설을 제기한 보도도 있었다. MBN은 지난 26일자 기사 <유대균 검거, 미모의 호위무사 박수경 누구길래…연인관계 '의혹'>에서 ““인터넷상에서는 유대균 씨와 박수경 씨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사실이 아니라는 구원파 관계자의 말까지 덧붙였다. 누리꾼들이 하는 이야기만 가지고 아무 근거 없이 연인‘설’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채널A는 ‘좁은 방에서 단둘이…석 달 동안 뭐했나’라는 자극적인 자막을 달기도 했다.
 
박씨의 성격에 대한 보도도 쏟아졌다. TV조선은 27일 주말뉴스에서 “호위무사 박수경은 사실 겁쟁이”라는 제목의 단독보도를 내보냈다. “경찰에 체포된 뒤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유대균씨의 경호원 박수경씨가 사실은 겁이 많은 성격으로 전해졌다”는 것이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28일 지면 기사에서도 태권도 심판들의 말을 빌려 차가워 보였던 외모와 달리 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 27일자 TV조선 뉴스 갈무리
 
도피를 도운 혐의가 있다고는 하지만 박씨는 공인이라 보기 어려운 일반인이다. 그리고 아직 그의 죄는 ‘혐의’에 불과하다. 박씨의 외모와 사생활, 성격은 물론 아무 근거 없는 연인설까지 제기하는 것은 인권 침해에 가깝다. 그리고 도대체 이런 보도가 세월호 참사 책임, 그리고 ‘알 권리’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또 다른 키워드는 ‘치킨’이다. 채널A는 27일 저녁 뉴스에서 “유대균, 소심한 목소리로 뼈 없는 치킨 주문”이라는 제목의 단독보도를 내보냈다. 유씨가 소심한 목소리로 전화 주문을 했고 문도 잘 열어주지 않았으며 계산은 무조건 현금으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동아일보는 28일자 6면 기사에서 치킨 배달 관련 소식을 전했다.
 
   
▲ 27일자 채널A 뉴스 갈무리
 
조선일보도 질세라 28일자 3면 기사를 통해 “대균씨는 주로 인스턴트 음식으로 연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냉장고 안에는 냉동만두와 햄 등 인스턴트 음식이 가득했다” “근처 치킨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켰다는 애기가 나왔다. 실제 오프스텔 출입문 안에서도 인근 지역 배달 음식점 전단지 10여개가 가지런히 붙어 있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치킨 배달은 했지만 배달한 사람은 대균씨가 아닐 수도 있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중앙은 28일자 2면 기사에서 “취재 결과 이들은 인근 K치킨에서 치킨 배달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인A씨는 ‘전화 건 사람이 유대균씨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 28일자 중앙일보 2면
 
유대균씨가 ‘살이 쪘다’는 점을 부각시킨 황당한 기사들도 있었다. 지난 26일자 조선일보 기사 3면 제목은 <유대균, 석 달 도피 생활에도 수배 전단 속 살찐 모습 그대로>이다. OSEN의 25일자 관련 기사 제목은 <유대균, 뚱뚱한 것 빼면 빠지는 것 없는 ‘엄친아’>였다가 이후 <유대균, 유병언 아들로 편안한 삶>으로 바뀐다. 서울신문은 26일 <신엄마 딸 박수경, 유대균 지키며 4월 이후 오피스텔 기거...뒤룩뒤룩 살찐 유병언 아들 유대균, 수척한 미인형 박수경 검거 후 인천 광역수사대 압송>이라는 긴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유병언씨가 검찰 수배를 받고 도피 중일 때도 종편을 비롯한 몇몇 언론에서는 세월호 참사와는 무관한 유병언 일가의 사생활 등 가십성 보도가 줄을 이었다. 유병언이 라면을 먹지 않는다거나 도망친 자리에 그의 체액이 남아있었다는 보도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100일 이상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별로 없다. 실종자들은 아직 차가운 바다 속에 있고, 유가족들은 계속 ‘진상규명’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답이 없다. ‘기레기’ 소리를 듣던 언론도 마찬가지다. 몇몇 언론의 노력(?)으로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적인 사건은 유병언 일가의 사생활 따위의 ‘가십거리’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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