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는 일단 재판부가 노동부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에, 노동부가 전교조에게 통보한 '노조로 보지 않음' 조치가 효력을 계속 이어가게 되었다. 전교조는 교원노조로서의 법적 지위를 상실하였고, 이를 근거로 교육부는 전교조와의 일체의 교섭을 중단하였다. 심지어 더 나아가 각 시도교육청에 기존에 전교조와 체결한 단체협약도 무효화 할 것을 은연중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각종 수구우익 단체들은 전교조를 불법단체라고 주장하며 갖은 공격과 모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의 ‘노조로 보지 않음’ 통보로 인해 교육부 장관에게 성실하게 전교조와 교섭·협의해야 할 새로운 의무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일반법도 아니고 특별법이다)에 의해 교원노조 뿐 아니라 교원단체에게도 교섭, 협의의 권한이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이 법 제 11조 1항에 보면 교육기본법 15조 1항에 해당되는 교원단체는 교육부 장관 및 교육감과 교섭 및 협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동 조 2항에 따라 교육부 장관 및 교육감은 제1항에 따른 교섭·협의에 성실히 응하여야 하며, 합의된 사항을 시행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지난 6월 27일 전교조의 상경시위
 

이 법조항은 사실상 전교조 합법화와 함께 한국교총에게도 교섭권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따라서 지금까지는 이 조항에 의해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은 한국교총과 교섭 및 협의를 실시하였고, 한국교총은 ‘교원단체’로서의 지위를 독점적으로 누려왔다.
그런데 교육기본법 제15조 제1항의 내용을 살펴보면 교총이 교원단체로서의 지위를 독점적으로 누려야 할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 법에서는 다만 "교원은 상호 협동하여 교육의 진흥과 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에 교원단체를 조직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을 뿐, 교원단체의 자격을 누가 어떻게 승인하는지, 몇 개의 교원단체가 설립 가능한지에 대한 규정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동법 15조 2항에 "제1항에 따른 교원단체의 조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해당 대통령령은 아예 제정되지도 않았다. 설사 제정된다 하더라도 교총에게 유일한 교원단체 지위를 부여하는 따위의 대통령령은 위헌판결 받을 가능성이 100%다.

현재 전교조는 노동부, 그리고 교육부가 전교조를 노조로 보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을 뿐 노조 설립 취소, 혹은 노조 해산 명령 등을 받은 상태가 아니다. 따라서 여전히 합법적인 법인으로서의 위상을 보유하고 있다.  '노조로 보지 않음' 통보에도 불구하고 전교조에는 여전히 수만명의 교사들이 회원으로 남아 있으며, 사업자 등록번호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교사들은 이 단체의 회원이라는 이유 때문에 어떤 처벌이나 징계도 받을수 없다.

교원노조는 아니지만 교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합법적인 법인을 도대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교원단체 외에는 답이 없다. 불법단체가 아닌 이상 어떤 형태로든 법적 자격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 전교조는 교원들이 교육 진흥과 문화창달, 그리고 교원의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에 조직한 단체임이 너무 명백하기 때문에 교육기본법 15조 1항의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게다가 교원단체의 설립 인가 등에 대한 어떤 절차도 규정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15조 1항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어떤 단체도 교원단체로 보지 않을 근거가 없다. 따라서 교육부는 전교조에게 행한 ‘노조로 보지 아니함’통보는 ‘교원단체로 간주함’이란 통보와 같은 뜻이다.

즉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에게는 전교조와 교원노조법에 따른 교섭을 중단함과 동시에 교원지위향상특별법에 따른 교섭과 협의를 실시해야 할 새로운 의무가 발생한 셈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그 동안 교총과만 실시했던 교섭과 협의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전교조 뿐 아니라 '좋은 교사 운동' 같은 단체 역시 교원들이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에 조직한 단체라는 점에서 명백히 교원단체라고 할 수 있고, 그 밖에도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 ‘교컴’같은 단체 역시 교사들이 결성한 사단법인이라는 점에서 교원단체의 자격을 가지니만큼 이 단체들과도 교섭·협의해야 한다.

그러니 교육부는 어차피 몇 달 지나면 휴직 기한이 종료되어 학교로 복직할 수밖에 없는 전교조 전임자 서른 한 명을 몇 달 더 빨리 쫓아내는 일에 아까운 에너지를 소모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전교조와의 정책교섭, 협의부터 준비하여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각 시도 교육감 역시 노동부 장관이나 교육부 장관의 눈치 볼 것 없이 '특별법에 의거하여' 전교조와 각 시도 교육 정책에 대한 교섭, 협의에 나서야 하고 마땅히 그럴 수 있다. 전교조 역시 노조 지위 회복을 위한 소송은 계속하는 한편, 교원단체로서 교섭, 협의 창구의 개설을 요구하고, 교육 발전과, 교원의 지위향상을 위한 각종 정책을 개발하고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