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8일부터 여름휴가에 들어가고 다른 장관들에게도 앞장서서 휴가갈 것을 장려하고 나선 것을 두고 국민과 최소한의 공감을 할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오는 28일부터 8월 1일까지 닷새간 휴가일정에 들어간다. 휴가기간 동안 본인은 다른 일을 떠나 “푹 쉴”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아예 자신 뿐 아니라 장관들부터 솔선수범해 휴가를 떠나라고 권장하기까지 했다. 그는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드는데, 우리가 다시 한 번 힘차게 뛰기 위해서 휴가를 통해서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며 “국민들이 하루 휴가를 더 가게 되면 지출액이 1조4000억 원이 늘고, 34% 증가한다고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래서 정부 부처부터 직원들의 하계 휴가를 적극 권장해주시고, 각 부처 장관들도 솔선수범 해주기 바란다”며 “전에는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자고 했는데, 살다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고 하는데. 대통령으로서 ‘휴가를 많이 가달라’ 이런 부탁을 드리게 되는 날이 올지 어떻게 알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하여튼 필요한 것이니까 적극적으로 휴가를 가주시기 바란다”고 권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 대통령이 이 같은 ‘휴가’ 당부를 한 날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을 맞아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백리길을 걸었으며, 단식농성까지 벌이고 있다. 이날 밤엔 유가족들이 장대비를 맞으며 박 대통령을 만나 세월호특별법 제정 약속을 지키라며 청와대로 가려했으나 경찰에 꽁꽁 묵였다. 정작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통과의 필요성은 박 대통령 자신의 입으로 강조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특별법 제정 업무를 맡고 있는 박종운 변호사는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의 전체적인 틀을 생각해야 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이냐. 너무나 무심하다”며 “경기침체 벗어나고자 한다면 먼저 법제정 문제를 마무리짓고 잘 해결될 분위기를 먼저 조성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법제정이 난항에 빠져 가족들이 단식하고 비바람을 맞고 침울해있는데, (박 대통령은) 먹고 놀 마음이 생기느냐”며 “일의 순서를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24일 새벽 2시경 경찰에 의해 광화문광장에 고립된 단원고 2학년 5반 세월호 참사 유가족 부부가 폭우 속에서 서로를 꼭 껴안고 있다.
@이치열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국회에서 단식을 하고, 수많은 가족들이 애타하고 있는데, 대통령 본인 뿐 아니라 장관들에 휴가를 권장한다는 것은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며 “세월호 문제로 국민전체가 힘들었고 아직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대체 세월호 가족과 국민들을 자신의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냐, 참담하다”고 성토했다.

우 의원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세월호 진상규명의 목소리가 이렇게 큰데 대통령이라면 거기에 진지하게 귀기울이고 살펴서 필요한 제도를 만드는 것부터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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