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치아와 손가락형태, 각종 조직의 DNA가 유 전 회장의 DNA와 완전히 일치하지만, 사인을 규명하는데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구원파와 유족들은 여전히 사실관계를 다 믿을 수 없다면서도 국과수 방문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한 뒤 신중하게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사망시점, 시신발견의 장소, 신고상황, 최초발견시 시신 상태 등 여전히 현장의 정황이 들어맞지 않는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25일 오전 “순천에서 발견된 시체는 유병언이라는 것은 확정됐으나 사인은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 것이 소견”이라고 밝혔다.

서 원장은 유병언씨의 시신이 맞다는 근거로 치아의 사진을 들어 “많은 ‘골든크라운(금니)’가 있는데 이분이 병원에서 정식 치료받은 기록이 없어 병원기록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면서도 “유병언을 치료했던 치과선생이 어떻게 치료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획득해 시신을 확인하러 올 때 어디어디를 치료했다는 것을 미리 우리에게 자료를 줬다”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자료와 시신 상태를 비교했을 때 완전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서 원장은 국과수에서 지난 21일 시신을 가져와 부검을 실시한 결과 머리 뿐 아니라 우측 늑연골, 우측 무릎연골, 좌측 4번 늑연골, 우측 무릎연골, 우측 발뒤꿈치근육, 우측 어깨근육에서 나온 유전자와 유병언의 유전자가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유병언 시신이라고 발표한 사진. 국민TV뉴스
 
왼쪽 두 번째 손가락이 절단된 것이 일치한다는 점도 제기됐다. 조남수 국과수 법유전자과장은 “왼쪽 두 번째 손가락은 지문과 손톱이 없으며, 뼈가 소실돼 있는 것”이라며 “과거 (유 전 회장이 수감됐던) 구치소 자료에도 두 번째 엄지손가락과 지문을 채취할 수 없었으며 세 번째는 약간 휘어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인에 대해 국과수는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서중석 원장은 “부검소견상 시신에 특별한 손상이 없고 상처가 없었기 때문에 중독여부를 분석했으나 별다른 약·독물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목이 눌린 질식사 여부도 확인이 불가했으며, 내부 장기가 벌레에 의해 소실돼 사인을 밝히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조남수 과장도 “어느 뼈와 연조직, 남은 부위에도 골절 등 외력이 가해진 흔적이 없다”며 “횽복부, 머리 속 장기 등은 모두 부패, 소실돼있어 사인을 검토 및 추측할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실마리가 없는 시신이 되겠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지난 21일 오후 5시48분 DNA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 유병언의 DNA와 시신의 DNA가 일치한다는 것을 보고, 감정인들에 대해 유병언이라는 사실에 놀라 재검색했다고 한다고 서 원장은 전했다.

이를 두고 구원파 측은 신중하면서도 여전히 신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조계웅 전 구원파 대변인(현 언론담당)은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현재 유가족(여동생)이 확인작업을 거치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그대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전 대변인은 “아직 우리 공식입장이 나와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며 “오늘 정도 지나면 결론을 낼 것 같다. 국과수 결과를 우리가 직접 가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비교대상이 유 전 회장의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 전 대변인은 “채액검증을 통한 DNA를 확보했다는데 처음부터 완벽한 DNA를 갖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며 “평소 갖고 계시던 물건이나 유족이 판단하는 근거가 더해졌을 때가 시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인을 규명하는데 실패한 것에 대해 조 전 대변인은 “(유 전 회장이라 해도) 최소한 자살이 아닌 것은 명확하며, 자연사일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좀 있다”며 “타살이라면 심각한 문제로, 현재 수배상태인 양회정씨와 김엄마의 신변안전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 전 회장이 맞다면 어떻게든 사인이 명확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끝까지 밝히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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