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을 맞은 24일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주최한 집회를 지켜보던 두 소녀가 울음을 터뜨렸다.

두 소녀는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어버이연합의 집회를 보고 있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들은 소녀들을 둘러싸고 막말을 쏟아냈다.

한 회원은 “세월호 유족들도 아닌 것들이 쇼를 하고 있다”고 윽박 질렀다. 다른 회원은 “뭐하는 짓들이냐. 간첩이 시켰냐, 이정희(통합진보당 대표)가 시켰냐”라고 소녀들을 향해 소리쳤다.

소녀들을 향해 위협적인 말이 쏟아지자 한 시민은 어버이연합 회원을 가로막았고 다른 시민은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들"이라고 말했다.

어버이연합 측은 회원들이 소녀를 둘러싸자 "대응하지 마라. 정치적으로 이용 당한다"며 제지했다.

두 소녀는 "세월호 특별법이 왜 필요하나"라고 적힌 전단지를 들고 있었다. 이들은 집회가 끝나고도 10여분 동안 자리를 지키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서울에서 온 학생들"이라고 전한 두 소녀는 세월호 특별법 반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 200여명은 이날 오후 3시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광화문 광장 건너편에서 집회를 열고 “세월호 특별법은 정치선동꾼이 유족을 왜곡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의사자 지정과 관련해 유족이 요구한 내용이 아니라면서도 유족들을 질타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의사자 지정을 얘기한 게 아니라고 하는데 유족들은 국회 논의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왜 보고만 있느냐”며 “개나 소나 의사자를 지정해달라고 한다. 여태까지 이런 관행도 없었다. 참사를 왜곡하고 악용해 서명받는 선동꾼들을 빨리 쫓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냉정히 죽음을 보면 해상 교통사고로 사망한 자들이다.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의사자 지정 문제에 대해서 공식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의사자 지정 문제는 당 차원에서 한 차례 논의된 적이 있지만 희생자들을 추념하는 의미 차원에서 의사자 지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법안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특별법 반대 구호는 의사자 지정 문제와 수사권 부여 문제가 섞이면서 유족들이 의사자 지정 등 보상 문제를 강하게 요구한 것처럼 비치게 만들고 있다. 유족이 요구한 세월호 특별법에는 수사권 부여 내용이 핵심이고,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치권에서 논의됐던 의사자 지정과 같은 보상 문제는 아예 포함돼 있지 않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는 애초 유족이 의사자 지정을 원하는 것처럼 주장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집회에서 “유족이 원한 것은 아니지만”이라는 말을 강조하면서도 “유족들도 의사자 지정을 반대한다고 밝혀야 한다”고 강요하는 모습이다.
 

   
▲ 두 소녀가 어버이연합 주최 세월호 특별법 반대 집회를 지켜보다 울음을 터뜨리자 회원들이 몰려와 막말을 쏟아냈다.
 

어버이연합이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의 세월호 특별법 내용이라고 밝힌 내용도 사실과 달랐다. 이들은 새정치민주연합 특별법에 “공무원 시험 가산점 주기”라는 항목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공무원 시험 가산점 내용은 정부가 주장한 내용이다. 안전행정부는 세월호 의사자들에게 공무원 시험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또한 단원고 피해학생 대학특례전형 역시 새정치민주연합 뿐 아니라 새누리당이 논의한 특별법안에도 포함돼 있다.

어버이연합은 특히 유족이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에 수사권이 포함된 것을 두고는 "사법질서 파괴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사건 사고마다 특별법을 만들고 기소권과 수사권을 주라고 요구한다면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겠느냐”라고 비난했다.

이날 변호사 1000여명은 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은 형사 사법 체계를 흔들지 않는다며 제정을 촉구했다.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세월호 특별법 서명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세월호와 관련된 분들이냐. 선동가들”이라며 “집회 장소에서 오고 가다 만났던 아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추 사무총장은 “세월호 특별법에 동의해 서명한 300만명 시민들도 그럼 선동꾼에 놀아난 것이냐”라는 질문에 “300만장을 갖고 나와라, 직접 확인해서 까보자”라고 주장했다.

집회를 지켜본 유모씨(35)는 “세월호 특별법이 희생자를 두 번 죽이고 야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하는데 이 사람들의 주장은 시민들을 설득시키기 보다는 전문선동꾼의 모습을 자신들이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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