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체가 발견됐다는 경찰 발표를 믿을 수 없는 정황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변사체 발견 당시에는 없던 안경이 40일 지나 압수수색 하자마자 발견되고, 수배전단에 적힌 유씨의 키와 실제 키가 다른 점 등 발견한 사체를 유씨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해 이날 아침 경찰이 발견한 유병언이 착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에 대해 “금일 발견됐다고 보고받았다”면서도 “유병언 것으로 확신할 수 없으나 송치재 별장 주변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변사체를 발견했다는 지난달 12일에는 안경을 찾지 못해 정말 유씨의 안경이 맞는지 의문을 낳았다.

또한 23일 밤 국민TV 등에서 보도한 유씨 추정 변사체 발견 당시 사진이 인터넷에 광범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청장은 “(유포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사진을 보면, 반백골화가 진행됐다고 하나 머리와 목은 거의 뼈만 남은 반면, 다리와 발은 부패가 거의 진행돼 보이지 않았다. 신발은 벗겨진 상태였으며 자세도 전체적으로 가지런히 뉘여 있었다.

이 밖에도 변사체가 뉘여져 있던 자리는 풀이 완전히 죽어 말라 있던 점도 의문을 낳고 있다. 시체가 썩으면서 부유물과 수분이 흘러내리기 때문에 풀이 쉽게 말라 죽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다.

노종면 국민TV <뉴스K> 앵커는 “경찰이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 전 회장이 확실하다고 주장하지만 시신을 둘러싼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TV’는 시신이 발견된 바로 그날, 경찰이 촬영한 사진의 원본을 입수했다. 사자의 시신인만큼 보도 여부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보도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4일 국회 안행위에서 이 청장을 상대로 “내 지역구가 순천 바로 옆인 여수여서 순천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유병언이 맞지 않다’고 믿는 주민이 훨씬 많으며, 국민들도 믿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그 지역 주민들은 (사체 발견 전) 6개월 동안 벙거지 노숙자가 그 주변에 많이 배회했는데, 어느 순간 안보였다고 주장하는 주민도 있다”고 전했다.

주 의원은 “변사체를 지난달 12일 보다 훨씬 전에 신고했으나 경찰에서 간과했다고 주장하는 주민도 많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밤 방송된 국민TV뉴스. 유병언 추정 시신 발견 당시 사진.
 
이 뿐 아니라 △한여름에 겨울파카에 스웨터, 내복, 벙거지 모자를 착용한 점 △사체 발견 뒤 수습했을 때 두 번이나 왼손의 지문 채취하려다 실패한 뒤 40일 지나 오른손 지문 채취했다는 점 등도 변사체가 유씨로 보기엔 들어맞지 않는 정황이라고 주 의원은 지적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부패상태가 오른쪽이 심하고, 왼쪽이 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변사체 발견장소가 송치재 별장에서 2.3km 떨어진 곳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주 의원은 “군, 검, 경 동원해 수사할 때이고 지난달 12일 발견될 때는 모든 지역에 반상회를 열 정도였는데 같은 산에서 스쿠알렌이나 유병언 책 글귀까지 써 있는 사체를 발견했다면 초등학생이 봐도 유씨로 연관시킬 수 있었던 것을 당시엔 생각지 못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더구나 순천경찰서는 사체가 발견됐으면 그 주변에 폴리스라인이라도 쳐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도 현장상황 관리도 전혀 안돼 있었다”고 의문을 던졌다.

유씨의 키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유씨의 키가 160cm라고 이성한 청장이 밝히자 노웅래 새정치연합 의원이 “그런데 왜 수배전단엔 165cm로 나와있느냐”며 “수배전단을 달라고 했더니 다른 것을 주지 않았느냐. 짜맞추기한 것인지, 시신이 죽고나서 키가 5cm 줄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시중에서 유병언의 죽음을 두고 ‘유병언 정말 죽은 게 맞아’라는 유행어가 돌고 있다며 “결국 못믿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죽은 사람 영장치겠다고 영장재청구하는 정부, 시신 발견하고도 40일 지나고서야 유병언 맞다고 하면서 5000만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는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정부”라고 비판했다.

24일 아침에 발견했다는 유씨의 안경에 대해서도 김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당시 안경이 발견됐느냐”고 따졌다.

유씨의 사체라고 믿기 어렵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새누리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윤원석 새누리당 의원은 “사체 발견 당시인 지난달 12일 유씨 사체라고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라며 “검찰이 그 난리치고 전국에서 관심이 높은 상태였는데도 순천서 경찰이 인식하지 못했다면 이걸 어느 누가 납득하겠느냐. 너무 어이가 없다. 이걸 믿어야 하느냐”고 따졌다. 윤 의원은 “그 사체가 유병언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그래서 생기는 것”이라며 “변사체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 결국 DNA 분석과 지문채취를 통해 움직일 수 없는 과학적 증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도 “구원파에서는 ‘유병언이 예수처럼 부활할 것’이라고 할 정도로 그 사체가 유병언이 아니라고 한다”며 “세월호 참사 때 (구조할 사람을) 놓치고 구원파 반대에도 들어가서 (유병언을) 놓치고 별장가서 놓쳤지만, 그 이후 반상회까지 열어 곧 잡는다고 했을 땐 눈앞에 다 잡아놓은 것처럼 들렸다.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사체를 처음 발견했다는 박아무개씨는 지난달 12일 발견하기 보름 전에도 현장을 방문했으나 그 땐 발견하지 못했다고 이성한 경찰청장은 밝혔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매실밭 주인인 최초 신고자가 발견하기 15일 전에도 왔는데 없었다는 것은 결국 5월 25일과 28일 사이에 죽었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 행적(과 죽은 시점)을 면밀히 조사해 그것이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지 않으면 엄청난 모함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의원은 “사망시점이 5월 25일~28일이고, 거기에 풀이 뉘여졌다고 하면 기존의 풀과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누워있는 풀과, 옆의 풀을 비교하면 죽은 시점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남지방경찰청장과 순천경찰서장, 순천서 형사과장만 직위해제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제출한 사표도 반려됐다. 주승용 새정치연합 의원은 “왜 이성한 청장이나 검찰총장은 직위해제 안하느냐, 인천지검장 사표는 왜 반려했느냐”며 “세월호 참사에 인사참사, 이번엔 유병언 참사를 벌여놓고 왜 다 사표썼다가 반려하느냐. 이게 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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