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조직적으로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을 벌였다고 국방부가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21일 KBS 보도에 따르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정치개입 혐의를 수사해 온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이버사가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겨냥한 게시물을 조직적으로 만들어 배포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사이버사령부 대북심리전단(530단) 소속 요원들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대선 포스터 문구인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을 ‘북한이 먼저다 문재인’으로 패러디한 그림을 트위터에 조직적으로 게시·배포하는 등 명백한 ‘대선개입’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군 조사본부는 지난해 12월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당시 ‘사이버심리전 단장에게 정치관여 지시를 한 적은 없었다’고 일축했던 연제욱·옥도경 두 전직 사령관을 비롯해 심리전 단장과 2·3대장 등 모두 19명을 형사 입건한 것으로 밝혀졌다.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지난해 12월 19일 국방부에서 사이버사령부 댓글의혹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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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사이버사 심리전단의 정치 개입 행위를 심리전단장의 개인적 일탈이었다고 치부한 중간 수사발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조사본부는 지난 중간 수사발표에서 대선개입은커녕 국방부 장관의 지시와 국정원과의 연계도 전면 부정하면서 ‘꼬리 자르기용’ 부실·축소 수사였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국방부가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안보실장은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자 야당은 조사본부가 여전히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정치적 판단을 내리려고 한다며 윗선의 지휘·감독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을 요구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22일 “이 같은 군 수사당국의 조치는 지난해 12월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이 심리전 단장에게 대선 당시 정치관여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스스로 뒤집는 것으로 부실·축소 수사를 자인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며 “군대라는 조직이 상부의 명령 없이 일부 지휘관의 단독적인 판단과 결심으로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불법 대선개입을 자행할 수 있다고 여기는 국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박원석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어 “국방부 조사본부가 김관진 안보실장을 입건하지 않고, 이미 결론이 난 사안에 대해서도 다음 달에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점은 누가 봐도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7·30 재보궐 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며 “국방부 장관의 직할 부대인 사이버사령부가 헌법을 위반한 데 대해 당시 장관이었던 김 실장은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다음 달 초·중순 경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이 사건을 군 검찰로 넘길 예정이다.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 보도 내용을 포함한 전반적인 내용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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