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기로에 서 있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는데다가 기업투자가 부진하고, 소득분배 악화로 내수도 침체되고 있다. 업계는 전자와 자동차 등 한국의 주요 제조업이 선진국과 중국 사이 샌드위치 신세에 놓였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도 다급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7월 22일 국무회의에서 ‘금융과 재정을 비롯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 경제살리기를 위한 총력전을 펼쳐달라’며 강력한 경제활성화 대책을 경제팀에 주문했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규제완화를 강조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대기업이 쌓아놓은 500조원에 가까운 사내유보금을 배당금이나 임금으로 풀 것을 촉구하면서 사내유보금의 금융수익에 대해 과세 벌칙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적자 재정을 통해 정부 재정투자를 확대하면 당장의 경기활성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도 적자가 나고 있는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최 부총리가 한국은행에 요구하고 있는 이자율 인하도 경기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촉진효과는 불확실하다. 가계와 기업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또 경제혁신을 위한 규제완화는 기업친화적인 것으로 투자효과는 불확실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경기가 나빠 민간투자가 부진하면 감세나 이자율 이하 등 간접적 정책으로는 투자 유인효과가 약하다. 정부 투자, 재정지출 확대로 민간투자 부진을 메워야 한다. 그래서 케인스는 정부 재정지출을 ‘사회적 투자’라고 했다. 긴급한 과제의 하나인 4대강 복원사업을 하면 경제활성화와 환경보존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교육투자와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사회간접자본 투자보다 고용효과가 더 크다.

내수 진작에 기여하는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기업이나 고소득층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어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 가처분소득의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이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피케티가 주장하듯이 소득분배의 누진성을 높이고 재산세율을 높이는 것은 세계적인 불평등 개선의 핵심 방향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시장소득의 불평등 문제 그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올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에 대한 노동조합과 중소기업의 대항력을 높여줘야 한다. 2천여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근로감독관을 대폭 늘려 기업의 최저임금 미지급, 파견 노동자 불법고용, 노동조합에 대한 불공정 행위 등을 시정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통상산업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면밀히 조사, 시정해야 한다.

   
▲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중국에 앞서고 선진국을 따라잡는데 취약한 소프트웨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양극화 해소가 중요하다. 고졸자의 70% 이상이 대학에 들어가는 과밀대학, 취업 준비로 전공 교육에 집중할 수 없는 취업준비대학에서 학생들은 선진국 대학처럼 매 과목, 매주 숙제로 한 주에 수업 20시간 수강준비 20시간, 합계 40시간의 밀도 깊은 대학생활을 보낼 수 없다. 당연히 해외 대졸자과 경쟁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이 나오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부터 시행해온 규제완화 등 기업친화적 정책은 대기업에 막대한 사내유보금만 쌓이게 했을 경제활성화 효과가 없는 것이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는 헛되이 같은 길을 걸을 것이 아니라 대선 때 공약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확대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추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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