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다 박근혜 대통령의 잇따른 인사(人事) 참사까지 겹쳐서 사람들이 미쳐가고 있는 것일까? 자고 나면 우리 눈앞에 참으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이 아니라, ‘수구보수세력의 전위대’라 부를 수 있는 조선일보의 선임기자란 자가 18일자 조선일보 30면에 박근혜 대통령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풍문을 칼럼이랍시고 활자화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기자가 때로는 풍문을 소재로 칼럼을 쓸 수 있고, 풍문을 근거로 대통령의 국정 수행(방식)에 경종을 울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이 비겁하면 안된다. 만약 대통령의 신뢰도와 국정수행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고 민감한’ 문제나 풍문이 있다면, 우리가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자칭 ‘할 말은 하는 신문’이라는 조선일보는 사실 확인과 추적에 나서 풍문의 사실 여부를 밝혀내면 된다. 만에 하나,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가 칼럼에서 언급한 ‘풍문 이상의 무엇’을 알고 있으면서 ‘풍문’이란 표현으로 냄새만 풍기는 것이라면 더욱 비겁한 짓이다.

더 이상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다. 현재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조선일보의 문제의 칼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를 보지 못했다. 표현방식이나 강도는 전혀 다르지만, 조웅 목사라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민감한 문제’에 관해 확인하거나 입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해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21일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던 4월 16일 오전 10시쯤 박근혜 대통령이서면(書面)으로 첫 보고를 받은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기까지 7시간 동안의 행방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김기춘 비서실장은 “대통령은 출퇴근 개념이 없기 때문에 전부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것”이라며 “그날 어디 계셨는가는 경호상 말씀드리지 못한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그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는 참모다.

대신 장수(將帥)인 박근혜 대통령이 당당하게 사실대로 밝히면 된다. 문제의 풍문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당당하게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래 비겁한 정치인이 아니었다. 조선일보에 겁먹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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