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세월호 참사 97일째인 지난 21일 오후 진도체육관에는 단 3명의 실종자 가족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몇몇 가족이 바지선을 타고 사고해역으로 나갔고 두 실종자 가족은 팽목항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느덧 체육관에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다. 몇몇 실종자 가족들은 체육관에 둥그런 모기장을 쳤다.

“1층으로 내려와요. 여기 여덟 가족밖에 없는데 뭘 2층에 있고 그래요. 1층에 짐 풀어요.”

텅 빈 체육관을 둘러보며 A 실종자 가족이 말했다. 이 실종자 가족의 아들은 아직 진도 앞바다에 있다. 현재 실종자는 10명, 안산 단원고 학생 5명과 교사 2명, 일반인 3명이다. 지난 18일 조리사 이아무개(56)씨가 발견된 이후 추가 수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295번째 희생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저녁 시간이 되자 A 실종자 가족은 식당으로 나섰다. 애초 3곳이던 식당은 사고 한 달째를 넘기면서 2곳으로 줄었고, 100일이 가까워지는 지금 겨우 하나의 식당만 남았다. 실종자 가족 그릇에 담는 밥과 반찬의 양이 눈에 띄게 적었다. A 실종자 가족은 “밥맛이 있을 수가 없다”며 “죽지 못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한 주방장이 따로 만들어놓은 간장게장을 내놓았지만 저녁 식사는 10분 만에 끝났다. 

   
썰렁한 진도실내체육관
사진=이하늬 기자
 
   
정종섭 안행부장관(맨 오른쪽)이 지난 18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아 자원봉사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온 A 실종자 가족은 이날 밤까지 이부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체력이 바닥난 까닭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내와 나란히 목포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의료진은 당뇨와 폐렴 진단을 내리며 절대 안정을 권했다. A 실종자 가족 집만의 일이 아니었다. 이날 저녁에도 다른 실종자 가족 한 명이 링거를 맞고 있었다. 가족들의 자리에는 약봉지가 가득했다. A 실종자 가족은 “끝없는 기다림에 지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뼈 하나라도 찾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A 실종자 가족 어머니는 이날도 사고해역으로 가는 바지선에 올랐다. 그래서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상처가 된다. 유족들이 단식 농성 중인 서울 광화문에 보수단체가 난입해 “누가 죽으라고 했냐” 등의 막말을 한 것을 들은 A 실종자 가족은 조용히 말했다.
 
“그러면 안 돼요. 이게 남의 일이 아니야. 자기 일이 될 수도 있는데. 저라고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겠어요.”

   
22일 진도 팽목항 방파제
사진=이하늬 기자
 

하지만 100일 다 되도록 정부는 여전히 무능력하다. 미국 잠수팀 논란이 대표적이다. 수중 재호흡기 장비를 소유해 최대 6시간 잠수가 가능하다고 알려진 미국 잠수팀이 사고해역에 도착했지만 범정부사고대책본부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아무런 작업 없이 철수했다. 잠시나마 가졌던 가족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자원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B씨는 100일에 가까운 지난 시간을 ‘난장판’이라 표현했다. 그는 “정부가 100일 동안 제대로 한 게 없다”며 “가족들 거주하는 공간 제공을 똑바로 했나, 수색을 똑바로 했나. 지금 한 달이 다 되도록 1명을 수색한 게 전부”라며 “자원봉사자인 나도 지치고 답답한데 가족들은 오죽하겠나. 다들 지쳐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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