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중에는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일반인 승객, 그리고 잠수사들이 있다. 진도 앞바다는 희생자를 구조하기 위해 나선 잠수사의 생명도 앗아갔다. 지난 5월 6일 새벽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한 이광욱 잠수사는 그렇게 시신으로 돌아왔다.

이씨의 가족들은 5월 10일 발인까지 마쳤지만 “장례를 치룬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격한 목소리까지 냈다. 이씨의 가족이 원하는 것은 두 아이의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진상규명 약속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가족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사고를 파헤치자 갈수록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수사를 맡은 해양경찰은 이러다할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가만히 있으라’고 압박하고, 말을 바꾸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이씨의 사인(死因)을 둘러싸고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은폐 의혹까지 일고 있다.

사인(死因) 둘러싼 의문점…5월 6일 새벽 진도 앞바다 사고의 진실은

지난 5월 6일 새벽 진도 앞바다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이씨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씨는 5층 로비 가이드라인 설치 작업을 위해 6일 새벽 6시 6분 입수했다. 그리고 2분 뒤인 6시 8분 수심 24미터 선체 우현에 도착해 작업을 시작했는데 6시 17분 이씨가 통신에 응답하지 않고 반응이 없자 잠수사 2명을 투입했다.

수심 22미터 지점에 가이드라인과 공기호스가 서로 얽혀 있었고 이씨가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엎드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21분경 수면으로 부상시켰다. 이씨는 목포한국병원으로 옮겨져 아침 7시 36분경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잠수사가 멀쩡히 집을 나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위해 첫 입수를 하고 15분 만에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것이다.

검사 결과 이씨의 머리에는 공기가 차 있어 ‘기뇌증’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급격히 수면으로 부상하면 기압차에 의해 기뇌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 가족은 하지만 수중에서 이씨의 마스크가 벗겨져 있는 상태였다는 점에서 기뇌증이 직접적인 사인이라기보다 산소공급에 문제가 있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 정부의 공식 사인 발표와 어긋난 구체적인 정황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씨의 처남인 김현철씨는 목포한국병원에서 이씨의 사망 차트를 가지고 올라와 서울의 한 병원에 문의했다. 사망한 이광욱씨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차트만 보고 소견을 전해달라고 하자 의사는 차트에 기록된 이씨의 체내 이산화탄소 수치를 보고 ‘이미 사망한 분이시죠’라고 말했다. 이씨의 이산화탄소 수치는 192.2로 나왔다. 보통 일반인 체내의 이산화탄소 수치는 40정도이고, 산소공급이 끊겨 혼수상태에 이르면 80정도의 이산화탄소 수치가 나온다. 그리고 사망에 이르는 이산화탄소 수치는 120~150인데 사람의 체내에 이산화탄소 수치가 192.2로 나왔다는 것은 “자가로 생성될 수 없는 이산화탄소 수치”라는 것이 의사의 설명이었다.

기뇌증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 산소 공급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씨의 폐 검사 결과 물이 차지 않은 사실도 의문이다. 익사의 경우 수중에서 호흡을 참고 있다가 호흡을 하면 폐에 물이 차게 되는 반면 질식의 경우 공기부족으로 정신을 잃고 호흡을 하지 못해 폐에 물이 차지 않는다.

체내에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은 점, 폐에 물이 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씨는 산소 공급 과정에서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기뇌증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2차 사인이 됐을 뿐 1차적인 사망 원인은 따로 있을 수 있다. 이씨의 가족들이 산소공급줄에 ‘나쁜 공기’가 주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에어 콘프레셔’는 산소 공급을 위한 동력 장치로 디젤을 넣고 가동을 하게 된다. 시동이 걸리면 매연이 나오게 돼 있어 보통 산소 공급 탱크와 산소 공급 호스를 띄워놓지만 이씨의 경우 산소 공급통에 매연이 차면서 '나쁜 공기'가 주입됐을 수 있다는 것이 가족들의 주장이다. 

불신 자초하는 해경

해경의 말바꾸기도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해경은 산소 공급에서부터 이상이 있었다는 문제를 제기하자 당초 이씨 혼자 입수했다는 '로그 기록'과는 다른 기록을 내놨다. 로그기록은 잠수사가 언제 입수하고 부상했는지를 기록하는 일지이다. 해경은 가족에게 이씨 혼자 들어간 로그 기록을 제출했는데 최근 국회에 이씨와 동시간대 다른 잠수사들이 2인 1조로 들어간 로그기록을 제출했다.

이씨의 큰 아들 이종봉씨는 “산소공급 문제를 제기하니까 혼자 들어갔다는 기록을 제시했다가 같은 시간대에 세 명이 들어간다는 기록을 제출했다”며 “아버지와 같은 시간에 들어간 두명(다른 선체 수색 작업)이 아버지와 같은 에어 콘프레셔를 썼다며 공기가 문제가 없다는 논리인데 두개의 기록 중 하나는 가짜가 확실하다. 어떻게 같은 로그 기록인데 내용이 다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씨의 사인이 기뇌증이라고 한다면 누구의 탓인지도 가려내야 하지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정황도 발견된다. 이씨를 구조하기 위해 투입된 잠수사 2명의 말이 엇갈리면서다.

이씨를 구조하기 위해 먼저 투입된 소방방재청 소속 잠수사 A씨는 꼬여 있는 산소 공급줄을 따라 올라가다 11미터 지점에 이씨를 발견해 끌고 올라왔다고 진술했지만 A씨를 뒤따라 들어간 B씨는 A씨가 수심 24미터 지점에서 산소공급줄을 칼로 자르고 이씨를 끌어안아 부상했다고 전했다. 기뇌증은 급속히 부상했을 때 기압차에 의해 공기가 뇌 속을 채우게 되는데 B씨의 주장대로라면 A씨가 '피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해경 수사 하긴 했을까

해경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실종자 수색 작업은 2인 1조가 원칙이고 수심 18미터 이상의 작업은 보조 산소통을 메고 입수하게 돼 있다. 그런데 로그기록에 혼자 작업을 한 사람은 이씨가 유일하고 보조 산소통도 메지 않았다. 사고 현장의 감독관 C씨는 ‘필요에 따라 다이버가 혼자 잠수할 수 있고 가이드라인 설치 작업은 보조 공기통을 안 메고 들어가도 쉬운 작업이라서 혼자도 내려가게 한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해경은 조사 여부를 묻자 "보조 공기통이 뭐냐"고 가족들에게 되려 질문했다.

이씨의 처남 김현철씨는 “전문적으로 알지도 못한 사람이 수사를 해서 의지가 있냐고 뭐라고 했는데 지금에 와서 C씨를 직무유기로 사법처리하는 쪽으로 검찰 쪽에 송치했다는 말만 무책임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를 구하러 간 소방방재청 소속 2명 잠수사들 조사도 사고 당일 해경함에서 이뤄졌다. 로그기록상에 이씨의 보조 잠수사로 돼 있는 해경 소속 잠수사의 진술은 수사 기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 세월호 실종자 구조 수색 작업 중 숨진 故 이광욱씨의 처남 김현철씨와 아들 이종봉씨.
 

가족들이 사고의 진상을 알기 위해 필수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통신 기록에 대해서도 해경은 말을 바꿨다. 가족이 사고 당시 이씨와 연결된 통신줄의 통신 기록을 요구하자 해경은 처음에는 녹음 기능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조사해 녹음 기능이 있는 장비라고 반박하자 기능상 녹음이 되지만 사고 당시 녹음을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가족은 이씨와 통신을 했던 통신사와 ‘줄신호’로 잠수사의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텐더’ 역할을 하는 두 사람의 연락처도 구했지만 모두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다.

바지선 위에 있던 사람들이 직무유기를 한 정황도 발견됐다. 가족은 바지선 위에 있던 잠수사 D씨가 이씨와 통신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고 텐더(줄신호)줄을 잡아 당겨 보라고 한 대목을 전하면서 “통신했던 사람도 텐더 줄을 잡은 사람도 사실상 없었던 것”이라며 “해경 발표로 보면 책임 소재는 하나도 없고 사고 진상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장례 치루자 표정 바꾼 해경 “아저씨 몰라요. 바쁘다”

가족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건 장례를 치른 이후 180도 바뀐 정부의 태도이다.

진상을 밝히기 전까지는 발인을 하지 않겠다며 진도 팽목항과 목포를 오고가던 가족에게 정부 부처 인사들이 몰려왔고 경황이 없던 탓에 장례를 치뤘지만 “결국 조사 내용과 차후 계획 없이 잘해주겠다는 말뿐이었다. 국민한테 보여준 것밖에 없었다”라는 것이 김현철씨의 하소연이다.

장례식장을 방문해 연락처를 남긴 목포해양경찰서 최모 연락관은 장례 이후 김현철씨와 통화(녹취록)에서 고압적인 태도로 윽박을 지르기도 했다.

최모 연락관은 사고 경위를 묻는 김현철씨의 질문에 “전화 끊으세요, 전화할 게 없습니다. 아저씨하고는. 뭘 물어보겠다는 겁니까”라며 “이런 얘기할 줄 알고 전화 안 받으려고 하다가 연락관 식으로 갔던 것이고…장례 상황도 끝났잖아요. 말씀 드릴 것도 없고 당황스럽다. 모르는 사람한테 전화 받을 일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현철씨는 “박근혜 대통령도 (잠수사들 대책)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고 위에서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자 최모 연락관은 “아 놔, 이런 말씀 하실 것 같네 보니까. 내가 뭔 얘기를 잘못한 게 있느냐. 지금 저한테 제 전화번호로…바빠 죽겠는데 오히려 미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해경은 세월호 절단 작업 도중 숨진 잠수사 이민섭씨 가족과 이씨의 가족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꼼수’도 부렸다.

이광욱씨 아들 이종봉씨는 “목포 해경 박모 반장이 작은 아버지에게 연락해 이민섭씨는 의사자가 안될 것이니 이민섭씨 가족과는 연락해서 의사자 선정에 발목 잡히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이민섭씨의 형과 제가 통화해서 보니 저희에게 한 얘기와 똑같이 박모 반장이 이광욱씨는 의사자가 안 될 테니 우리 가족을 만나지 말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세월호 참사 발생 51일 째인 6월 5일 전남 진도군 세월호 사고해역에 정박한 언딘 바지선에서 해군 해난구조대 심해잠수사가 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월호 구조 중 아빠도 잃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지금이라도 정부가 사고 당시 바지선 위에 있던 사람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설명해달라는 것이 이씨 가족들의 바람이다.

김현철씨는 “국가 원수가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한마디로 전쟁터에 군사가 동원돼 잘못된 것인데 나몰라라 하면 안된다. 현재 너희들이 할 수 있으면 뭐를 할 수 있는데 라는 것이 해경의 입장이다”고 비난했다. 김씨는 “죽은 사람을 구하려고 했는데 또 사람이 죽었다. 현 정부가 깨져야 한다”며 격하게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씨는 “세월호 유가족은 가족들과 시민이 합해서 몇 천 명이 진실규명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는 아들과 단둘이 뛰고 있다”며 “가족은 아이의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를 알고 싶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종봉씨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음이 아프지만 부검이라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자 지정 문제도 남아있다. 앞서 정홍원 총리는 지난 5월 8일 이씨의 장례식장을 찾아 가족들을 만났고 정부 관계자를 통해 “의사자 지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씨의 가족들은 하지만 인터뷰 도중 질문하기 전까지 의사자 지정 문제는 일체 꺼내지 않았다. 김현철씨는 “수백명의 학생들이 죽었는데 이쪽에서 (의사자 지정을)한다라는 부분이 일반 국민들에게 보여질 때 보상에 매달리는 것 같아서 크게 나설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가족은 경기도 남양주시를 통해 절차를 밟아 의사자 지정을 신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가 최근 서류가 미비돼 차후 자료를 올리겠다는 말을 들었다.

이씨의 부인인 김미정(51)씨는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아빠의 사고가 있기 전까지 우리도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막상 아빠가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별개로 이뤄지고 있는 같아 섭섭하다는 마음도 있다. 안산 단원고 유족 분들은 자식을 잃었고 우리 가족은 아이들의 아빠를 잃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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