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4·16 세월호 참사 97일째를 맞고 있지만 세월호와 관련된 의문들이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도 정부·여당의 비협조로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결국 실질적 조사권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이 불가피하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이하 민변 세월호특위)'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평가발표회’에서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과 추가로 규명할 과제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풀리지 않은 89가지 의혹들을 제시했다.

민변 세월호 특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특히 청와대가 재난대응의 최고 컨트롤타워임이 분명함에도 안일한 대응으로 대통령 보고를 지연했고 기관보고에서도 4대 거짓말 의혹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변 세월호 특위는 2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평가발표회’를 열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89가지 의혹들을 발표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비서실의 첫 번째 거짓말 의혹은 세월호 사고 당일인 4월 16일 오전 10시에 작성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상황보고서에 10시15분에 내려진 대통령 지시사항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비서실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이날 10시15분 대통령은 유선으로 안보실장에게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선내 객실 등을 철저히 확인해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한다.

이에 대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세월호 국회 국정조사 청와대 기관보고에 출석해 “10시에 문서작성하기 시작해 완성됐을 시간이 적혀 있어야 하는데 나오지 않아 생긴 착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변 특위는 “10시15분에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실제로 있기는 했던 것인지, 대통령이 아닌 참모진에 의해 사후에 만들어진 지시사항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중대본의 문서수발신 대장을 확인해 상황보고서가 실제 발신된 시각이 10시15분 이전이라면 청와대의 해명은 거짓이 된다”고 주장했다.

민변 특위는 또 대통령이 해경청장에게 전화해 해경특공대를 투입하라고 지시한 10시30분 어떻게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동시에 동일한 내용의 언론브리핑을 하게 됐는지도 두 번째 거짓말 의혹으로 꼽았다. 당시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 의하면 민 대변인은 브리핑 전 10시부터 청와대 춘추관에 있었으므로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지시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민변 특위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상황실과 해경 본청 사이의 핫라인 녹취록을 보면 10시30분 이전에 해경특공대 투입을 지시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며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해경청장과 통화해 해경특공대를 투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는지 규명해야 하며 해경청장의 사고 당일 통화내역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지난 10일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아울러 지난 8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이 “국가안보실장이 10시15분 대통령과 통화 후 즉시 해경청장에게 전화했으나 해경청장이 헬기 이동 중으로 통화가 안 됐다”고 밝힌 것도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국가안보실장과 해경청장이 통화가 불가능했다고 한 시각은 대통령과 통화한 10시15분과 해경 상황실과 교신이 됐던 10시25분 사이인데, 이 시간에 해경청장은 해경청 위기관리회의실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해경 상황실의 10시25분 핫라인 녹취록에서도 “해경청장이 어디에 있느냐”는 청와대 관계자의 물음에 해경 상황실장은 “위기관리실 회의실에 있다”고 답한다. 당시 해경청장은 해경청 위기관리회의실에 있다가 10시50분에 헬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사고 당일 10시15분부터 25분 사이에 국가안보실장이 해경청장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게 민변 특위가 제기한 세 번째 거짓말 의혹이다.

또한 설사 국가안보실장이 해경청장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해경청장이 헬기 이동 중이어서 통화를 못 했다는 김규현 1차장의 말이 맞다고 가정하더라도 10시30분에도 해경청장은 헬기로 이동 중이었으므로 대통령과 통화가 가능했는지 의문이다.

반대로 대통령과 해경청장이 통화했다고 해도 10시25분 청와대 관계자가 해경 상황실장에게 불러준 대통령 전달사항에는 ‘해경특공대 투입’ 내용은 없었고, 이런 내용을 민 대변인이 10시30분 전부터 알고 있었다면 실제 대통령과 해경청장의 통화시간도 10시30분 전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비서실은 업무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 된다.

이날 발표를 맡은 권영국 민변 세월호 특위 위원장은 “현재까지 진행된 국정조사 기관보고 내용을 중심으로 규명 과제(89가지)를 제시함으로써 진상의 의혹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더욱 증가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증명하고자 했다”며 “실효성 있는 조사 권한 없이 정부부처들이 제출하는 자료들에 의존해야만 하는 이번 국정조사는 한계를 드러내,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독립적인 조사위원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발생 97일째인 오늘까지도 유가족들은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자 세월호 특별법 관철을 위해 국회의 차디찬 바닥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지만 국회는 아직도 우리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형식적 기관보고와 이해할 수 없는 당리당략에 의존하는 국회의 태도와 함께 정부는 무엇이 두려워 특별법 제정 약속 이행을 못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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