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에서 방영 중인 ‘다큐 3일’ 제작진이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관련 기획을 제작하려 했으나 김규호 제작기획국장과 장영주 CP의 지시로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국장과 장 CP가 ‘다큐 3일은 포맷상 논쟁적 이슈를 다루기 부적절하다’는 것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익의 한 당사자로 균형감·공정성을 놓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다큐 3일’ 제작진인 홍기호 PD는 20일 KBS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김 국장은 국회 농성 상황을 취재·방송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목적성을 띄게 돼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고 장 부장은 논쟁적 이슈는 ‘적절한 불편부당성’을 가져야 하는데 ‘다큐 3일’은 포맷상 불가능하다 했다”고 밝히며 “그러나 다큐3일은 (쌍용차, 밀양 송전탑 등)논쟁 현장을 다룬 적 있다”고 반박했다.

장영주 CP는 이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홍기호 PD의 글에 답글을 달아 “(세월호 유족들의 농성은) 냉정하게 말하면 불법으로 안타깝고 급박성이 있다 해도 국회 내부 시위는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며 “KBS가 국회내부 농성을 중심으로 ‘다큐 3일’을 제작하는 것은 명백히 문제의 소지가 있고 이런 이유로 국회가 아닌 다른 곳의 세월호 관련 프로그램을 하자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PD와 장 CP의 두 주장 충돌지점은 ‘국회 농성현장’이다. 장 CP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관련 아이템을 광화문 농성현장이나 팽목항 현장 등 다른 아이템으로 다루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농성현장은 불법적이고 그들이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며 농성중인 만큼 논란이 첨예한 상황에서 공정성이 결여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KBS 2TV에서 방영중인 '다큐 3일' 홈페이지
 
그러나 홍 PD는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현황을 담게 되면 사례로 취재하는 각 가족들의 살아온 이야기, 희생된 아이에 대한 이모저모, 사고 당시의 상황, 이후 가족들에게 찾아온 변화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 된다”며 “논쟁이 되는 특별법 부분은 내용의 일부분일 뿐으로, 취재원과 취재자의 입장을 혼동할 만큼 내 직업관이 흐릿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한 홍 PD는 장 CP가 국회 세월호 아이템을 반대하는 와중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현재 상황을 시청자들이 왜 알아야 하는가?’, ‘작은 사고로 죽은 사람은 국가로부터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니 가장 불쌍하다’, ‘세월호 특별법 자체가 오버’라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 CP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아이템을 다룰 때 우리는 무슨 얘기든 다 한다”며 “어떤 주장이 있으면 반대 주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지극히 정당한 과정”이라며 “CP와 PD가 의사소통과정에서 세월호와 관련해 시청자의 관심이 있을지 여부는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은 ‘미리 논의 된 것이냐’는 것이다. 장 CP는 KBS 게시판 글에서 “월요일부터 세월호 국회농성을 중심으로 다큐3일을 제작하겠다고 지난 금요일 점심때 팀장을 통해 우연히 통보를 받았다”며 “그렇게 되면 CP는 무조건 오케이 해야 하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홍 PD는 “금요일에 장 부장과 대략 3시간 정도 논의했다”며 “데스크는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와 책임이 있는 사람이고, 마찬가지로 실무 PD도 동등한 권한을 갖고 있기에 그렇게 장시간 논의했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홍 PD는 이어 “불법적 현장이기에 문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동의할 수 없다”며 “4·19 혁명도 5·18 민주화 항쟁도 당시 법의 테두리 밖에 있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이에 대해 “‘다큐 3일’이, 농성 현장을 다루면 농성을 장려하는 것이고, 시위 현장을 다루면 시위를 독려하는 것인가”라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세월호 유족들의 손에, 받을 수도 없는 국회 내 집회허가서가 없다는 것이 그렇게도 불법, 이익집단으로 매도당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다큐 3일’ 제작진의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 제작 의도에 대해 편협한 시각으로 제작 중단을 지시한 김규효 국장과 장영주 부장에게 강력히 경고한다”며 “작금의 상황은 특히 제작 책임자의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어 논리적 정당성도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 CP는 “내가 ‘추적 60분’도 소관하고 있는데 만약 그 프로그램에서 발제했다면 절대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큐 3일’은 그런 프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강한 반발은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다큐 3일’은 보수적이고 편안하게 시청하려는 고연령대가 주 시청층이기 때문에 저 아이템이 적절하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PD는 게시판 글에서 “취재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은 그 행위가 왜 거기서 벌어졌느냐? 그것을 통해 우리가 다룰 이야기가 과연 의미 있느냐 라는 것”이라며 “유족 대표단은 국회의장과 협의를 한 후 농성을 하는 것이라 했고 이 정도면 용납할 수 없는 불법이라는 주장도 재고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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