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과 예능의 접점에 공간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이런 예능은 특정한 공간을 여행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여행 프로그램은 본래 특정한 지역을 방문하며, 지식과 정보를 전하는 교양장르에 속한다. 여행은 어떤 특정 지역, 공간이 등장하고 이는 자연적 공간과 도시 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여행은 특정 지역 자체가 중심이 아니라 특정 지역의 풍광, 느낌, 객관적 사실을 시청자에게 전달하여 시청자가 대리만족을 하거나 실제 공간을 방문하려는 동기를 불러일으키거나 이에 부합하는 기능을 한다.

근래 여행과 비슷한 콘셉트로 특정 공간을 활용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빈번하게 등장해 왔고, 이러한 유형의 프로그램들은 예능과 교양의 경계를 허물고 있어 방송 프로그램 장르의 영역이 모호한 제3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예능의 특징을 보이면서 한계점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공간 활용 예능의 특징과 한계를 살피고 대란을 모색해 볼 시점이다.

공간 예능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정체성과 특징

공간 예능 프로그램은 장소(Place)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의 특징은 우선 특정한 공간을 설정하고, 그곳에서 원하는 미션 수행이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한다. 공간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특정 공간을 활용하여 출연자들이 미션과 목표수행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행위와 사건 그리고 결과들을 입체적으로 담아내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롭다. 무엇보다 공간을 배경으로 인물 캐릭터들의 관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에피소드, 상황을 담아낸다. 이런 방식에서는 장소는 항상 바뀌고, 그 바뀐 환경을 활용하여 다른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다.

SBS <정글의 법칙>은 야생의 공간에서 각 멤버들의 생존 방식을 다루고 있다. 특히 낯선 해외 지역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것이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차별화되는 점이어서 크게 각광을 받아 왔다. 무엇보다 문명과 동떨어진 야생의 공간에서 생존 미션을 수행한다. 즉 사냥과 수렵 그리고 숙박의 과정들이 흥미를 끈다. 현지 주민들의 사냥이나 수렵방법대로 시도하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SBS <런닝맨>은 초기에는 도시공간을 활용하여 각 멤버들의 공간 레이스를 게임을 중심에 두었다. 갈수록 도시공간이라는 특정 공간성을 벗어나 다양한 레이스 공간으로 확장하여 왔다. 이런 포맷에서는 누가 먼저 공간 안의 목표물에 우선 도달하는가가 중요하다. 공간 안에서 특정한 레이스 코스를 정하고, 그 레이스 과정에서 다양한 미션 수행 대결이 펼쳐진다. 추리와 분석을 집단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의 시청자의 인지적 참여를 증대시킨다.

   
6월 29일 방송된 SBS '런닝맨'
 
SBS <도시의 법칙>은 특정 도시를 정해서 그 도시 공간 안에서 공동생활과 직업 활동을 모색한다. 하나의 집단적인 가족을 이루어서 대안 가족의 구성이라는 점도 생각하게 만든다. 이로써 단순히 여행이라는 콘셉트에서 벗어난다. 그 도시에서 일을 통해서 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글의 법칙>이 수렵과 채집 등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낯선 도시 공간을 실제 체험하면서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던 점은 바로잡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을 적극 부각시켜낸다.

공간과 사람의 만남-공간 예능이 낳는 현상들

이러한 정체성과 특징이 있지만 한편으로 간과하는 면이나 배제되는 점들도 있다. 먼저 공간의 대상과 사물 탐구가 겉돈다. 하나의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또한 이미 많이 알려졌던 유명 지역이나 그곳의 사물과 대상을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해당 공간에서 대해서 스스로 재발견하는 측면이 적다.

절대 시간이 필요한 경험의 영역을 간과한다. 한 공간을 제대로 알려면 오랫동안 경험을 해야 한다.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지 않기 때문에 여러 곳을 시청자들이 주마간산 식 경험을 하게 만든다. 짧은 기간의 경험은 표피적인 경험일 뿐이다. 더구나 카메라가 수많은 공간을 즐길 거리 위주로 담아내며, 참여자들의 최종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게 한다.

예정된 방향성은 갈수록 흥미를 떨어뜨린다. 새롭게 스스로 발견해가면서 리얼리티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준비되어 있는 내용 안에서 결론이 맺어진다. 참여자들은 일정한 방향으로 언행이나 사건,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는 갈수록 식상함을 준다. 즉 설정 속에 예상되는 방향으로 캐릭터들은 플레이어가 되어 움직이는 면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는 애초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가진 매력 즉, 우연적 행동이나 비예측 상황이 일어나는 빈도를 줄이고 있다.

미디어 매개공간에서는 지역과 주민 문화가 따로 논다. 공간예능 프로그램들은 주로 미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특정 지역안의 사람들의 삶과 융화되는 점보다는 참여 멤버들 간의 관계성에 치우치는 경향이 크다. 멤버들끼리 벌이는 관계성만 초점을 맞추어 공간을 배제하는 것이다. <정글의 법칙>은 해당 주민들과 같이 어울리기보다는 참여 팀들의 미션 수행에 초점을 맞추고, <런닝맨>은 참여자들이 누비는 곳은 레이스 상의 공간일 뿐 더 이상 다른 가치와 의미를 크게 주지 않는다. 사실상 공간의 이름과 설정만 빌려오는 것일 뿐이다. 일종의 놀이공간으로 삼는 상황에 불과해지는 것이다.

공간에 대한 또 다른 선망심리에 의존한다. 또 하나의 선망의식을 낳는 경향이 있다. 그 해당 공간에 대해서 현실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은 측면이 많다. <정글의 법칙>에서는 정글이 지닌 순수의 자연성을 부각하지만,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공간이라는 점은 상대적으로 적게 보여주게 된다. 예컨대, 그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공간이 최대한 거칠고 힘든 대자연의 야생 지역이라는 점을 최대한 강조한다. <도시의 법칙>은 뉴욕을 무대로 뉴욕의 명암을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애초에 뉴요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선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런닝맨>에서는 공간들은 어디든지 최종목표점을 가기 위한 하나의 개임의 공간으로만 삼을 뿐이다.

진실성의 공간 미학이 부재한다. 특정 공간에 대한 정보나 지식 그리고 삶은 중심이 아니다. <도시의 법칙>의 경우 스스로 자생적인 생존이 아니라 외부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결국 스스로 자생적인 체험을 하는 콘셉트에서 벗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공간예능은 갈수록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공간에서 특정 대상을 경험하거나 경쟁을 하는 방식들이 중심을 이루기 때문이다. 목표지점이나 대상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 겪게 되는 상황들을 담아내고 있는 점이 대동소이하다.

삶과 문화를 다양성 있게 반영하기

살아있는 현실의 공간과 삶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공간에 참여하는 이들은 실제의 공간을 세트장으로 삼고 있다. 공간의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 공간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주어야 한다. 공 살아있는 현실의 공간 그리고 그 안의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람의 공간 문화의 공간이라는 점을 더 보여주는 것이다. 지역에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삶에 대해 더 관심을 둘 때, 그 공간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정글의 법칙>은 주로 대자연의 자체에 초점을 맞춰 참여자들의 일상을 부각하려 한다. <런닝맨>은 모든 공간을 놀이 공간화 할 뿐 지역 공간과 그곳의 사람들과는 아예 단절되게 만든다. 공간과 삶의 리얼리티와의 관계성은 멤버들만의 리얼리티만 존재할 뿐이다.

   
SBS '정글의 법칙' ⓒSBS
 
공간의 이면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인식적인 깨달음을 전해야 한다. 익숙한 한곳은 친숙하게 선망의 공간은 모순의 요소도 지적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 <도시의 법칙>은 그들 스스로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방향성이 주어진 현지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한다. 때문에 자생적인 생존법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홀로 스스로 낯선 도시지역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알아가면서 의식주를 해결해가는 생존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선망의 공간이 다른 고민과 힘겨운 고충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글의 법칙>은 야생의 공간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을 역으로 보여주거나 야생의 공간이 아닌 줄 알았는데 야생의 공간으로 조명할 수 있다. <런닝맨>도 레이스를 통해 공간의 역설적 발견을 활용하는 방식을 취해도 좋다.

참여적 공간예능이 필요하다. 지역이나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이는 시청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런닝맨>이를 통해서 해당 공간과 지역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나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우위해 지역의 사람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아이템이 적극 시도되어야 한다.

지역공간에 대해 깊이 그리고 넓게 경험하기가 제공되어야 한다. 퀴즈문제의 경우 지역과 관련한 퀴즈를 내어 지역공간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런닝맨>에는 많은 퀴즈들이 등장하지만 지역적 공간과 연관성 없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퀴즈인 경우가 많아 차별성이 떨어진다. 스스로 발견해가며 가치를 부여하는 면도 강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애초에 준비된 획일적인 정보와 지식 제공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쟁과 승부, 게임위주의 콘셉트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경쟁과 승부를 가르는 점은 재미차원의 흥미를 자극하지만, 사회 공동제적 이상적 가치에 반할 수도 있다. 세상의 기본적인 논리가 경쟁과 승부, 대결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것은 특히 이 프로그램을 상당히 선호하는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세계관을 형성시킬 수 있다.

지역공간의 의미를 살리는 문화적 시도가 필요하다. 공간은 게임이나 유희, 승리와 소유의 공간이 아니라 양육과 생산 그리고 문화의 공간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키우고 그것에서 가치를 얻는 콘셉트를 강화해야 한다.

공간 예능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 삶이 없는 공간은 죽은 공간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삶의 공간에서 공간예능을 구성해야만 한다. 예컨대 <정글의 법칙>에서는 자연공간도 중요하지만 부족이나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삶의 예능이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의 법칙>은 뉴욕팸 멤버들 사이의 이야기 보다는 그들이 현지인들과 스스로 만나고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정한 방향설정이 아니라 정말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맞아야 한다. 공간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상황 속에서 참여자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만 갈수록 공간예능프로그램들은 짜인 틀 속에서 행위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빈번하게 획일적인 모습으로 귀결되고 있다. 결국 공간예능 프로그램은 그 정체성을 잘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즉 공간의 ‘진정성’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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