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쌀시장 개방을 공식 선언했다. 개방하는 대신 고관세율을 유지하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농민에 대한 설득도 개방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없었다. 9월말까지 시한이 남았는데도 졸속추진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민항기가 격추당하자 신문들은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크라이나 친러반군 소행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냉전 이후 미-러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 나왔다.

현직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이 재연됐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심각하게 훼손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김대중 정부 때부터 이어온 악습이기도 하다. 

다음은 19일 전국일간지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우크라 사태’가 여객기 쐈다>
국민일보 <美·러 관계 냉전 후 최악 조짐>
동아일보 <처참한 잔해>(사진기사)
서울신문 <쌀 수입 파고 넘기 ‘高관세’를 지켜라>
세계일보 <“親러 반군이 말레이시아機 격추”>
조선일보 <美·EU 對 러시아 ‘新냉전’ 시작됐다>
중앙일보 <오바마 “친러 반군이 격추”>
한겨레 <“국정원도 증거조작 후회했다”>
한국일보 <반군이 쏜 듯>

정부 “2015년부터 쌀 관세화 결정”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지난 20년간의 쌀 관세화 유예를 더 이상 연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2015년 1월1일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쌀을 관세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외국쌀 수입이 급증하면 특별긴급관세(SSG)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특별긴급관세란 수입쌀 가격이 급락하거나 수입량이 급격하게 늘어날 경우 수입쌀에 높은 수준의 추가관세(관세율의 3분의 1)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발표에 쌀 산업 대책은 담기지 않았다. 다만 이 장관은 “쌀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안정적 생산기반을 유지하겠다” “쌀값 하락과 농가소득 감소에 대비해 소득안정장치를 보완하겠다” “전업농과 50㏊ 이상 들녘 경영체 육성 등 규모화와 조직화를 계속하겠다” 등의 기본 방향만을 나열했다.

   
▲ 경향신문 19일자 5면 기사
 
‘식량주권’ 대책 없는 정부

경향신문은 5면 기사 <정부, 구체적 대책도 없이 ‘개방’ 선언…농민 설득 포기했나>에서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런 기본 방향으로는 쌀 문제 및 농업 농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쌀 자급률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농지전용을 막기 위한 대책도 없다. 오히려 농지규제는 없어져야 할 규제로 취급받는다.

농식품부는 올 초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농업진흥구역에서 건축이 가능한 시설의 종류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농지규제 유연화’ 방안을 내놓았다. 2020년 정부의 식량자급률 목표치 60%를 달성하려면 175만2000㏊의 농지가 필요하지만 이미 농지 면적은 171만㏊ 아래로 추락했다. 식량자급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없는 셈이다.

WTO와 협상조차 포기한 한국

서울신문은 2면 기사 에서 “ 현상 유지를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상조차 하지 않고 쌀 시장을 개방하려는 정부의 소극적인 통상 자세에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고 지적했다.

   
▲ 서울신문 19일자 2면 기사
 
필리핀 정부는 2012년 6월로 끝나는 쌀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해 같은 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8차례 WTO에 쌀 시장 개방 유예를 신청했다. 결국 지난달에 쌀 관세화 의무를 2017년 6월까지 면제받았다.

일본은 1999년 4월 관세화 유예 기한인 2000년보다 일찍 시장을 개방하면서 75만 8000t까지 늘어날 예정이었던 의무수입물량을 68만 2200t으로 줄였다. 2001년 WTO에 가입한 타이완은 1년 동안 쌀 관세화를 유예하다가 2003년부터 바로 시장을 개방해 14만 4000t의 최초 의무수입물량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당장 9월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 통보 시한이 남아 있음에도 덜컥 개방을 선언한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다”면서 “ WTO에 정부안을 통보하기 전에 상대국 상황 파악이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안을 만들어 농민과의 협의를 거쳐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번에도 공감대 없이 개방이 강행될 경우 박정희 정권의 산업화 과정에서부터 현재까지 제조업과 수출 대기업을 위해 희생만 강요당한 농가가 뿌리째 흔들릴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400% 관세율 적용할 수 있나” 우려 

   
▲ 국민일보 19일자 1면 기사
 

신문들은 쌀시장 개방에 따른 대책은 결국 ‘고관세율 유지’라는 한목소리를 냈다. 국민일보는 1면 기사 <빗장 풀린 쌀 시장…남은 과제는>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산 쌀은 ㎏당 2189원으로 미국산 쌀(791원)보다 비싸다. 이 때문에 농업계와 전문가들은 관세율이 400% 이상은 돼야 우리 농가가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그러나 400% 이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정부가 제출한 관세율이 검증 과정에서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한국에 200% 이하로 묶으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WTO에서 고율관세를 인정받더라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자·다자 통상협정에서 쌀 관세율이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정부는 한·미 FTA 등 여태껏 우리나라가 맺은 통상협정에서 쌀을 아예 협상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쌀 시장이 열리면 이런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

국민일보는 “정부는 향후 쌀산업발전 대책을 통해 농가 피해를 최소화한다고는 하지만 고율관세 부과라는 대전제가 깨지면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고 했다.

말레이 항공 격추…우크라 정부, 반군 도청 녹취록 공개

말레이시아 항공 MH17편(보잉 777)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격추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MH17편은 이날 오후 5시 15분 고도 1만m 상공에서 관제탑과 교신이 끊긴 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샤흐토르스크 인근에서 추락했다.

격추에는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부크’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만5000m 높이에 있는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 사고기는 당시 1만m 높이로 운항하고 있었다.

사고로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 등 298명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민간 여객기 격추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신문들은 우크라이나의 친러 반군이 이 항공기를 격추시킬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 경향신문 19일자 3면 기사
 
경향신문은 3면 기사 <우크라 반곤, 정부 군영기로 오인 공격했을 가능성 가장 커>에서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인)키예프포스트는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군 소속 대원의 전화를 도청한 녹취록 2건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첫 번째 녹취록에서 한 반군 대원은 “우리가 조금 전 비행기 한 대를 격추했다. 이건 100% 민간 항공기다. 무기는 없고 수건이나 휴지 같은 것만 있다”고 보고했다. 두 번째 녹취록에는 또 다른 반군이 “대체 말레이시아항공이 우크라이나에서 뭘 하고 있던 건가”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토대로 반군이 여객기를 군 수송기로 착각해 격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군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여객기를 격추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러시아타임스는 “우크라이나가 최근 강력한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우크라이나의 공격 가능성을 주장했다. 반군은 또한 “반군은 “우리에게는 사거리가 4000m 내외인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밖에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서방 국가들 또한 이번 격추를 반군의 소행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반군 사령관의 SNS도 주목을 끌고 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여객기 추락 직후 반군 사령관인 이고리 스트렐코프는 반군들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소셜미디어 사이트 VK닷컴에 “우린 막 ‘안토노프 26’ 수송기를 토레즈 근처에서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토레즈는 여객기 추락 지점과 가깝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이고르 수탸긴 러시아 국방 전문 연구원은 영국 가디언에 “MH17이 비행하던 비슷한 시간 우크라이나 수송기도 비행하고 있었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나 러시아군의 레이더 시스템은 민간기와 군용기를 구분할 수 있지만 부크 미사일 레이더는 이 기능이 없다는 점도 반군 소행 가능성에 힘을 실어 준다.

미-러 신냉전시대 올까

조선일보는 머리기사 <美·EU 對 러시아 '新냉전' 시작됐다>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탈냉전 후 최악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예측했다.

   
▲ 조선일보 19일자 머리기사
 
이 기사에 따르면 이번 격추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팽팽히 맞서고 있다. 18일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에서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항공기가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동부 지역에서 '부크'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파워 대사는 이어 “우리는 분리주의자들이 이 미사일을 조작하는 데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객관적이고 공개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피격 사건은 30여년 전 '냉전'을 되살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면서 “KAL기 격추 사건 직후에도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격화됐다. 러시아는 추락한 항공기의 블랙박스를 반군을 통해 먼저 입수하면서 사고 당시의 정보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고 했다.

‘정치적 중립’ 검사에서 청와대 직원으로

법무부에 근무하던 검사가 사직 뒤 청와대 행정관으로 이동하면서 검사 편법 파견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한겨레 9면 <공약 또 어기고…청와대에 검사 파견> 기사.

   
▲ 한겨레 19일자 9면 기사
 
부산지검 소속으로 법무부 정책기획단에 파견돼 근무하던 이영상(41·사법연수원 29기) 검사가 14일자로 의원면직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이 검사는 의원면직 이튿날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임명됐다.

검사의 청와대 근무는 과거부터 논란이 많았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파견 검사들이 정권의 뜻을 검찰에 전하고 수사에 간섭하면서 정치권력이 검찰을 과도하게 통제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1997년 1월 당시 야당이던 국민회의의 요구로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는 조항이 검찰청법에 신설됐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검사에게 사표를 낸 뒤 청와대에서 근무시키고 근무기간이 끝나면 검사로 신규 임용하는 방식으로 이 조항을 피해갔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해 법무부 또는 파견기관을 통한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취임 후 이중희(47·23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진수 검사 등 파견자들은 속속 신규 임용돼 검찰로 돌아왔다.

김무성-김기춘-정홍원의 ‘구원’

국민일보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구원’을 소개했다.

4면 기사 <김무성 대표 '舊怨' 씻고 당·정·청 소통 이룰까>에 따르면 정 총리는 김 대표에게 뼈아픈 정치적 시련을 안겨줬다. 2012년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정 총리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을 때 김 대표는 두 번째 공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김 대표는 ‘여론조사 컷오프 룰’로 불명예스럽게 낙천했고 고심 끝에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 국민일보 19일자 4면 기사
 
김 대표와 김 실장은 정치적 태생부터 완전히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으며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1974년 공안 검사 시절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냈다. 유신헌법 초안을 작성다.

반면 김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문하생으로 정치에 입문한 ‘상도동계’ 출신으로 김 실장과는 정치적 토양 자체가 다르다. YS와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당시 야권 인사들이 결성한 민주화추진협의회의 창립 멤버로서 ‘민주화 투쟁’에 동참하기도 했다.

둘은 한동안 서로 전화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철도파업 당시 20여일간의 파업을 매듭짓는 중재 역할에 나선 김 대표는 의견 조율을 하려고 김 실장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아 상당히 서운해 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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