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광화문 광장에 보수 단체들이 몰려와 유족들을 비하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려다 충돌을 빚으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 30여명이 세월호 가족대책위 단식 농성장에 몰려와 경찰의 제지를 받은데 이어 18일 단식농성장에 대한민국 엄마부대 봉사단 소속 30여명이 유족을 비하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특히 대한민국엄마부대 봉사단이라는 보수단체는 이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네요”,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자식 의사자라니요? 도가 지나치면 국민들이 외면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면서 유족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

대한민국엄마부대 봉사단(이하 엄마부대)은 보수 우파 단체에서 '주력부대'로 표현할 만큼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반대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엄마부대는 지난 5월에도 일명 ‘유모차 부대’가 노란 리본을 달고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자 이를 비판하며 “세월호 참사를 선동하는 불순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엄마부대는 주로 보수적인 정치색이 짙은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노골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옹호하는데 앞장서왔다.

지난 1월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차분히 잘 하고 있다. 오직 이 나라 민족 사회를 위해서 헌신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다”며 “온 나라를 뒤흔드는 종북좌파, 도전 세력들이 대한민국을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촉구하고 박창신 원로신부의 강론미사에 반발해 정의구현사제단을 천주교 내부의 'RO'로 규정해 비난했다.

또 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출입경 기록이 조작으로 드러났음에도 국가기관을 흠집내고 있다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을 비난하면서 유씨가 간첩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정원 개혁법에 대해서도 국제관계의 현실과 국가안보를 외면한 악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주장했던 농약 급식 문제를 제기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동성애 단체를 후원해 청소년의 성윤리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세월호 침몰 사고가 터지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을 외부세력으로 몰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유족을 직접 비난하며 거리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엄마부대가 주장했던 내용은 사실관계마저도 어긋나 있다. 이들은 특별법 내용에 의사자 지정과 특례 입학은 유족들의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했는데 두가지 요구는 유족이 요구한 내용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특별법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유족들이 요구하는 특별법에는 관련 내용이 없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광장에서 했던 기자회견 내용은 이제 세월호 사고로 죽은 것이기 때문에 의사자 해달라, 특례 입학을 해달라고 주장하고 수사권을 유족들이 들어가서 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무리라고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 대표는 ‘의사자 지정과 특례 입학은 유족의 주장이 아니다’라는 지적에 대해 “아 그런 게 아닙니까. 인터넷에 뜨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이제 국민들 좀 생각하면 세월호 좀 그만해라,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냐, 3개월 이상 했으면 여러분(유족)은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만 좀 해라"고 주장했다. 주 대표는 또한 ”장사도 안되고 서민들이 죽을 지경“이라며 위축된 서민경제를 유족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 대한민국 엄마부대 봉사단 회원 30여명이 18일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찾아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페이스북
 

주 대표는 “대통령이 약속해서 유 전 회장의 재산을 압류하게 하고, 유 전 회장의 부도덕한 기업을 가만 두지 않겠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려라. 특별법이 우선이 아니고 유병언 특별법이 우선”이라며 “3조 되는 (유병언 전 회장의)재산을 몰수해서 국가가 배상하는 것보다 더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제발 좀 철수하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보상금을 타기 위해 집단으로 매도해버린 셈이다.

주 대표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느냐’ 질문에 “당연히 하자는 건데 특별법이 유가족이 주장하는 건지 언론들이 떠들어서 계속 부추기는 건지, 농성장에 문규현 신부가 와 있던데 그러면 안된다. 대한민국이 있어야 유족도 있고 나라가 망하면 없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유족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말이 안된다. 유가족들이 법률 전문가도 아니고 수사를 해본 사람도 아닌데 엄연히 검찰이나 경찰이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들을 직접 비난하는 형태로 보수단체들이 나서면서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사자 지정과 대학특례 입학 등을 발표해 유가족을 궁지로 모는 잔머리를 굴리고 유족들이 요구한 적도 없는데 깽판을 치고 있다”고 신랄히 비난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故 박성호군의 누나 박보나씨는 지난 5일 추모 집회에서 “유가족들에게 ‘세월호가 로또냐 시체장사한다’ 이런 욕을 하기도 한다. ‘친구 버리고 살아나서 좋나’ 이런 말들을 생존자 학생들에게 말을 하기도 한다. 이런 말 듣고 너무나 상처받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다”며 “사실 이런 욕보다는 이제 그만해라, 지겹다 언제까지 세월호 타령이냐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로 죽었는데 왜 이렇게 유난을 떠나라는 말이 더 힘들고 아프다”고 전했다.

박씨는 “우리 아이들은 수학여행 가다가 불행한 사고로 죽은 게 절대 아니다. 순수하고 말을 잘 듣고 꿈 많은 아이들이었다. 이 아이들이 말도 안 되는 사고로 잘 다녀오겠다, 기념품 사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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