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셋째 주, 이번 주에는 한국대중음악계에서 의미 있는 두 단체가 발족하거나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바로 뮤지션 신대철을 중심으로 발족하는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과 대중음악평론가 박준흠, 문화산업 전문가 김재범 교수가 주축이 되어 창립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음악산업학회(KAMI : Korean Association Of Music Industry) 이다.

먼저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부터 이야기를 해야겠다. 7월 16일 수요일 오후 3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발족하는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은 밴드 시나위 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뮤지션 신대철의 문제제기를 통해 결성된 단체이다. 신대철은 그동안 SNS등을 통해 뮤지션들에게 불합리하게 책정되어 있는 온라인 음원서비스 이용 요금 제도 등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다. 이미 적잖이 알려져 있는 부분인데 정액제 요금 체제를 중심으로 구축된 현행 음원 서비스 이용 요금은 뮤지션보다는 음원 서비스 업체쪽에 더 많은 수익이 분배되도록 제도화 되어 있다. 어지간히 스트리밍을 많이 하고 다운로드를 많이 받더라도 뮤지션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문제 의식을 느낀 뮤지션들과 제작자들이 꾸준히 의견을 표명하고 행동을 함으로써 분배 요율이 일부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뮤지션에게는 불리한 측면이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신대철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MP3 30곡 다운로드 상품이 6,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곡당 200원에 판매가 되는 건데, 그중 40%인 80원은 음원 서비스업체의 몫이고 나머지 120원이 제작사, 저작권자, 가수, 실연자의 몫입니다. 150곡 다운로드에 13,500원짜리 상품도 있습니다. 이 경우 한 곡당 가격이 90원입니다. 역시 그중 음원 서비스업체는 40%인 36원을 가져가고 나머지 54원을 제작사, 저작권자, 가수, 실연자가 나눠 가집니다.”라고 정리한바 있다. 뮤지션들이 실제로 가져가게 되는 금액은 형편없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 https://www.facebook.com/musiccoops
 
이제는 시디(CD)나 엘피(LP)를 통해 음악을 듣기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음악을 듣는 이들이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이처럼 불합리한 시스템은 결국 뮤지션들의 창작 의욕을 꺾고, 음악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그 때문에 음악생산자연대와 뮤지션 유니온을 비롯한 음악인 단체들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많은 문제점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신대철은 ‘불합리한 시장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 같은 고민을 담아 SNS에 문제의식을 담은 글을 올린데 이어 음원유통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7월 16일 SNS에 글을 올린지 세 달만에 출범식을 열고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이 발족하게 된 것이다.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과 음원 서비스 업체의 몫을 10%로 줄였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이다. 뮤지션과 음악팬들이 다 함께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음원서비스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분배할 수 있도록 음원서비스 업체의 몫을 기존의 40%에서 10%로 줄일 예정이다. 그렇게 해야만 기존의 왜곡된 음악시장이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이다.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은 이밖에도 뮤지션들과 비뮤지션 조합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뮤지션이 이처럼 음악산업 내부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한 사례는 많지 않다. 과거 정태춘이 음반 사전 심의제도에 대해 헌법 소원을 제기한 이후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행동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개선해야 할 문제는 단순히 분배요율만이 아니다. 정액제 문제를 포함해서 어떻게 해야 온라인 시대에 걸맞는 올바르고 대안적인 음악 소비 패턴을 창출할 수 있을지가 고민되고 논의되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족하는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의 행보에 기대 섞인 가능성을 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제기에서 대안 마련이라는 숙제를 스스로 떠맡은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7월 17일 목요일 오후 2시,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에서 창립준비포럼을 여는 한국음악산업학회의 등장은 한국 음악 산업의 발전과 이에 대한 연구 역량의 발전을 증거한다. 영미권 음악의 일방적인 소비 국가였고, 산업이라고 할 수 없는 소규모의 음악 시장에서 아시아 시장의 중요한 생산지로 발전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은 그 변화의 시간동안 이 같은 변화에 주목하고 연구하는 이들 역시 함께 증가시켰다.

7월 17일의 포럼은 바로 그 증거이다. 이날 포럼은 “글로벌마케팅; 한국 대중음악의 글로벌 음악시장 진출 - ‘K-Pop’의 현황, 한계 그리고 극복 방안”, “대중음악자료원; 한국대중음악자료원의 필요성과 건립 문제 - 산업적인 활용 방안”, “음악산업학제; 대학/대학원 음악산업학제 신설의 필요성과 의미 -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 예술과 산업으로 조망하는 첫 걸음” 등의 주제를 놓고 발제와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며. 안석준(CJ E&M 음악사업부문 대표), 김원찬(대한가수협회 사무총장), 유재진(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전략기획팀장), 정훈(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사업국장)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음악산업학회는 이후 11월 경 창립총회와 학술대회를 열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앞으로 학회지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개별적이고 분산적으로 진행되어 오던 음악 산업 관련 연구들이 보다 집중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음악산업학회의 발족은 아직은 일천한 대중음악 산업 관련 연구들이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며 향후 음악산업 연구가 학제화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보다 전문화되고 보다 세분화되며 보다 적극적으로 달라지는 대중음악계의 모습이 여기 두 단체의 출발에 함께 있다. 변화는 이렇게 드러나고 더 많은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마중물 같은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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