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재단이 대법원에서 패소한 것을 두고 통일그룹이 소유한 세계일보가 ‘공익성과 국익을 훼손한 판결’이라고 보도했다.

대법원은 지난 10일 통일교재단이 여의도 파크원의 사업 시행자인 Y22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Y22)를 상대로 낸 지상권설정등기말소 등 청구소송에서 통일교재단의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재판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일교재단은 2005년 자신이 보유한 여의도 땅에 상업 복합단지인 파크원을 짓기로 하고 Y22와 99년 간 지상권을 설정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상권이란 타인의 토지에 건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해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를 뜻한다.

하지만 통일교재단은 5년 후인 2010년 계약이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 당시 통일교재단 이사장인 곽정환씨가 Y22의 실질적인 소유주였으며, Y22에 이익을 주기 위해 통일교재단에 손해를 입히는 배임을 저질렀다는 이유였다. 통일교재단은 또한 “99년의 지상권 설정은 사실상 처분행위로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정관 변경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1년 1심 판결은 배임 증거가 없고 지상권 설정도 관청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Y22의 손을 들어줬다. 2심과 3심에서도 원심이 확정됨에 따라 통일교재단이 패소했다. 최종심 결과가 나온 이후 몇몇 언론은 이러한 사실을 ‘드라이’하게, 혹은 이제 여의도 파크원 사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세계일보의 관점은 달랐다. 세계일보는 11일 9면 기사에서 “공익적 목적을 가진 비영리법인의 ‘편법행위’를 사실상 묵인한 판결”이라는 재단의 입장을 전했다. 이 기사는 “공익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비영리법인의 실질적 운영자가 개인적 이익을 취하거나 설립 취지에 어긋나게 법인 재산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 11일자 세계일보 9면
 
사설에서도 판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세계일보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그 무엇보다 국익과 공익성은 어디에 있는지 묻게 된다”며 “기계적 판결에 그쳐 국부를 유출하고 공익성을 훼손하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또한 “부지 용도는 명확했다. 통일교의 세계선교본부 건물을 건립해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의 주춧돌을 놓을 예정이었던 것”이라며 “어제 판결로 그 청사진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 이제 이 땅에선 공익적 가치가 아니라 금융자본의 탐욕이 넘실거리게 됐다”고 개탄했다.

세계일보가 이러한 기사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일보와 통일교재단은 특별한 관계이다. 세계일보는 통일재단의 계열사로, 통일교재단(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과 사단법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선교회(통일교)가 최대 주주이다. 언론계 안팎에선 이런 통일교재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세계일보가 판결을 비판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 11일자 세계일보 23면
 
이번 판결의 결과로 통일교재단은 막대한 비용 부담을 지게 된다. 소송비용은 물론, Y22가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수백억 원을 물어내야 한다. 최근 증권가정보지(찌라시)에는 이러한 비용 부담이 세계일보의 경영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3년 신문사 재무분석을 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일보의 상황은 좋지 않다. 2013년 세계일보는 외형상 3.34% 성장했으나 당기순이익은 7억 여 원에 그쳐 전년대비 증감률은 -96.94%에 달했다. 분석에 참여한 이상기 부경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2012년 243억 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은 세계일보와 특수 관계자인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의 토지 매각으로 발생한 수익이었다”며 “세계일보 역시 신문 사업만으로는 생존이 힘든 지경”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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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계일보의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재판 결과가) 재단에 타격은 주겠지만 세계일보가 받는 타격은 많지 않을 것 같다”며 “다만 문선명 총재의 사망 이후 재단의 입김이 쎄진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문선명 총재는 적자가 나도 언론사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문 총재가 사망하고 나서 세계일보가 재단 입장에서 이익이 돼야 한다는 요구가 전보다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통일교와의 관계 때문에 보도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기사를 작성한 박현준 세계일보 기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사는 기사로만 봐 달라”고 밝혔다.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1심과 2심 때는 기사를 안 썼는데 어제는 최종 판결이 났기에 사업전망을 포함해서 소송을 제기한 쪽의 입장에서 정리를 해준 것”이라고 답했다.

황 국장은 “이번 판결의 결과처럼 (지상권 설정에서)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없다고 하면 공익재단의 재산이 개인에 의해 잘못 쓰일 수 있다”며 “우리가 판단해서 기사를 쓴 것이지 재단에서 부탁을 해서 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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