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과 압박으로 인해 민간잠수사가 죽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논란을 일으킨 MBC <뉴스데스크>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조치가 행정제재에 해당하는 ‘권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심의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김성묵) 여당 추천 위원들은 9일 열린 회의에서 지난 5월 7일 MBC ‘뉴스데스크’의 데스크 리포트 <“분노와 슬픔을 넘어”>에 대해 권고 의견을 냈다.

박상후 MBC 전국부장은 이 리포트에서 민간잠수사 이광욱씨의 죽음을 전하며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며 “실제로 지난달 24일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결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또한 다이빙벨에 대해서 “분노와 증오 그리고 조급증이 빚어낸 해프닝”이라고 전했다. 박 부장은 이 과정에서 다이빙벨을 ‘19세기에 만들어져 20세기에도 안 쓰던 것’이라고 설명하는 등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을 했고, 혐한 사이트에서 나온 한국 비판 글을 인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방송소위는 지난 2일 회의에서 MBC 측의 의견진술을 듣기로 결정했다. MBC는 직접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MBC는 서면진술서에서 “슬픔과 분노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차분히 따져보자는 취지로 발제 보도한 것”이라며 “잠수사의 죽음의 직접적 원인이 유가족들의 조급증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라고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MBC는 또한 “다이빙벨이 19세기에 개발됐다는 팩트에는 오류가 있으나 19세기에 개발됐을 정도로 조악한 수준”이라며 “혐한사이트를 인용했다는 점도 근거가 모호하다. 한국의 네이버나 다음 같은 일본의 포털 사이트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는 박상후 부장의 리포트 전후에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도 비슷한 취지의 글이 실렸다는 점도 강조했다.

   
▲ MBC <뉴스데스크> 7일자 데스크 리포트.
 
야당 측 위원들은 다이빙벨 보도나 잠수사의 사망원인 등 MBC 리포트의 팩트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야당 측 박신서 위원은 “MBC 재난보도 준칙에 따르면 추측과 확대해석은 하지 못하게 돼 있다. 심의규정을 봐도 사망원인 보도는 정확히 해야 한다”며 “주의 이상의 법정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야당 측 장낙인 위원도 “논평도 기본적인 사실에 입각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평에 주관이 들어갈 순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이 사실에 기초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은 “틀린 팩트를 가지고 ‘야쿠자적인 상술’이라느니 ‘한국인이 무섭다’는 식의 표현을 하는 것이 인터넷방송도 아닌 지상파 방송에서 나와야할 논평인가”라며 “주의 이상의 법정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여당 측 위원들은 팩트 오류는 본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여당 측 고대석 위원은 “(야당 위원들의 지적은) 사소한 것이고. 본질을 봐야한다”며 “논평의 취지 자체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은 “큰 문제없다고 보고 다만 팩트 틀린 것이 있다는 점에서 ‘의견제시’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여당 측 함귀용 위원은 “시청자의 한 사람이었던 내가 보기에 (박상후 부장이) 차분하게 생각해보자는 멘트로 마무리했다”며 “일본 사이트를 인용한 부분만 없었다면 아무 문제없는 논평”이라고 밝혔다. 함 위원은 “이 보도의 주제는 한 잠수사의 죽음을 놓고 우리사회가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팩트 오류 등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취지에서 ‘권고’ 의견을 낸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권고’가 과반수 의견으로 나오지 않았는데도 김성묵 위원장이 ‘권고로 처리하자’고 말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대석 위원이 의견제시, 함귀용 위원이 권고, 야당 측 박신서‧장낙인 위원이 주의 의견을 낸 상황에서 김성묵 위원장은 ‘권고’ 의견을 내며 “권고로 처리하자”고 말했다.

이에 방통심의위 사무처 직원들이 그렇게 결정하면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자 ‘의견제시’ 의견을 냈던 고대석 위원이 “그러면 내가 권고로 할게요”라고 말하며 결국 권고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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