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765kv 초고압 송전탑 건설반대 투쟁의 현장과, 그곳이 본래 지녔던 평화로운 일상과 자연이 함께 서울에 왔다. 사진가 18인의 ‘밀양’ 현장 기록과 판화가 이윤엽, 화가 전진경, 등의 작품으로 지난 7월 1부터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 갤러리에서 진행중인 <밀양을 살다>展 얘기다. (이하 보도 자료 인용)

밀양(密陽). ‘볕이 빽빽하다’는 뜻의 지명이지만, 지난 수년간 이 땅은 ‘어두운’ 소식의 진원지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765kv 초고압 송전탑 건설이 그곳에서 추진되었고, 송전탑 건설을 막고 삶터를 지키려는 주민들, 즉 ‘할매’들의 힘겨운 싸움이 그곳에 있었다.

한쪽에서는 전력난 때문에 송전탑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송전탑 뒤에 숨어있는 핵 발전의 미래까지를 염려했다. ‘할매’들이 처한 상황과 투쟁에 대해 어떤 이들은 서울에서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먼 남의 일로 여기거나 혹은 지역이기주의로 간단히 무질렀고, 또 어떤 이들은 거대한 폭력에 맞서 움막을 짓고 저항한 그들의 일을 자신의 일인양 아파하고 안타까워했다. 찾아가서 지지하고 연대하고 또 기록했다.

   
▲ #2 129번 무덤 _ 최형락 Digital Print 2014
 
 
사진전 <밀양을 살다*>전은, 그동안 밀양 송전탑 투쟁 현장을 기록해 온 18명의 사진가와 이윤엽, 전진경, 신유아 등이 사진과 그림, 설치로 함께 펼쳐 보이는 밀양의 여러 풍경이다.

사진가 김민 김익현 노순택 박승화 이명익 이승훈 이우기 이재각 임태훈 장영식 정근업 정운 정택용 조재무 최형락 한금선 허란 홍진훤. 다큐멘터리 사진가에서부터 사진기자, 자본과 국가권력의 폭력에 평범한 일상이 깨어져나가는 것에 놀라 기록을 시작한 새내기 사진가가 함께 참여했다..

사진가 임태훈에게 밀양은 ‘국책이라는 명목 하에 11년째 진행되고 있는 비겁한 전쟁’에 다름 아니다. 노순택에게는 고압송전탑이 세워지는 과정이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괴물이 들어서는 과정’이었다. 고압송전탑을 둘러싼 문제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밀양으로 간 이승훈은 ‘직접 보고, 듣고, 찍었음에도 여전히 이해 할 수 없는 저 욕심들, 야만들’을 사진으로 토로하고 있다.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를 통해 소수자들의 소외를 보여준 바 있는 한금선은 이번 전시에서도 여전히 보는 이를 먹먹하게 하는 밀양을 내보인다.

이제는 이 시대 상황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밀양’. 지난 6월 11일, 송전탑 건설 반대를 위한 밀양의 움막들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 철거되었지만, 이 사진들은 과거의 기록으로서 한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다. ‘밀양’이 그렇듯이, 이 사진들은 과거의 역사로서가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에 속해 있다.

전시는 7월 13일까지 열리며, 전시 기간 중 류가헌 마당에서 밀양의 진실과 아픔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 상영도 함께 이루어진다. 전시 문의 : 류가헌 02-720-2010

   
▲ 8일 오후 류가헌 갤러리를 찾은 관람객들. 인근 서촌갤러리에서 진행중인 세월호에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와 함께 관람했다는 관객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전시 제목 <밀양을 살다>는, <오월의 봄> 출판사에서 발행한 밀양구술프로젝트의 책 제목을 그대로 빌어 왔다.

■ 전시 서문 (밀양 사진에 관한 글)

'밀양'

부끄럽게도 그곳에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다. 다녀온 이들의 말과 사진을 통해 풍문처럼 듣고 보았을 뿐이다. 처음부터 가장 생경했던 건 풍문의 주인공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사실이었다. 자식 다 키워 타지로 떠나보내고, 밭에서 나고 자란 것들만으로도 살림이 충분한 어르신들이 아쉬울 게 뭐가 있을까. 그저 사는 날까지 자식들 병수발이나 시키지 않게 건강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 말고는. 그렇게 더 바랄 게 없는 분들이 겨울철 아랫목을 마다하고, 봄날 파종도 미루고 그야말로 사생결단으로 뭔가를 반대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몸이 쑤시는 날조차도 습관처럼 그냥 아까워서 100W짜리 전기장판도 두어 번은 망설이다 켰을 이분들한테 765㎸짜리 송전탑을 세운다는 것은 그야말로 까무러칠 일이다. 단순히 누군가의 에너지 소비를 위해 길을 터줘야 한다는 억울한 차원이 아니라 땅에 해서는 안 되는 그야말로 경우 없는 짓인 셈이다. 어르신들의 뜨거운 저항은 땅에서 나고 자란 분들의 본능적인 몸짓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면 벌을 받는다고 말하려던 그분들의 농성장들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끝내 철거되었다. 꽃무늬 버선에 분홍 차렵이불보다도 고운 할머니들은 그렇게 진달래처럼 스러져 버렸다. 어떤 사진들은 사진 자체에 대해 차마 말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글 / 송수정(전시기획자)

   
▲ #4 임시풍경2 국가편 #33 _ 홍진훤 Digital Print 2014
 
 

■ 참여 사진가와 짤막한 작업노트

김민
전형적인 운동권 대학생으로 거리에 나가다가 무언가에 홀려 팔뚝질 대신 ‘셔터질’을 하기 시작했다. 밀양 주민들의 눈물이 묻은 전기에 감전당할 바에야 차라리 같이 눈물을 흘리겠다 싶어 찾아간 밀양엔, 전기보다 더 강력한, 사람들 사이의 끈이 있었다. 전시에 참여했다.

김익현
90년대에 우리 가족은 여름이면 여행을 떠났다. 한 날은 비가 세차게 내렸는데 급하게 텐트를 치고 밤을 보냈다. 다음날 비가 그치고 하늘은 맑아졌다. 강 옆으로 서 있는 산에는 ‘밀양댐 건설 중’ 이라고 적힌 글씨가 보였다. 그 이후에 나는 밀양에 간 적이 없다. 나는 밀양을 이렇게 기억한다. 오늘부터 사람들은 밀양의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구국의 영단> <평화가 웃는다> <미디어시티서울 2014 프리비엔날레>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노순택
분단이 흘려놓은 풍경들을 사진으로 수집해 왔다. 밀양 765KV 고압송전탑이 세워지는 과정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괴물이 들어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분단체제라는 괴이한 집은, 밀양에서마저 괴물을 번식시킨다. <분단의 향기> <얄읏한 공> <비상국가> 등의 국내외 전시와 같은 이름의 책을 펴냈다.

박승화
한겨레 사진기자. ‘밀’(密)과 ‘양’(陽)의 관계는 보기에 따라 형용모순이기도 하고 균형이기도 하다. 그 균형은 지금 깨지고 없다. 도시 사람들의 편익과 원전 마피아의 잇속 앞에 그곳 사람들의 삶과 터전이 궤멸 되었다. 송전탑보다 사람들이 먼저 일어섰다. 밀양 어르신들은 투사가 되었다. 우리는 그들을 지켜보기만 해도 괜찮은 걸까. 밀양은, 답은 나와 있으나 던져지지 않는 물음이다.

이명익
시사IN 사진기자. 송전이 감춰왔던 또는 감내하라 했던 당연함이 잔인함 임을 밀양을 통해 배웠다. 기억하는 노동자 또는 사진가로서 밀양을 놓지 않고 있다. 잔인함을 잊지 않고 있다.

이승훈
밀양 765kv 고압송전탑을 둘러싼 문제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밀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직접 보고, 듣고, 찍었음에도 여전히 이해 할 수 없는 저 욕심들, 야만들. 그것이 ‘권력’이고 ‘이익’이라고 으름장을 놓지만 정작 무엇을 잃고 있는지 모르고 있으니 그저 욕심과 야만으로 치부할 수밖에. <몸:살> 등의 전시를 했다.

   
▲ #3 밀양 _ 이승훈 Digital Print 2014              
 
이우기
언제나 우아한 복수를 꿈꾼다. 밀양은 너무도 뚜렷한 겁탈의 현장이다. <그대, 강정>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달력> 참여.

이재각
“철학하는 예술가 소속. 밀양을 지키고 있는 나무와 산새들, 바람과 풀벌레 그리고 할매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습니다. 그들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신령이었습니다.”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전> <2회 버리기 1초전> 등의 전시에 참여.

임태훈
사진가. 대학에서 포토저널리즘을 전공했다. 분단 상황 속에서 자본의 논리로서 발생되는 공간 그리고 상황들을 기록하고 있다. 삶의 터전에서 내쫒기지 않기 위한 고령의 주민들의 몸부림은 처절했고, 765kv의 송전탑을 세우려는 국가기업은 이들을 잔인하게 넘어뜨리고, 짓밟고, 목을 졸랐다. 밀양에서의 이 비겁한 전쟁은 국책이라는 명목 하에 11년째 진행되고 있다. 2013년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에서 <일상의 정치>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가했다.

   
▲ #5 할 Money _ 임태훈 Digital Print 2013              
 
장영식
사진가. 밀양의 눈물을 통해 슬픔과 분노를 넘어 자연과 생명 중심의 삶과 가치의 전환을 희망하고 꿈을 꾸다. <니가 가면 나도 간다> <사람이 한울이다> <사람이 한울이다2> <오! 밀양>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정근업
밀양 할매는 언제나 바치고 당하는 모두의 아바타이다. 수백 킬로볼트의 고압선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하는 밀양의 주변인은 도시의 불빛에 가리워진 어둠들이다. 아바타가 숲에서 날아오른다, 모두를 위해, 권력을 향해! <고은포토비엔날레> <시종의 경계> <7번국도> <아름다운 사람들>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아름다운 사람들> <7번 국도> <부산의 시장> 등의 출판에 참여했다.

정운
법을 공부하며 미디어충청에 기사를 쓴다. 자본과 국가권력의 폭력에 평범한 일상이 깨어져나가는 것에 놀라 기록을 시작했다. 유성기업지회에서 선전활동가로 머무르며 처음 밀양을 만났고, 사진을 찍었다.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용산, 강정에서처럼 밀양에서도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비참함을 따사로운 오월 햇살 아래 포클레인 그늘 밖으로 드러난 밀양 할매의 발을 보며 또 느꼈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냈고,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 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다.

   
▲ #6 일등 국민을 위한 765kV 아래 _ 정택용 Digital Print 2013
 
 

조재무
프리랜서 사진가. 밀양의 어느 산에 송전탑이 박혔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경치이다. 우리가 이 땅에 살며 어느새 자연스런 풍경들이 되었다. <빛에 빚지다> <구럼비의 노래> <연말정산-2009년 대한민국의 자화상>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걷다> <사람을 보라> 등의 책을 함께 펴냈다.

최형락
<프레시안> 기자. 밀양에서 국가의 비열함을 목격한 후 국가의 권력이 어떻게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게 됐는지를 관찰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허위를 기록한 사진집 <사진, 강을 기억하다>(공저, 2011) 등을 펴냈다.

한금선
“혼령 아랑*, 그녀는 손에 붉은 깃발을 움켜쥐고 복수의 날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밀양할매, "날 죽이고 송전탑을 세운다 해도, 그건 죽어도 내가 허락치 않은 것이여", 할매는 붉은 깃발을 움켜잡는다.”
<집시, 바람새 바람꽃>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 <강강강강> <구럼비의 노래> 등의 전시를 열었고 같은 제목의 책을 펴냈다. *부당하게 살해당한 아랑은 부임해 오는 밀양 부사들에게 주기朱旗를 들고 혼령으로 나타난다. 벼슬만 보고 달려든 신임 부사들, 그네들은 첫날밤이 지나면 시신으로 발견된다.(밀양 전설 '아랑'중에서)

   
▲ #1 밀양 _ 한금선 Digital Print 2013
 
 

허란
밀양 (密陽 빽빽한 밀, 볕 양)을 바라보다 !

홍진훤
사진가. 임시적 존재에 관해 생각하고 기록하는 중이다. 현재는 제주 해군기지와 오키나와 미군기지. 밀양 송전탑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이 네 곳의 임시성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탐구중이다. 무엇이 인간을, 공간을, 시간을 임시적으로 만드는가. <임시풍경> <빛에빚지다>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판화 / 이윤엽
“아주 늙은 농부가 아주 작은 농사일이나 하며 졸졸 그저 졸졸 흐르는 것이 웰케 힘든 것이냐. ” 노동자들의 싸움에 힘이 될 수 있는 파견미술에서 일하고 있고 노동자, 농민의 모습을 담은 전시를 많이 했습니다. <나는 농부란다(사계절)>를 쓰고 그렸습니다.

   
▲ #7 어머니-밀양에서 _ 이윤엽 55cm x 48cm 2013
 
 

설치 조형 /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 노동현장에서 줄기차게 살았으며 파견미술을 통해 현장과 연대하는 사람

설치 그림 / 전진경
파견미술가.회화 15년 경력의 현장예술가. 주로 그림을 그리고 가끔 쓰레기를 줍는다. 콜트콜텍의 이웃집 예술가로 살았던 시간이 현재 그림을 그리는 것에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지금은 대부도의 창작센터에서 1년간 작업실을 얻어 가급적 은둔을 기대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자꾸 뭐 하자구해서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은둔은 무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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