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후 19일 선체가 해저 바닥에 닿을 때까지 “에어포켓(air pocket·수중 공기 공간)이 있다”고 판단했던 해경이 세월호 국정조사 과정에서 “세월호는 에어포켓 존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을 바꿨다. 또한 해경이 의도적으로 에어포켓 소멸을 기다린 정황이 밝혀지면서 처음부터 구조할 의지도 없이 대국민 사기 쇼를 벌였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국조 특위 야당 간사인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3일 “구조당국이 잠시나마 존재했던 에어포켓의 소멸을 아예 손 놓고 기다린 정황이 해양경찰청 공식 문서로 확인됐다”며 “그나마 있는 공기마저 빠지길 기다린 구조당국이 4월 18일 엉터리 공기 주입을 벌였던 것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국민을 기만하기 위한 한낱 쇼에 불과했음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김 의원이 공개한 사고 당일 오후 5시30분 목포해양경찰서가 해경 본청부터 각급 해양경찰서와 해군3함대, 전남도청 등 30개 유관 기관에 전파한 상황보고서에는 “세월호 선내에 공기가 많이 빠져나오고 선내 진입 곤란. 공기 배출 완료 시 잠수사 투입 선내 수색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김 의원은 에어포켓과 관련한 서면질의에 해경이 ‘카페리 선체 특성상 수밀구조가 아니어서 에어포켓 존재 가능성이 희박함’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29일 “생존자를 구조한다며 세월호 선체에 주입한 공기가 인체 유독성 공기였다”며 “공기주입 작업에 참여했던 잠수부는 세월호 공기주입에 쓰인 콤프레셔 장비에 인체에 해로운 공업용 오일이 사용됐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6일 오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세월호가 선수 쪽 선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모두 침몰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CBS노컷뉴스
 
실제 해경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선체에 승객이 살아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공기 주입을 요구하자 사고가 발생한 지 50여 시간이 지난 4월 18일이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선체 상부 조타실로 추정되는 곳에 공기 주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도 해경이 약속된 시간이 지나도록 공기 주입 사실이 확인되지 않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정부 사고대책본부는 또 세월호 침몰 8일째인 23일 “잠수부들이 희생자 구조에 집중하기 때문에 에어포켓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며 “선내에서 에어포켓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세월호 4층 객실 유리창을 깨고 진입에 처음 성공한 때는 19일 밤 자정이 다 된 시점으로, 사고 발생 87시간이 지난 후였다.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은 대서양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 사고 당시 선내에 갇혀 있던 20대 나이지리아 선원이 에어포켓에서 72시간을 버텨 생존한 사례를 전하며 생존 가능성에 기대를 품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히 18일 밤 11시 세월호가 수면으로 가라앉기 시작해 선체 옆면이 해저 바닥에 닿으면서 에어포켓에 대한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졌다.

그럼에도 해경은 에어포켓 존재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19일 이용욱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장은 “선내에 공기가 전혀 없을 경우 수압이 같아 문이 잘 열리는데, 어떤 공간은 문이 잘 안 열린다”며 “그런 걸로 봐서 아직도 에어포켓이 있다고 판단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일 이후에 발견된 희생자 시신의 상태가 단순 익사로 보기엔 너무도 멀쩡해 에어포켓이 상당 시간 있었음에도 구조가 늦어져 공기 부족으로 질식사했거나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수 있다는 유가족들의 의문도 강하게 제기됐다.

해군 장교와 컨테이너선 항해사 출신의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은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선체가 전복된 후 단 한 사람의 생명도 구하지 못한 해경이 마치 ‘에어포켓은 처음부터 없었다’며 변명에 급급한 꼴이나 ‘에어포켓 언급은 해경이 하지 않았다’고 발뺌한 해경청장의 발언은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라며 “세월호의 경우 역대 재난사고 사상 에어포켓이 가장 많이 오래 형성돼 있을 가능성 높은 사고라는 것은 선박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위원은 당시 해경이 선체에 공기 주입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선실에 직접 주입하지 않는 한 선체에 공기를 주입한다고 해서 사람이 살고 있는 구획으로 간다는 보장도 없는데 해경은 재난구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상식 밖의 행위를 했다”며 “선수가 그나마 물 위에 떠 있었을 때 이를 놓치면 배가 옆으로 드러누워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모를 리도 없는데 선수를 잡지 않은 것은 아예 구조할 의사 없었다는 것밖에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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