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목적은 공영방송 길들이기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이번 (문창극 낙마) 사태의 출발이 된 KBS는 수신료와 전파를 자신들의 정치적 도구로 악용해 공영방송 원칙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조해진 의원은 방송 사안을 다루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다. 사실상 당의 입장으로 봐도 무방한데, 국정운영 참사를 공영방송 책임으로 돌리는 얕은 수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MBC
▲ 6월 11일자 KBS '뉴스9' 보도. | ||
프레임의 두 번째 목적은 무능한 청와대 감추기다. 청와대는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후보자가 연달아 낙마하며 60일 전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을 결정했다. 총리후보자로 부적격인 인물을 내세웠다 빚어진 인사 참사다. 박근혜 정부가 인사검증시스템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아예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보수 후보를 못 지켜낸 보수 정권의 앞날이 밝을 리가 없다. 보수성향의 국민들조차 정부의 ‘무능’을 인식하는 순간이었다.
정부 입장에선 비판의 화살을 돌려야 한다. 후보자는 제대로 뽑았지만 언론보도에 휘둘리는 대중에 의해 후보자가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의 ‘인사검증 무능력’이 언론의 ‘인사검증 방해’로 탈바꿈된다. 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까지 가는 것이 옳았지만 여론재판으로 도중에 낙마했다는 중앙일보의 보도가 좋은 예다.
▲ 중앙일보 6월 25일자 2면. | ||
프레임의 세 번째 목적은 ‘보수 세력의 힐링’이다. 문 후보자가 진정 애국자이고 총리후보자로서 적격이었다고 생각했던 박근혜 정부 지지 세력은 문 후보자의 낙마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의 신념이 인정되려면 사실상 문창극 총리 인사를 철회한 박 대통령을 비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 입장에선 공영방송이 후보검증 과정에서 왜곡보도를 일삼아 여론이 기울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야 지지 세력을 납득시킬 수 있다.
보수 세력으로선 이번 낙마를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핑계거리가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내 신념과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일종의 ‘자기안도’가 필요하다. 예컨대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이 “문 후보자 사퇴는 사퇴가 아니라 피살이었다.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싸움의 표적은 좌파 매카시즘과 박근혜 정부의 비겁한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한 것이 ‘자기안도’의 좋은 예다.
▲ 24일 총리 후보직을 사퇴하는 문창극씨.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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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총리 후보자 낙마의 파장이 7․30 재보선까지 가는 것이 두려운 정부와 새누리당은 총리 유임이란 자충수를 두었지만 이를 만회하고자 ‘KBS 왜곡보도’ 프레임을 생산하고 있다. ‘중앙일보 출신 총리’를 기대했던 중앙일보의 실망감은 정부여당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그들은 오늘도 ‘KBS 왜곡보도’ 프레임을 확산시키고 있다. KBS 보도가 정말 문 후보자 낙마 이유의 전부인지, 정말 강연취지를 왜곡했는지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 이미 답은 나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