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추진하면서 교내·외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북대가 지난 25일 ‘안정적 국가경영에 이바지한 공로’로 이 전 대통령에게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경영학부 교수들 내부에서도 이번 학위 수여 결정 과정에서 총장이 깊이 관여했으며 통상적인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북대 경영학부 한 교수는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단과대의 동의를 받아 명예박사 추천을 했는데 단과대에서 반대가 많아 현재는 규정상 단과대 동의를 없앴다”며 “(이 전 대통령 명예박사학위 추진도) 대학본부와 함인석 총장이 정하고 경영학부 교수회의에서 추천 형식으로 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동의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니어서 양해 차원에서 경상대 학장이 공적조서를 올리도록 했는데 학장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시했다”며 “교수회의가 열리기 전에 사전에 안건을 공지했는지도 모르겠고 당시 18명 중 5명이 반대했지만 결국 총장의 의도대로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경북대 졸업생(90학번) 이대동씨가 지난 24일 이명박 전 대통령 명예박사 학위 수여 추진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를 했다.
 
경상대 한 관계자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대학원위원회가 열려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학부 추천 절차에 대한 학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례상 해당 학부 교수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지나갔을 경우 말썽이 많았다”며 “학부 교수회의에서 추천 결정이 되면 정식 공문 요청이 올라오는 게 관례인데 아직까지 경영학부나 대학본부에서도 공문이나 협조 요청을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경북대 학위수여 규정에는 “총장은 우리나라의 학술과 문화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했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자 또는 국가와 지역사회 및 대학발전에 공헌한 자에게 대학원장의 추천, 대학원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경북대가 이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북대 교수와 학생들을 비롯해 동문들과 지역 시민단체 등에서도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는 지난 25일 대학본부의 이 전 대통령 명예박사학위 수여 계획에 대한 반대 성명에서 “이 전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4대강 사업 논란, 국정원 대선개입, 민간인 사찰 등 숱한 파행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당사자”라며 “게다가 소위 ‘국립대선진화방안’을 강압적으로 추진해 전국의 국립대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책임자인데 이런 ‘논란의 인물’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겠다는 발상에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경북대 총학생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일어난 원전 마피아와 소통의 부재, 서민경제의 파탄과 같은 과오들은 본관에서 제시한 학위 수여의 이유인 ‘안정적 국가경영’이라는 이유에 합당하게 명예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될 수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6일 이명박 전 대통령 명예박사 학위 수여 취소를 바라는 경북대학교 동문 400여 명도 성명을 발표해 “녹조라떼를 대구경북 특산물로 만든 공로인지 ‘영포라인’을 가동해 지역 출신의 부정한 인사를 전국에 소개한 공로인지 의문”이라며 “이는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노력하는 졸업생과 ‘학위-등록금 환전소’로 변해가는 대학에서도 진리 탐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재학생,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을 기만하는 태도”라고 힐난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58개 시민사회단체도 26일 오전 이 전 대통령 명예박사학위 수여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함인석 총장은 2011년 대학 구성원 대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북대 법인화를 강력히 추진했고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는 데 앞장섰으며 어학교육원의 노동탄압 묵인 등 각종 반노동적 입장을 견지했다”며 “이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되면서 이 전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명예박사학위증을 수여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오는 30일 열리는 경북대 대학원위원회는 김규원 부총장이 위원장을 맡아 단과대학 학장과 주요 보직교수 등이 참여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박사 학위 수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