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26일 “게임이란 그저 게임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21세기 인간의 모든 활동을 관통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이날 오전 제1회 대한민국 게임포럼에서 ‘미디어로서의 게임’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하며 이 같이 말했다. 서울 숭실대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한국콘텐츠진흥원가 주최하고 한국게임학회·숭실대가 주관했다.

진 교수는 “인간과 세계는 미디어와 더불어 진화했다”며 오늘날의 미디어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라고 강조했다. 인간은 세계와 관계를 맺기 위해 역사적으로 문자-그림-사진-영상이라는 미디어를 활용했다는 얘기다.

진 교수는 “오늘날 대중은 디지털 가상을 마치 아날로그 실물(닌텐도 위)처럼 다룬다”며 이 진화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컴퓨터(비디오) 게이머’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0세기 사진과 영화가 시각문화를 주도했다면 21세기에는 컴퓨터 게임이 시각문화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26일 서울 숭실대에서 열린 1회 게임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병철 기자
 
진 교수가 분류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이전 세대의 차이는 이렇다. “영화와 TV의 세대가 극 중의 서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면, 컴퓨터 게임 세대는 집단적 협동을 통해 극중의 서사를 직접 창조하려고 한다.” 거실 소파나 영화관에 앉아서 감상만 하려는 이전 세대와 직접 조작해 스토리를 만들어가려는 ‘MMORPG' 게임세대의 차이라는 얘기다.

진 교수는 ‘셧다운제’, ‘게임중독’ 등 게임의 폐해를 강조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미디어적인 관점에서 설명했다. 그는 “게임에 대한 불신은 새로운 것은 아니”라며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는 매체의 종류가 역사적으로 문자에서 만화, TV를 거쳐 게임으로 옮겨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을 불신하는 이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이 있다. 즉 우리가 그것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미디어로서의 게임은 21세기 세상 전체의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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