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자들이 “전세 폭등에 처가살이인데 실질임금은 계속 줄어든다”며 사측에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회사와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는 유일한 사안이 임금문제다. 조선 조합원들은 노보를 통해 “현재 임금으로 가계를 꾸리기 빠듯하다”며 사측을 공개비판했다. 조선일보 노사가 임금에 대한 사내 불만을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6월 초 발행한 노보에 따르면 7년차 이하의 한 조합원은 “신혼 초에 잠시만 처가살이를 하려 했는데, 미친 전세 값 때문에 처가를 나갈 엄두가 안 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조합원은 “치솟는 사교육비 때문에 잠이 안 온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노조는 “주니어 조합원들은 처가살이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일부 시니어 조합원들은 가계 부채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조선일보는 경제적으로 괜찮은 직장이라는 통념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 노보는 최근 1년간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이 평균 13.8% 오르고 서울지역 연평균 사교육비가 전년대비 5.12% 올랐다고 전하며 “반면 본사 차장대우 조합원의 2013년도 임금인상률은 1.6%였고, 2012년엔 동결됐다”고 밝혔다. 한 차장대우 조합원은 노보를 통해 “연중 마이너스 통장을 빼 쓰고 연말에 성과급으로 메워 넣는 패턴인데 적자폭이 갈수록 커진다”고 밝혔다. 노조는 “조합원들은 평균 1.6명의 자녀에게 매월 130만 9000원씩, 연간 1570만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사옥.
 
노조는 “차장대우 조합원의 임금상승률은 2010년 이후 5.9%가 올랐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0.9%였다. 실질임금이 5%나 깎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10년차 이상의 한 조합원은 “회사는 매번 업계 최고 대우를 주장하지만 사석에서 타사 동기와 비교해 봐도 업계 최고라는 게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일반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과 만나면 상대적 박탈감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조선 노조는 5월 30일 사측에 임금협상 개시를 요청했다.

조선일보 노조가 지난 5일~10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적정임금인상 폭을 묻는 질문에 조합원의 42%가 ‘6%이상 8%미만’을 선택했다. 현재 임금 수준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선 52%가 불만족이라 답했다. 조합원의 70%는 “현재 임금으로 가계를 꾸리기 빠듯하다”고 답했다. 노조가 밝힌 지난해 조합원 평균 임금은 약 6420만원이다.

조합원들은 노보를 통해 “일 많이 시키고 창의적이길 바라면서 임금이 적은 건 말도 안 된다”, “기업에서 일하는 또래들과 비슷한 수준으로만 받아도 좋겠다. 그게 안 되면 업무 강도를 현저히 낮춰야 한다”, “회사는 늘 어렵다고 한다. 얼마나 어려운지 손익은 얼마나 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임금에 관한한 1등 신문은 결코 아닌 것 같다. 타사보다 노동시간은 긴데 임금 차이는 거의 안 난다. 특히 야근수당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선 노조는 중앙일보 노사가 2013년도 임금협상에서 5.3% 인상에 합의한 사실을 전하며 “중앙일보 2013년 임금인상률이 본지(4%)보다 높게 책정되면서 양사간 임금 격차는 커지게 됐다. 연말 격려금이 예년수준으로 더해지면 총액에서 중앙일보보다 많지만 격려금은 얼마나 받을지 예측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업계 최고 대우’라는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고려하더라도 임금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조선일보 기자들은 프리미엄서비스 등으로 업무가 예년보다 늘어났다.

조선일보의 한 조합원은 노보를 통해 “젊은 기자들은 조금만 눈 돌리면 이보다 나은 처우의 회사로 얼마든지 옮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조직에 남아 충성하라’는 말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들릴 뿐이다”라고 밝혔다. 젊은 기자들은 언제든지 조선일보를 떠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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