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독일 북부에서 독일 철도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일어났다. 당시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이 사고로 최소한 100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해당 열차는 선로를 이탈, 교각으로 돌진했으며 그 충격으로 고가도로가 붕괴됐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당시 고속열차는 시속 200km로 달리고 있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이후 독일교통부의 대변인 Veit Steinle는 사고원인으로 차륜(바퀴) 파괴에 의한 가능성을 제기했고, 한국철도기술원은 여러 정황을 미루어보아 이는 거의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대형 열차사고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철노노조는 23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례를 인용하며 “이 같은 사고를 일으키는 대차결함이 KTX산천에서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철도차량용 대차는, 차륜·차축(바퀴를 통해 차량의 무게를 지지하고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을 보관 유지하여, 차체의 중량을 차축에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주행·제동 기능을 갖춘 기구이다. 주기능이 주행 및 제동이기 때문에 만약 대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탈선·전복 등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KTX 산천 대차에 문제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KTX 산천 대차에 △전체적인 균열 △바퀴의 이상 마모현상 △차축의 산화 △제동 디스크의 균열 △감속장치 불량 △테로텍스의 파손 등 거의 모든 곳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철도공사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KTX 산천에서 발생된 하자는 총 388건이다. 이 중 136건은 아직도 하자가 해결되지 않은 채 운행되고 있다.

   
▲ 테로텍스(코팅물질) 제거 확인 과정에서 차축 산화 진행 발견. 사진=철도노조 제공
 
   
▲ 테로텍스(코팅물질) 결함. 사진=철도노조
 

   
▲ 제동 디스크(철도차량을 멈추는 장치) 균열 발생.사진=철도노조 제공
 
철도노조가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산천 차축 외부에서 산화가 일어났고, 차축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코팅처리한 테로텍스의 결함도 발견됐다. 또 철도차량을 멈추는 장치인 제동 디스크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최광규 철도노조 고양고속차량지부장은 “제동 디스크가 파손될 경우, 하부 차축 및 차륜에 타격을 가해 탈선의 우려가 있다”며 “언급된 결함들은, 사실 한 건도 발견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는 “이런 문제를 현장에서 정비하는 노동자가 제기했고 철도공사도 알고 있다”며 “철도공사는 고속철도 차량의 보유량 부족 및 유지보수 기지 부족, 유지보수 인원, 유지보수 시간의 부족 등으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계속 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철도노조는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KTX 산천이 수백 명의 승객을 싣고 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사측은 노조가 침소봉대 한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철도는 사고가 나서 고치는 것이 아니다.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 참사가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사고가 나기 전에 얼마나 예방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결함이 확인된 차량은 당장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 열차가 움직이거나 멈추지 못한다면 얼마나 큰 비극이 있을지는 노조가 아니라 철도공사, 국토부가 더 잘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에 △KTX 산천 차량 정밀 점검 △KTX 산천 차량 중대 결함 확인 시 대책 강구를 위한 ‘노사민정 특별위원회’ 구성 및 해결방안 마련 △중대결함 차량 운행중지 △안전 확보를 위한 유지보수 인력 외주용역 환원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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