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법원이 고용노동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학생의 교육권 침해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법부가 교육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채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해직 교원의 조합원 가입을 제한하는 교원노조법 2조는 근로자와 노조의 단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서 “교원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훼손되면 학교 교육은 파행을 겪고 이로 인해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 학생들이 피해를 받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6만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는 전교조가 9명의 해직 교사로 인해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재판부의 주장은 자주성을 가진 6만 조합원의 합리적 상식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이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했다고 현장 교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와 신문광고 등을 통한 3차례 교사선언에 참여했던 조아무개 교사는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교조의 단체협약 내용 중에는 교사의 처우와 복무에 관한 것도 있지만 학생과 관련한 부분도 많다”며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됨으로써 초등학생 학습준비물 준비나 학생인권과 자치활동 보장, 무상급식 내용 등이 포함된 단협 효력도 정지돼 학생들의 피해와 혼란을 더욱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교육부가 노조 전임자의 복직명령을 내달 3일로 내렸는데 이 시기는 기말고사 직전의 1학기가 마무리 안 된 상태여서 전임자를 대신해 근무하던 기간제 교사들과 학생 모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생활기록부 평가 등 중요한 학사일정이 남아 있는 시기이고 기간제 교사에게 해고 한 달 전 유예기간을 보장하라고 한 교육부의 지침과도 맞지 않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민주교육과 전교조 지키기 전국행동'이 전교조 설립취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민주교육과 전교조 지키기 전국행동
 
교육부의 명령대로 전교조 전임 교사들이 7월에 복구하게 되면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은 70여 명의 기간제 교사들은 학기 중 일자리를 잃게 된다. 또한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던 학급의 학생들은 새로운 담임을 맞아야 하고, 특히 중3·고3 학급 등 중요한 입시와 진학을 앞둔 학생들은 바뀐 교사와의 적응 문제 등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난 판결에 대해 교육부가 무리하게 후속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선 학교와 교육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발생할 혼란으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6만 전교조 조합원들의 거센 발발도 예상된다. 2차 교사선언에 참여했던 이아무개 교사는 “국제 기준에도 어긋난 법으로 노조를 과잉 탄압해 6만 조합원 조직의 손발을 묶는다고 그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9명의 해직 조합원이 있다고 사회 불안 요소가 생길 리 없는데 6만 명의 권리를 박탈하며 침묵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은 제정신을 버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재판부의 노조 자주성 훼손 주장과 관련해서도 그는 “노조의 자주성을 보장한 법은 노조 구성원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끼어들어 노조의 자주성 훼손을 방지 위한 것으로, 사용자성이 강한 어용노조를 막기 위함”이라며 “노조의 자주성 문제는 노조 스스로 얼마든지 판단할 수 있고 해직 교사가 사용자로 일할 사람도 아닌데 이번 판결은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노조의 권리를 전폭적으로 박탈한 행정부와 사법부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3차 교사선언에 참여했던 최아무개 교사 역시 “해고 이전엔 사학 비리와의 싸움 등 참교육 실천 활동을해왔던 교사가 조합원으로 들어온다고 전교조 활동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노조 운영의 기본 원리가 민주성인데 6만 조합원 중 해직교사 몇 명이 전교조 활동을 좌지우지할 수도 없고, 전교조 교사가 학생의 학습활동에 악영향 준다는 것도 전혀 근거 없는 엄청난 왜곡”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교육주체로서 개별 교사가 바꾸기 힘든 교육의 변화를 노조를 통해 이끌어 왔는데 전교조가 교육주체에서 배제됨으로써 그동안 전교조가 비판한 왜곡된 교육이 정권에 의해 유지·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교과서 추진 등 보수·우익 세력의 교육적 관점이 학교 현장에 투영되면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권이 훨씬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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