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이 유전적으로 게으르고, 일제 식민통치가 하느님의 뜻이라는 등의 ‘미친 소리’를 일삼은 문창극씨가 어떻게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될 수 있었을까? 단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막후에서 후견인(멘토) 역할을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현직 보수정치인 7명, 이른바 ‘7인회’와 ‘서울고 마피아’에 있다.

7인회는 ‘왕실장,’ 혹은 ‘상왕(上王)’으로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강창희 국회의장, 김용갑 전 국회의원, 김용환 전 재무부장관,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전 조선일보 부사장), 최병렬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 대표,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장은 박근혜 대통령) 등으로 알려져 있다.

면면이 보수정치인의 대표급이고, 모두가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다. 그 중 안병훈씨는 1965년부터 40년 가까운 기자생활 전부를 조선일보에서 보내고,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오랫동안 조선일보의 청와대 출입기자로 활동한 바도 있고.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을 정도로 조선일보 사주들의 신임도 두터웠다.

안병훈 대표가 문창극씨를 김기춘 비서실장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병훈 대표는 문창극씨의 서울고 선배다. 안 대표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문창극씨를 추천하자 김 실장은 자신도 문창극씨를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현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지낼 때 문창극씨는 이사를 지냈다.

‘7인회’는 어쩌면 ‘레이저 광선’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도 감히 어쩔 수 없는 무시무시한 세력일지 모른다. 국정 난맥과 잇따른 인사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서릿발 같은 책임추궁에도 아랑곳 않고 김기춘 비서실장이 건재한 이유도 ‘7인회’의 성격과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 검증 시스템은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SBS ‘문창극 망언 동영상’ 보도 누락 배후도 ‘서울고 마피아’?

한편, 한국방송(KBS)이 지난 11일 9시뉴스를 통해 문창극씨의 온누리교회에서의 ‘망언 동영상’을 보도하기 전에 SBS 정치부 기자들도 문제의 동영상을 확보하고 정치부장, 보도국장 등 간부들에게 보고했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SBS 기자 사회가 들끓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정승민 정치부장은 “교회에서 신도를 상대로 발언한 점이나 발언 배경의 특수성 때문에 당사자의 해명을 들을 필요 있었고, 시간 들여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시간이 흘렀고 결과적으로 KBS가 먼저 보도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회용 보도국장은 “교회 강연의 성격, 참석자의 범위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폐쇄적인 모임에서 한 얘기는 아닌지 등 배경 확인이 필요했다”며 “동영상이 이미 인터넷에 공개돼 있어 (문 후보자의 발언이)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했지만, 3년 전 발언이었고, 어떤 상황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는지 조금 더 확인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SBS 안팎에서 정승민 정치부장이 문창극씨와 고등학교 동문이고, 성회용 국장이 중앙일보 출신이어서 보도가 누락됐을지도 모른다는 말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SBS 보도국 간부들이 그 정도의 인연 때문에 엄청난 ‘특종보도’를 놓칠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역시 족벌방송, 족벌언론의 사주다. 윤세영 SBS 회장이 문창극씨의 서울고 선배다. 윤 회장과 문창극씨가 서로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족벌사주가 지배하는 방송사 보도 간부들 입장에서 볼 때 자기 회사의 사주(회장)의 고등학교 후배가 국무총리가 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알아서 긴다’거나 자기검열(self-censorship)이 작동했다고 보는 것이 훨씬 진실에 가까울 것이라고 본다.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은 ‘박근혜의 비극’을 예고하며, 동시에 우리나라 족벌방송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참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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