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 거부 정성근 후보자, 소송까지 벌이다 패소
음주운전 단속 거부 정성근 후보자, 소송까지 벌이다 패소
언론중재위 제소 불성립되자 소송 청구 패소...법원 “공적 인물 진실한 사실 보도”

정성근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가 자신이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는 MBC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제소해 끝난 사안이라고 해명한 것과 달리 법원에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벌였으나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성근 후보자는 MBC 카메라 출동이 지난 1996년 10월 20일 음주운전 단속 백태를 보도하는 내용 중 자신이 음주단속 과정에서 "나 기잔데 집에 다 왔다고 지금…먹질 않았어요. 3/2.."라고 말한 영상이 확산되자 음주단속을 거부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언론중재위를 통해 정정보도를 요청했지만 불성립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관련기사 <정성근 18년전 음주단속 거부 영상 확산… “억울하고 분해”?>)

하지만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법원기록에 따르면, 정성근 후보자는 지난 1996년 11월 27일 MBC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명예훼손 및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접수했으며 1997년 9월 3일 원고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후보자는 이후 (1997년 9월 20일)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그 이듬해(1998년) 4월 16일 항소를 기각해 원소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언론매체에 의한 명예훼손을 당했으며 음주단속을 거부한 사실이 없다는 정 후보자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정 후보자가 음주단속을 거부했다는 것은 상당한 이유에 기초한 사실일 뿐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 내용이 진실한 사실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정 후보자는 항소 이유에서 MBC 방송 내용 중 "단속에 걸린 모 방송사 기자의 당당한 모습"이라는 멘트에 대해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고도 기자의 직위를 이용하여 음주측정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원고의 행동을 촬영하여 방송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로서나 전체적인 인상으로서나 충분히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것"이라며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두고 "음주운전 단속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포착된 것으로서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의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원고가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음주운전 단속을 당하자 기자 신분임을 밝히면서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음주운전 단속을 회피했다는 사실은 언론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추어 그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판 내지 평가의 자료로서 공개돼야야 할...(중략)...사실의 적시는 뉴스의 가치성이 충분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방송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 지난 1996년 10월 MBC 출동카메라는 음주운전 단속 백태 영상이라며 정성근 후보자가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도했다.
 

판결문에는 정 후보자가 음주운전 단속을 거부한 내용도 상세히 묘사돼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1996년 10월 17일 밤 11시경 강남경찰서 교통과 소속 의무경찰은 정 후보자의 승용차를 정차시키고 음주측정기 센서가 고장나 육안 및 냄새로 음주여부를 판단해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음주합동 단속 중입니다. 선생님 어디 가십니까"라고 물으면서 차안에서 술냄새가 나고 정 후보자가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돼 정 후보자에게 하차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술을 마신 사실을 없다고 부인했고 강남경찰서 소속 A경장이 "약주 한잔 하셨습니까? 잠깐 내려와 보세요. 협조바랍니다"라고 요청해 정 후보자는 차에서 내리면서 "예, 쬐금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A경장이 "사장님, 이리 와보세요"라고 말하자 정 후보자는 "아 이것 보세요. 우리 가족끼리 왜 그래, 나 기잔데, 집에 다 왔다고 지금. 나 참, 먹지도 않았어요. 소주 3분의 1 먹었다니까"라고 음주 사실을 일부 시인하면서 항의했다.

A경장이 "어디 계시는데요"라고 묻자 정 후보자는 "서울방송요. 내 참, 불지 않은 것도 내가 싫어하는 놈도 아니고 한데. 술 먹은 놈을 잡아야지"라고 하면서 "아 소주 3분의 2 먹었다고 얘길 했다구. 저 친구한데 저 양반한테 그러세요. 내리라고 그러더라구 무조건"이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A경장은 "그냥 가세요. 약주 안 드셨어. 안드셨어"라고 말하면서 정 후보자를 돌려보냈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음주측정을 요구받거나 음주운전으로 처벌되지 않았음에도 MBC의 보도 내용 중 "단속에 걸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사실에 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음주단속 중인 경찰관으로부터 정차를 요구받고 음주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경찰관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차 안에서 술냄새가 나고 원고 또한 일부 음주한 사실을 시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며 횡설수설하는 등 음주한 상태에서 운전한 것이라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음주측정을 통해 도로교통위반죄로 처벌된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고 표현함이 상당할 것이고 '단속에 걸린 모 방송사 기자의 당당한 모습'이라는 표현은 진실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또한 단속 과정에서 '소주 3/2'라고 말한 것은 소주 3분의 2잔을 마신 것인데도 MBC가 자막을 넣어 '소주 3/2병'이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정 후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음주측정에 응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차에서 내려 경찰관에서 서울방송 기자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음주측정을 회피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며 "비디오테이프 검증 결과에 나타난 원고의 발언내용, 태도, 상태, 음주측정 당시의 정황 및 일반인의 통상적인 언어 감정에 비추어 보면 '소주 3분의 2병'으로 이해함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결국 법원은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이유 없음으로 기각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지난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3잔이라는 것을 3/2병이라고 하고 얼굴을 낸 것은 명백한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이어서 언론중재위에 제소해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두번의 중재를 거쳐 사과를 권고했는데 아침뉴스로 정정보도한다고 해서 거절해 중재가 불성립돼 버린 내용"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소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16일 통화에서 “당시 언론들도 취재하고 젊은 기자 시절 선배들도 공소유지를 하면 오히려 손해이고 변호사도 실익이 없다고 해서 항소하지 않았다”며 소송 내용은 시인했지만 항소한 기억은 없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는 끝으로 “19년 전 건방진 언행을 한 것은 맞고 사과를 했다”면서 당시 일로 가족이 고통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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