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청와대 자유게시판을 통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쳤던 두 차례의 교사선언에 이어 12일에도 현직 교사 161명이 대국민 호소문 형식의 3차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 2차 교사선언보다 참여 교사는 두 배로 늘었다.

‘세월호 참사가 잊혀질까 두려운 교사들’은 경향신문 12일자 17면 전면광고에 호소문을 내고 “제 할 일도 제대로 모르면서 관료적 호통만 앞세울 뿐이며 민주적 소통을 전혀 모르는, 가만히 있기만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국민의 생존을 자본의 탐욕에 내맡기려는, 스스로 지겠다던 무한 책임을 ‘눈물’로 가리려는 박근혜 정권과 같은 하늘 아래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신들을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했던 앞선 ‘교사선언’의 취지에 동의해 세월호 참사가 잊히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모인 현직 교사 160명이라고 소개하며, “분노와 슬픔을 ‘표’에 담아달라던 지방선거 이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월드컵 개막 속에 세월호는 또 지나가는 사건이 될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면 반복될 것이라는 학생들의 냉소를 견딜 수 없어 세월호 참사가 잊혀질까 두려운 교사들이 대국민 호소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12일자 경향신문 17면에 실린 교사 160명 대국민 호소문
 
이들은 호소문에서 “세월호 몰살로 우리는 정부가 국가이고, ‘짐이 곧 국가’라는 교만도 보았으며 자본의 탐욕은 철저하게 ‘생명’보다는 ‘돈’을 우선으로 여긴다는 것을 다시 보았다”면서 “‘가만히 있으라’는 관료적 통제가 어떤 비극을 불러오는지 똑똑히 보았고 언론이 정권의 꼭두각시였음도 보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고 나선 현직 교사의 박근혜 정권 퇴진 요구와 시국선언, 청와대 꼭두각시 역할을 해 온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와 총파업에 나선 기자들, 전국에서 매일 들어 올리는 촛불과 분노의 함성 등에 대해 박근혜 정권은 징계와 고발 협박, 무자비한 폭력과 체포·구속, 언론에 ‘재갈 물리기’로 답하고 있다”며 “희생된 이들이 다시 살아오는 길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도록 행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직접 나와 ‘잊으라’ 강요하는 정권에 맞서, 반드시 진상을 규명할 것과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책임지고 퇴진할 것을 요구하며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교사 161명이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 전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잊혀질까 두려운 교사들이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의 슬픔과 분노를 함께 합니다.

“참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소중한 생명들을 되살리는 길은 온전히 살아있는 자 들의 몫입니다.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주십시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가족대책위 성명서’ 중에서-

희생된 이들의 49재를 보낸 유가족은 세월호 몰살의 끝이 암담한 채로는, 어둡고 추운 배안에 아직 10여명이나 갇힌 채로는 희생된 이들을 저승으로 보낼 수 없다 합니다. 진도 팽목항 앞에서 이름을 하나하나 목 놓아 부를 때마다 차디찬 시신으로나마 꼭 돌아 오더라며 이름을 따라 외쳐 달라고, 잊지 말아 달라고,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고, 이런 희생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호소합니다.

우리는 잊혀질까 두렵습니다.
기본적인 인간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하면서도 죽음을 선택해야 했던 노동자들을 기억하십니까. 하루 종일 돈 벌러 다녀야겠기에 방문을 밖에서 잠가둘 수밖에 없어 화재로 새까맣게 타버린 아이들을 보아야 했던 어머니, 그리고 밀린 방세 걱정하며 딸들을 끌어안고 죽어야만 했던 어머니의 한 서린 절망을 기억하십니까. ‘난 꿈이 따로 있고, 남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며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다’라는 것을 어른들에게 가르치며 벼랑 끝에 섰던 여중생의 ‘살기 위해 선택했던 죽음’을 기억하십니까. 서해 훼리호, 삼풍 백화점, 대구 지하철, 성수 대교 등 사고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십니까. 세월호 몰살이 또 그렇게 잊혀지고, 다음 희생 대상이 나와 내 가족,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될까 두렵습니다.

우리는 국가와 자본, 그리고 사회가 보여준 ‘민낯’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세월호 몰살로 우리는 국가와 자본, 그리고 사회가 가지고 있던 ‘민낯’이 희생된 이들로부터 우리에게 깊은 상처로 새겨지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입법, 사법, 행정, 그리고 검찰과 경찰이 떠받치고 있는 국가를 국민이 직접 바로 세우지 못하고 그들만의 정권에게 맡길 경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보호될 수 없음은 물론 그런 국가는 무능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부가 국가이고, ‘짐이 곧 국가’라는 교만도 보았습니다. 자본의 탐욕은 철저하게 ‘생명’보다는 ‘돈’을 우선으로 여긴다는 것을 다시 보았고, ‘가만히 있으라’는 관료적 통제가 어떤 비극을 불러오는지 똑똑히 보았습니다. 언론이 정권의 꼭두각시였음도 보았습니다.

우리 모두 세월호 몰살을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는 시민과 학생, 참사가 교사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음을 성찰하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 ‘행동 하겠다.’고 나선 현직 교사의 박근혜 정권 퇴진 요구와 시국선언, 대학 교수와 대학생 선언, 청와대 꼭두각시 역할을 해 온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와 총파업에 나선 기자들, 그리고 노동자들의 정권 퇴진 요구, 전국에서 매일 들어 올리는 촛불과 분노의 함성 등에 대해 박근혜 정권은 징계와 고발 협박, 무자비한 폭력과 체포, 구속, 언론에 ‘재갈 물리기’로 답하고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참사 원인이었던 자본의 탐욕을 채워주기 위해 규제완화, 민영화, 비정규직 확대 등이 담겨있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를 벌써 잊은 것 같습니다. 배 안에 갇힌 이들의 ‘살려 달라’는 절규를 우두커니 지켜만 보면서 몰살시켜버린 무능력과 무책임도 이젠 모두 지나간 일로 묻어 두려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만 잊어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 달라고 합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악어의 눈물’로 비유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속에, 안타깝지만 슬픔과 분노를 ‘표’에 담아 달라는 선거 열풍과 그 결과에 대한 일희일비 속에, 이제 겨우 진상 규명의 시작일 뿐인 국정조사에 기대면서 참사를 잊는 것은 아닙니까. 그리고 전체 보도의 한 꼭지 정도로 만들어 자질구레한 일상 속에 묻어 버리려는 언론 속에, 몰살의 모든 진상이 ‘청해진 해운’ 자본에 대한 수사와 검거만으로 밝혀질 것처럼 호도하며 국민을 속이려는 정권의 책임회피 ‘검거 작전’ 속에, 다가올 월드컵 열기가 낳을 공허하기 짝이 없는 ‘하나 되는 대한민국’ 환상 속에 또 그렇게 세월호 몰살을 잊어가는 것은 아닙니까.

소중한 생명을 되살리는 길은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민주주의보다는 권위주의와 제왕적 독단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고, 사람의 생명보다는 자본의 탐욕을 부추기는 박근혜 정권에게서는 세월호 몰살 해결의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악어의 눈물’로는 진상을 규명할 수도, 비슷한 사고 재발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희생된 이들이 다시 살아오게 할 수도 없습니다.
제 할 일도 제대로 모르면서 관료적 호통만 앞세울 뿐 민주적 소통이라곤 전혀 모르는, 가만히 있기만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국민의 생존을 자본의 탐욕에 내맡기려는, 스스로 지겠다던 무한 책임을 ‘눈물’로 가리려는 박근혜 정권과 같은 하늘 아래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에 분노 합니다.
더는 소중한 생명이 그토록 황당하고 억울하게 스러져가지 않도록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희생된 이들이 다시 살아오는 길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도록 ‘행동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희생된 이들을 반드시 다시 살아오게 해야 합니다. 그들이 다시 살아오는 날은 자본의 탐욕이 중단되고, 온갖 차별로 고통 받는 이가 없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국가 기관이 관료적 통제, 자본과 유착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민주적 소통이 가능한 기관으로 거듭나는 날이어야 합니다. 언론은 정권과 자본의 꼭두각시 역할을 거부하고 그들 스스로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대학등록금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고, 그것이 힘에 겨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젊은이가 없는 날이어야 합니다. ‘나는 꿈이 따로 있다’며,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다’라고 울부짖으며 죽어가는 아이들이 더는 없는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날이 걱정되고 불안해서 아이를 끌어안고 울음을 토해내는 어머니가 더는 없는 날, 취업 걱정이 없는 날,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는 날, 노동을 하면 할수록 ‘굴레’가 덧씌워 지는 것이 아니라 한층 자유로워질 수 있는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 희생된 이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함께 추모했으면 좋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행동 하겠습니다’라고 서로 약속했으면 좋겠습니다. 집과 직장 가까운 곳에서 1인 시위도 하고, 촛불 집회에 참여하고, 진상 규명 요구와 박근혜 정권 퇴진 서명에도 참여하고, 몸과 승용차에는 노란 추모 리본을 다시 붙였으면 좋겠습니다. ‘진상 규명’, ‘규제완화 중단’, ‘민영화 중단’, ‘박근혜 정권 퇴진’을 함께 외쳤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 6. 12.

대국민 호소 참여자 :
강미자, 강복현, 강석도, 강성종, 강윤희, 고경현, 고은아, 고재성, 곽미예, 권혁소, 권혁이, 권혁일, 김경엽, 김나리, 김덕윤, 김미경, 김미수, 김민정, 김민형, 김민혜, 김병호, 김사라, 김상기, 김서진, 김성진, 김소영, 김소희, 김연오, 김영복, 김영숙, 김영주, 김운영, 김원만, 김원영, 김윤희, 김정경, 김정연, 김정임, 김정혜, 김재룡, 김지선, 김 진, 김진명, 김진희, 김치민, 김태영, 김현옥, 김혜란, 김혜정, 김희재, 남정아, 남정화, 남희정, 문석호, 문태호, 문형채, 박만용, 박미남, 박범성, 박상욱, 박성진, 박세희, 박영림, 박오철, 박옥주, 박용규, 박은혜, 박종선, 박진숙, 박태현, 박해영, 배종만, 배희철, 백인석, 변경희, 서영선, 서지애, 성경숙, 손현일, 송기수, 송수익, 송영미, 송원석, 송지선, 신선식, 심은하, 안동수, 안상임, 양상한, 양서영, 양선미, 양운신, 안재형, 안지현, 양호숙, 오세연, 오완근, 우은주, 원영만, 유승준, 윤용숙, 윤정희, 이광우, 이금래, 이길순, 이미애, 이민숙1, 이민숙2, 이민혜, 이상학, 이설희, 이성윤, 이소윤, 이소현, 이승현, 이용석, 이윤미, 이인범, 이정선, 이철호, 이태구, 이해평, 이향원, 이현수, 이현주, 이현숙, 이혜란, 이흥렬, 임향진, 장근천, 장복주, 장의훈, 전봉일, 정귀란, 정규채, 정맹자, 정애경, 정영미, 정용태, 제경희, 조수진, 조영선, 조원천, 조은주, 조창익, 조항권, 조희주, 주윤아, 최덕현, 최은숙, 최현영, 한명숙, 한민혁, 한상효, 한영욱, 한은수, 한희정, 허보영, 황영미, 황인홍, 황선영 (16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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