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칼럼을 쓴 적이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그 이전엔 박 대통령의 여성성을 들먹이며 모욕적인 주장까지 펼친 사실이 조명을 받고 있다.

문 후보자는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전인 지난 2007년 7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서로의 비리를 폭로하고 나서자 또다시 패배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글을 썼다.

문 후보자는 그해 중앙일보 7월 9일자 <문창극칼럼-권력의 비늘을 떼라>에서 박 대통령의 약점을 끄집어냈다. 결혼해서 애를 키워보지 않았다는 약점이었다.

“박근혜씨 역시 간단하지 않다. 아버지의 유산은 긍정적인 정도만큼이나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과거 회귀라는 질책과 여자라는 문제가 극복되어야 한다. 외국의 예를 많이 들지만,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어머니의 정치 (Mummy Politics)’다. 자녀를 키우고 집안살림을 꾸려본 여자들이, 나라살림도 남자보다 더 섬세하게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박 후보는 이런 경험이 있는가.”

문 후보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약점이 많은 사람이라며 이명박씨의 부동산 문제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다고 썼다. 그는 “사돈과는 거리를 두고 사는 게 상식인데 어떻게 처남과 큰형님이 함께 사업을 하게 됐느냐는 점”이라며 “이명박이라는 매개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로, 무조건 부인만 한다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두 사람을 모두 비판한 이유에 대해 문 후보자는 “지난 두 번 모두 선거를 하기도 전에 권력을 쥔 듯 교만했다”며 “역사가 첫 번째 되풀이될 때는 비극으로, 두 번째 되풀이될 때는 광대극으로 온다고 했다. 지금 한나라당은 광대극을 준비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내정자.
ⓒCBS노컷뉴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안전하게 승리할 수 있도록 두 후보에게 제발 싸우지 말라는 충고의 의미로 한 말이라 해도 “어머니 경험이 없다”는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글에 담은 것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어머니 경험도 없는 박근혜씨라며 독설을 퍼부었던 사람이 이제 대통령이 되니 당시에 품었던 의문이 과연 해소됐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직도 박 대통령이 그런 한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의문을 낳는다. 또한 박 대통령 스스로 문 후보자가 자신에게 그런 극언을 퍼부었던 사실을 알고도 문 후보자를 지명한 것인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를 두고 금태섭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11일 오후 “(문 후보자가) 2007년도 한나라당 경선 당시에는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박근혜 당시 후보를 대상으로 ‘여자라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거나, ‘자녀를 키우고 집안 살림을 꾸려봤느냐’는 시대착오적인 인신공격을 해 온 분”이라며 “이런 분이 과연 소통과 통합을 희망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금 대변인은 “행정경험이 전무하고 심지어 이번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단체인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직에 응모했다가 떨어질 정도의 평가를 받던 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인선을 두고 거침없이 비판에 나선 점도 주목을 끌었다. 안 대표는 이번 인선에 대해 “첫째, 책임 총리에 걸맞은 능력, 둘째, 소통과 통합의 정신, 셋째, 기존의 편협한 인사풀을 넘어선 인사였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는 문 후보자에 대해서도 “건전한 비판과 모욕이나 조롱은 구별되어야 한다”며 “언론의 이름으로 전직 대통령들을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모욕하고 조롱한 인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것을 보면서 절망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도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당신만의 인사수첩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세월호 참사 이후에 정부의 일대혁신과 통합이 요구되는 지금, 극단적 이념편향, 냉전적 가치, 증오의 사고로는 통합도 혁신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자는 11일 아침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극단적인 보수인사’라는 평가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고, 오늘부터 열심히 청문회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도 지난 10일 문 후보자에 대해 “정론직필의 정신아래 날카로운 분석력과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와 국정운영의 건전한 지향점을 제시해 온 분”이라며 “무엇보다 평생을 언론인으로 메신저 역할을 해온 만큼 앞으로 대통령과 정부, 정부와 국민 사이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 낼 적임자라고 본다”고 호평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인선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숙고를 거듭해서 이뤄진 만큼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조속히 치유하고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야당도 전향적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며 “새 총리후보 내정자는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내각을 원만하게 통솔해 국가대개조라는 시대적 사명을 수행해 나가는데 진력을 다해주기를 국민과 함께 소망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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