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김훈 편집국장(사진)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9월 27일자)의 <쾌도난담 - 위악인가 진심인가>에 등장해 그의 ‘지론’을 펼친 후 인터넷에 그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이 폭주하고, 시사저널의 한 기자는 항의사표를 쓰기도 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그만큼 순수하다는 반증일 수도. 모든 이들이 저항적 투사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감은 일상적 파시즘의 변종이 아닐까.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다”(조준환) 등의 옹호성 발언도 있지만 비난 의견이 더 많다.

“그같은 유형의 인간들이 남한사회에서 자칭 지식인이고 엘리트로 자처하며 여론주도층으로 행세하려 한다는 사실이 섬뜩하다”(최정민), “그는 최근의 김영삼을 닮아가고 있다. 애독했던 시사저널과 자전거여행을 미련없이 폐지 수거함에 버릴 것이다”(박종훈) 류의 비난이 주를 이룬다.

시사저널 여기자의 남편이라고 신분을 밝힌 홍명수(35)씨는 한겨레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글을 덮고 난 다음 저나 아내가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동시대인으로서의 모욕감이었습니다. 최소한 다른 생각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그에게서 기대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또 시사저널의 박모 기자는 김국장의 <쾌도난담>을 읽고 나자마자 “창피해서 일을 못하겠다”며 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김국장이 뭐라고 말을 했기에 동료 기자가 사표까지 던진 것인가. 김국장은 <쾌도난담>에서 △남성 절대 우월주의 △민중예술, 거대담론 경멸 △통일반대 △재벌세습 인정 △조선일보 극찬 △전두환에 대한 용비어천가 작성 등을 언급했다.

김국장은 “재벌이 아들한테 회사 물려주는 것은 한심하지만 불가피하다” “남성이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압도적으로 유능하다” “현 정권에 가장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게 조선일보다” 라고 주장했고, 80년 한국일보 기자 재직시절 전두환에 찬양하는 용비어천가를 자신이 썼노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상식적으로 여론의 뭇매를 벌 것이 분명한 발언을 왜 했을까 하는 의구심에 <쾌도난담>에 참여했던 패널과 담당 기자에게 “<쾌도난담>의 발언이 그의 말을 정확히 정리한 것이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다. 담당인 고경태 기자와 패널 김규항 씨의 말을 빌면 김국장의 발언은 최대한 정화되어서 실린 것이라고 한다. 더한 말도 있었지만 최대한 ‘정리’한 게 <쾌도난담>의 내용이란다.

김규항 씨는 “김국장이 평소 그런 생각들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처음이라 여파가 큰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국장의 말도 다르지 않다. 그는 “더도 덜도 아닌 내 생각 그대로다.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독자와 네티즌들은 지금도 그를 운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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