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폄훼하는 리포트를 보도 전 동료 기자들에게 알려 의견을 물은 기자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내부 비판을 원천 봉쇄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MBC는 3일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신지영 기자가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업규칙 5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앞서 신 기자는 지난달 7일 박상후 보도국 전국부장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조급증이 민간 잠수사의 죽음을 불렀다’는 내용의 <“분노와 슬픔을 넘어”> 기사를 <뉴스데스크>를 통해 나가기 전 MBC 입사 동기들과의 SNS 채팅방에 올려 의견을 물었다.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 기사는 이후 보도국 30기 이하 기자 121명이 “참담하고 부끄럽다”는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논란이 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MBC의 가족 폄훼 보도와 막말은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패륜”이라며 박 부장과 김장겸 보도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기사에 대한 내부 토론을 ‘비밀 누설’로 징계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3일 성명을 통해 “(MBC구성원들이)‘노력했다’는 자평마저 민망하게 재를 뿌린 것이 바로 박상후 부장의 ‘유가족 폄훼 보도’였다. 이런 ‘불량품’을 MBC와 동일시하지 말아달라는 충정과 양심을 징계한다면, 이는 ‘불량품’을 비호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 MBC <뉴스데스크> 5월7일자 리포트
 
하지만 보도국 간부들은 박상후 전국부장의 리포트를 오히려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정환 보도국 편집센터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에 ‘박상후 전국부장의 보도를 아무리 읽어도 유족 모욕이 아닌데 답답하다’면서 ‘국민들은 그 보도를 보고도 분노하지 않았다’고 썼다. 박 부장은 이번 징계와 관련해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야 조직의 기강이 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인터넷 유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MBC를 공개 비판한 권성민 예능 PD에 대해서도 ‘회사의 명예를 실추하고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를 이유를 들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MBC본부는 지난 2일 노보에서 “회사가 한 젊은이의 양심에 대해 징계하겠다는 것은 이땅의 상식과 법제도를 무시한 독재적인 발상에 다름 아니다”라면서 “사측은 지금 공정과 자율의 민주적 가치를 조롱하고 짓밟고 있다. 만약 권 PD에 대한 징계를 강행한다면 구성원들의 인내심도 인계점을 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MBC 간판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김태호PD와 <아빠! 어디가?>의 김유곤 PD를 비롯한 예능 PD 48명도 이례적으로 실명으로 성명을 내고 권 PD에 대한 징계 시도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MBC는 오는 9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권 PD의 징계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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