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창간한 미국의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현재 방문자 기준 세계 1위 뉴스 서비스다. 점점 많은 독자들이 기존 언론사가 아닌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또한 뉴스 소비 형태의 변화에 따라 뉴스의 정의와 기자상도 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비하지만 한국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스타트업이 디지털 뉴스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한국의 미디어 스타트업을 만나본다. <편집자>
언론사들이 ‘포털 뉴스’를 통해 대규모 트래픽을 맛본 이후, ‘쓰레기 기사의 범람’ 현상은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큰 문제가 됐다. 연예인의 사소한 트윗 하나가 기사가 되고,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걸리면 트래픽 수익을 얻기 위해, 대부분 언론이 똑같은 기사를 제목만 조금 바꿔 중복 게재하는 ‘어뷰징’ 기사는 줄지 않고 있다.

이런 뉴스 환경은 ‘낚시 기사’에 시달리는 독자들의 피로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요즘엔 ‘홍수에 마실 물이 없다’는 말이 온라인 뉴스업계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결국 독자들은 뉴스 소비 자체를 줄이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친구들이 추천해주는 한 차례 검증된 뉴스 쪽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 지니뉴스
 

모바일에서도 페이스북 페이퍼, 플립보드 등 해외 ‘큐레이션 앱’을 선택하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도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큐레이션 서비스 ‘지니뉴스(ziny.news)’가 이용자를 늘려가면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업체 ‘솔트룩스’가 지난해 2월 출시한 지니뉴스는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시맨틱) 기술이 활용된 ‘모바일 뉴스’ 앱이다. 빅데이터의 특성상 많은 이용자의 이용형태가 모일수록 더 정확한 콘텐츠 추천이 가능해진다. 솔트룩스는 이런 기술을 활용해 아이패드용 ‘소셜 매거진’ 지니어스와, 좀 더 뉴스에 더 초점을 맞춘 ‘지니뉴스’를 제작했다.

지니뉴스가 언론사의 기사를 가져오는 기본 방식은 ‘RSS 피드’다. 설정된 알고리즘이 언론사 뉴스 RSS를 자동으로 수집해 카테고리별로 나누고, 자동 랭킹처리 등을 통해 가장 ‘이슈’가 되는 뉴스를 골라준다. 중복 기사를 하나로 모아서 보여주는 ‘클러스터’ 기술도 이용자가 대표 기사만 읽을 수 있게 도와준다.

덕분에 “중복 기사들을 제외하고 대표기사만 볼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게 이용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포털과 비교하면, 네이버와 다음은 사람이 직접 모바일 뉴스 페이지를 편집하지만 지니뉴스는 알고리즘이 이 역할을 맡는다. 물론 알고리즘도 사람이 정한 기준에 따라 편집하기 때문에 개발자의 의도가 일부 반영되지만, ‘이용자 맞춤형 뉴스’ 면에선 사람보다 더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

 

 

 

 

   
▲ 지니뉴스
 

지니뉴스를 담당하는 최광선 솔트룩스 전략사업본부 본부장은 “독자들은 너무 많은 뉴스와 중복되는 뉴스를 피곤해했고, 우리는 뉴스를 포함한 모든 콘텐츠가 공평하게 퍼지길 바랐다”며 지니뉴스를 개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전통적인 뉴스 배포 방식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개인 맞춤형 기사 추천을 하려면 알고리즘을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며 “기계가 독자의 감성을 이해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지만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니뉴스의 또 다른 강점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기존 사업(빅데이터)에서 기반을 구축한 기업이 만든 별도의 서비스라는 점이다. 수익모델을 구축하기 어려운 미디어 분야에서 벤처가 이런 형태의 서비스를 운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솔트룩스는 당분간 수익이 없더라도 이용자를 모으고, 서비스 인지도를 높이며 시장에 안착할 수가 있다. 최 본부장은 “솔트룩스는 연간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8억~10억원씩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솔트룩스는 지니뉴스의 수익모델을 확정하지 않았다. 아직 이용자 기반이 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 본부장은 “현재 지니뉴스는 20만 정도 다운로드됐고, 하루에 이용자들이 읽는 기사는 10~15만(PV)건 정도 된다”며 “이용자 500만명, 하루 PV 1천만건 정도가 돼야 유통채널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정도 독자가 돼야 빅데이터 분석이 정확해지고, 수익모델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어쭙잖게 광고를 올려서 기사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지니뉴스
 

솔트룩스는 향후 지니뉴스에 해외 언론사의 기사를 추가하고, 영어·일어 버전도 출시할 계획이다. 시장이 5천만명으로 한정되어 있는 한국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해외엔 비슷한 성격의 플립보드 등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 언론사들과 수익모델을 구축하면서 갈등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최 본부장은 “플립보드는 훌륭한 서비스로 많은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며 “해외 서비스들은 좀 더 일반적이고 트렌디한 콘텐츠 위주라면, 우리는 공공성을 강조한 콘텐츠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세상 사람들이 다양한 콘텐츠와 정보를 공평하게 향유하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그걸 기술을 통해 구현할 것이며, 성공하면 (솔트룩스는) 구글처럼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 최광선 솔트룩스 전략사업본부 본부장. 사진=김병철 기자
 

 

 


아래는 최광선 솔트룩스 전략사업본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지니어스와 지니뉴스는 언제 출시했나?
지니어스는 2012년 10월 애플 아이패드용으로 만든 (매거진) 큐레이션 서비스다. 잡지를 보기엔 아이패드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한국 사람들이 아이패드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지니뉴스는 2013년 2월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서비스 기기를 스마트폰으로 넓혔고, 국민들이 가장 많이 보는 콘텐츠인 뉴스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뉴스만 아니라 해외 뉴스도 목표로 하고 있다.

솔트룩스가 만든 서비스 플랫폼(지니어스 플랫폼)이 있고, 그 위에 지니어스, 지니뉴스라는 버티컬 앱이 있다고 보면 된다.

- 이름은 왜 지니뉴스라고 지었나?
지니어스의 지니(Ziny)는 ‘매거진(Magazine)’에서 나왔고, 거기에 우리가 함께 만드는 매거진이라는 의미로 ‘어스(Us)’를 더했다. 거기서 뉴스부분만 특화한 게 지니뉴스다. 알라딘의 지니와 중복되기도 한다. 개인화된 추천 기능이 마법사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중의적인 뜻도 담겼다.

- 콘텐츠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의 인적 구성이 어떻게 되나?
솔트룩스 전략사업본부이 맡고 있다. 앱과 인프라를 만드는 팀은 별도로 30명 정도다. 이중 20명 정도는 한국에 있고, 15명 정도는 베트남에 연구실 형태로 있다. 언론사 뉴스를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알고리즘 등을 개발한다.

- 지니뉴스 관련 재정현황을 별도로 집계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다만) 솔트룩스는 연간 기본적으로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8억~1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 지니뉴스
 
- 영어, 일본어 서비스도 하는 건가?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보고 시작했다. 영어는 아직 출시 안했고, 일본어는 실험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다만 미디어 채널 구성을 해야 해서 (일본) 뉴스는 아직 안하고 있다. 콘텐츠는 문화적 속성이라는 게 있어서, 지역적 문화를 보면서 접근하고 있다.

- 지니뉴스는 왜 만들었나?
첫 번째 이유는 독자들이 뉴스를 피곤해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뉴스와 중복되는 뉴스가 동시에 나오는 것도 문제다. 우리는 뉴스가 공평하게 퍼졌으면 좋겠다. 독자들이 취향대로 언론사와 뉴스를 고를 수 있고, 여러 언론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전통적인 뉴스 배포 방식으로는 이런 게 불가능할 것 같았다.

두 번째 이유는 언론사 관점인데, 현실적으로 수익 모델이 지면, 온라인 광고밖에 없다.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고 돈 조금 받는 것을 빼고... (앞으로) 뉴스는 무료화 되지만, 특정 뉴스는 전문화되어서 유료화가 될 것 같다.

무료 뉴스는 퍼지면서 언론사에 도움이 되고, 전문 뉴스는 독자들이 돈을 주고 가치를 사줘야 하는데 한국 언론은 중간에서 힘들어하는 것 같다. 우리는 그걸 도와주고 싶다. 지니뉴스는 언론사 광고를 해치지 않으면서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 이익을 언론사와 나누고 싶다.

- 아직 그 구상을 실행하지 않은 것인가?
아직 이용자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안하고 있다. 이용자가 500만명 정도는 돼야 할 것 같다. 작년보다 이용자가 많아졌지만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그게 되면 그 위에 언론사와 제휴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올릴 거다.

- 수익은 어떤 방식으로 배분하나?
그건 언론사마다 다를 것 같다. 우리 혼자 결정할 게 아니고 언론사와 협의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어쨌든 그걸 하려면 충분한 독자층을 구성해야 한다. 현재 (지니뉴스) 이용자를 약 20만명으로 파악하는데 아직 (빅데이터면에서) 독자를 대표할 정도 수준은 아니다. 충분한 독자가 생기면 그들이 원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학습하는 과정이다.
 
   
▲ 지니뉴스
 
- 지니뉴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지니뉴스는 뉴스를 분류해주기도 하지만, 관련 뉴스를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특정 언론사의 힘이 아니라, 뉴스의 품질이나 독자의 관심에 따라서 랭킹이 달라진다. 이러면 작은 언론사의 뉴스라도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지니뉴스는 전통적인 ‘포털 헤게모니’를 벗어나고 싶다. 그런 미디어 환경이 궁극적으로 언론사와 기자들에게도 중요하다. 실제 기사를 쓰는 기자들과, 읽는 독자들이 주목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배제되고 있다. 우리 기술로 그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플립보드와 차이는 무엇인가?
비슷하다. 플립보드는 훌륭한 서비스고, (우리도) 많은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니뉴스가 좀 더 한국화 되어 있다는 차이는 있다. 해외 서비스들은 일반적이고 트렌디한 콘텐츠 위주라면, 우리는 공공성을 강조한 콘텐츠가 많다

플립보드는 ①(사회적으로) 중요한 뉴스를 제공하고, ②나에게 필요한 개인화된 뉴스도 제공한다. 첫 번째는 기술적으로 쉽다. 그러나 두 번째는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개인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우리는 언론사 뉴스만이 아니라, 이용자가 알아야 하는 모든 중요한 정보를 뉴스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뉴스는 소셜미디어 친구로부터 오기도 한다. 지니뉴스에는 ‘고3 수험생’을 위한 콘텐츠도 있어야 하고, ‘최광선’ 개인을 위한 뉴스도 있어야 한다.

- 언론사 제휴 현황을 알려 달라.
기술적으로 RSS 피드는 미리 제휴를 맺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언론진흥재단은 사전 제휴를 권유한다. 예의의 차원이라 그걸 벗어나고 싶지는 않다. 지니뉴스가 권유하는 언론사와는 문서상 협약을 맺었다. 그 외 (협약을 맺지 않은) 언론사는 이용자가 직접 RSS를 추가하면 가능하다.

- 지자체에 정기간행물로 등록했나?
우리는 언론사가 아니다. 언론사라면 색깔과 사명감이 있어야 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가 있어야 한다. 솔트룩스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건 기사를 요약해주는 '3분 브리핑' 팀밖에 없다. 언론사로 발전시킬 생각은 없다.
 
   
▲ 지니뉴스는 매일 아침 저녁 두 차례 주요한 뉴스를 요약한 ‘3분 브리핑’을 제공한다. 야후 뉴스 다이제스트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 구글 뉴스는 알고리즘이 편집하지만, 그게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지금 이 시간에 국민들이 원하는 뉴스를 고르는 건 기계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건 손석희 JTBC 사장정도 돼야 할 수 있는 것 같다. 지니뉴스가 거기까지 욕심을 내면 안되고, 일단 뉴스를 공평하게 전달하는 게 목표다. 중소 인터넷 매체 기사 중에도 내용이 알찬 기사가 많다.

그런데 사람이 직접 편집하면 개인화는 절대 못할 것 같다. (이용자를) 작게 보면 5천만명, 크게 보면 수십억명인데 일일이 사람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 개인화를 하려면 철저하게 알고리즘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원하는 콘텐츠에 대한 감성이 다르다는 문제는 있다. 기계가 독자의 감성을 이해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지만 도전하고 있다

- 개인화 서비스에서 독자의 성향은 어떻게 반영되나?
진보 독자의 커버스토리엔 진보적 뉴스들이 나오고, 보수 독자에겐 보수적 뉴스들이 제공된다. 장담하는 건 1년 안에 지니뉴스는 보는 사람마다 커버스토리가 다를 것이다. 과학을 좋아하면 과학 위주의 커버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언론계의 어떤 분은 지니뉴스가 성공하려면 정치적 성향을 명확하게 하고, 그쪽 독자들을 타깃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언론사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우린 그런 편향성을 가지면 안된다고 본다.

- 지니뉴스에도 어뷰징 기사가 있나?
배제하지 않고 ‘연관 아티클’로 클러스팅한다. 지니뉴스는 특정 기사를 거르지는 않고, 어뷰징이든 단신이든 다 보여준다. 모든 것은 이용자의 선택이다.

- 지니뉴스는 언론 기사 외에 블로그 글도 제공한다.
이용자 입장에선 모두 뉴스일 수 있기 때문에 커버스토리엔 언론사와 블로그가 같이 나온다. 그러나 뉴스 스트림에는 언론사만 넣어 놨다.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싶지 않았고, 언론사도 언론사대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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